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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꽃보다 아름답다] 산업계의 허리 중견기업 CEO 

 

김영문 기자
정부가 지난해부터 여성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세계를 주름잡는 걸출한 여성 리더가 많이 나왔음에도 한국의 경영환경은 아직 여성 기업인에 불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포브스코리아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이겨내고 한국 중견기업계의 기린아로 떠오른 여성 중견기업인을 선정했다.
5%.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파악한 전체 회원사 중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기업의 비율이다. 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한국 내 중견기업은 4014개, 여기서 회원사로 가입된 529곳 중 여성 기업인이 이끄는 기업은 25곳이었다. 25곳마저 10군데는 가업을 물려받은 상속형 기업인이 맡은 곳이었고, 임명직 3명을 제외하면 척박한 기업환경을 손수 헤쳐나간 여성 기업인은 12명에 불과했다.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통한 사회 통합이라는 시대정신에는 공감하지만, 이른바 ‘약자’를 보호한다는 감성적인 접근으로 정치적, 사회적 이득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퇴행적이다. (중견기업을 지원하는) 핵폭탄급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1월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포문을 열었다. 정부가 중견기업계와의 소통에 나서달라고 촉구하는 자리였다. 4000여 곳이 넘는 중견기업이 느끼는 소외감이 이럴진대 여성 기업인이 느끼는 경영 현실은 더 팍팍하리라 짐작된다.

1992년 9월 한국경제인동우회로 출발한 중견기업연합회는 2014년 7월 ‘중견기업 특별법’이 제점되면서 법정 경제단체로 공식 출범했다. 현재는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와 더불어 세 번째 법정 경제단체로 자리 잡았다. 단체 출범과 더불어 중견기업도 한층 성장했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 기업 총매출액의 14.5%인 639조원을 기록했고, 전체 수출액 중 17.2%인 851억 달러(약 95조4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이 아니면서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기업으로, 중소기업기본법상 3년 평균 매출이 1500억원 이상이지만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군에는 속하지 않아야 한다. 쉽게 말해 매출액 120억~5조원인 기업을 중견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중견기업계도 성장 둔화를 겪고 있다. 정부가 올해 ‘혁신형 중견기업 비전 2280’이란 대책을 내놨음에도 중견기업계 반응이 신통치 않다. 지난 4월 중견기업연합회가 377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가장 아쉬운 부문으로 ‘혁신성장’을 꼽을 정도였다. 규모를 떠나 새로운 동력원은 기업의 사활을 좌우한다. 최근엔 동력원의 기틀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남녀 균형을 맞춘 리더십이 대안으로 뜨고 있다. 이에 포브스코리아는 여성 기업인이 턱없이 부족한 중견기업계를 돌아보고, 활약 중인 파워 여성 기업인을 선정했다. 이렇게 선정된 5명은 화학ㆍ제조업ㆍ바이오 등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또 중견기업인으로서 입지를 다진 이들이다.

양성아 조광페인트 대표


올해 3월 조광페인트는 양성아(41)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하며 ‘3세 경영인’ 시대를 열었다. 창업자 양복윤 회장과 2016년 작고한 양성민 2대 회장에 이어 3녀 중 막내인 양 부사장이 사령탑을 맡았다. 2003년 조광페인트에 입사한 그는 2012년 기획조정실 부장, 2014년 영업본부장(이사), 2016년 영업·기술본부 총괄(전무이사)을 역임한 후 지난해 부사장으로 취임했고 올해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양 대표 선임으로 조광페인트는 문해진, 양성아 공동대표 체제로 재편됐다. 양 대표는 영업과 기술 부문을 맡고, 문 대표는 경영총괄을 담당한다. 양 대표는 “윤리경영을 바탕으로 기술혁신을 강화해 대한민국 도료산업의 중심은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광페인트는 경기 군포시에 첨단 연구센터 ‘조광페인트 이노센터’를 준공하며 사업 확장에도 시동을 걸었다.

김해련 송원그룹(태경산업) 회장


송원그룹은 1975년 설립된 한국전열화학공업을 모태로 한다. 탄산가스·석회석 등 기초소재 시장에서 강자다. 주력 계열사 태경산업은 석회석, 태경화학은 드라이아이스·액체탄산 등 탄산가스사업을, 백광소재는 조명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은 주력 사업인 화학분야보다 패션분야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다. 김 회장은 국내 최초 온라인 의류쇼핑몰 ‘패션플러스’ 창립자다. 그는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주립대학교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했다. 2014년 부친 김영환 창업주가 별세한 후 송원그룹을 물려받았다. 패션업계 스타가 갑자기 화학그룹 오너가 된 셈이다. 최근엔 화장품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대표


이화다이아몬드공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분야 등에 필요한 다이아몬드공구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국내 종합 다이아몬드공구 시장에서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1975년 설립 이후 지난 43년간 다이아몬드공구 산업이란 ‘한 우물’만 판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엔 해외 비중이 국내를 앞섰다. 전 세계 9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매출의 3분의 2는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이화다이아몬드를 이끄는 김재희 대표는 창업자 김수광 회장의 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역사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2002년 이화다이아몬드에 입사해 2010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평소 “비록 비엔지니어 출신이어도 특정 분야 공구만이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건설, 태양광 등 거의 전 산업 분야를 아우르기 위해 기술 역량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경영 철학을 밝혔다. 그리고 매년 정부가 지정하는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도 이화다이아몬드는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다.

※ 월드클래스 300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을 선발하여 기업 중심의 맞춤형 해외마케팅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육성하는 지원사업이다.

윤혜섭 다인정공 회장


다인정공은 1975년 일본 스미토모사의 초경 절삭공구류를 사다 파는 한주상사에서 시작했다. 당시엔 한국야금의 주문자생산방식(OEM) 생산을 맡았고, 1990년 일본 교리츠세이카와 기술 도입을 계약하면서 진정한 공구 제조업체로 발돋움했다. 윤혜선 다인정공 회장은 다소 뒤늦게 경영에 뛰어들었다. 1996년 부군인 고(故) 임상진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부터다. 병환이 깊다는 걸 알았던 임 전 회장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부터 윤 회장을 비서처럼 대동하며 일을 배우게 했다. 경영권을 맡은 지 20년 만에 국내 대표 툴링 시스템 제조기업이자 절삭공구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1월엔 로봇사업본부를 꾸려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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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호 (201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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