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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꽃보다 아름답다 |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韓 바이오업계 파워 ‘뇌섹녀’ 

 

김영문 기자
메디포스트 직원 중 60% 이상이 여성이다. 여성 직원을 위한 기업문화가 잘 구축돼 있어 정부가 ‘가족친화기업’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윤선 대표는 여성 CEO란 이미지보다 척박한 한국 바이오업계를 맨손으로 일군 CEO로 더 유명하다. 그에겐 성별보다 악바리 같은 근성이 더 중요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의 창업 경력은 올해로 18년째다. 당시를 떠올린 그는 “창업에 나섰다고는 하나 CTO 자리만 맡으려고 했었다”며 “갓 태어난 아기의 탯줄 혈액인 제대혈의 가치에 확신을 가진 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과열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법 커 보인다. 하지만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특히 신기술 경쟁이 치열한 바이오산업엔 적당한 과열(?)이 있어야 결과물이 나온다. 위험하다고 막기만 하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9월 18일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메디포스트 사무실에서 만난 양윤선(54) 대표가 한 말이다. 실제 그의 말대로 올 들어 바이오기업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됐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벤처캐피털의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액은 4139억원으로, 지난해 총투자액 3788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100억 넘는 자금을 투자받은 바이오벤처 회사만 13곳에 달한다. 업계 선구자 격인 메디포스트가 태아의 탯줄에서 나오는 혈액인 제대혈 보관과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사실이 다시금 주목받을 정도였다.

너무 빨리 자금이 몰린 탓일까. 지난 7월부터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과 함께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를 강화하는 감독기준을 마련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특히 연구개발비를 일괄적으로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부분이 논란이 됐다. 양 대표는 “신약, 바이오시밀러 등 약품 유형에 따라 연구개발 단계에서의 상품화 가능성에 차이가 있어 한 가지 기준을 적용하기엔 적용 기술이 천차만별이므로 개별 기업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양 대표의 말에 수긍한 듯 보인다. 8월 30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도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같은 회계처리를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서울대 의대 수석졸업, 창업 18년 차 바이오업계 터줏대감

양 대표의 발언에 한층 무게가 더해졌다. 그가 한국 바이오업계의 초석을 다졌기에 더 그랬다. 실제 그는 바이오업계에서 드문 여성 최고경영자이면서 서울대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의사고시도 1등으로 통과한 수재다.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전문의였던 그는 말 그대로 의료계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런 그가 창업의 길을 택했다. 2000년 6월 메디포스트를 설립해 국내 제대혈 은행과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을 개척했다. 제대혈은 백혈구나 근육, 뼈 등을 만드는 조혈모세포와 간엽줄기세포를 담고 있어 난치성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많은 창업가가 그랬듯이 그도 난관을 비껴가지 못했다. 함께 창업한 동료가 초기 자금을 가지고 잠적했고, 지인으로부터 모은 13억원은 빚이 돼 돌아왔다. 양 대표는 “의사로 일하면서 백혈병이나 소아암에 걸린 아이들이 골수를 기증받지 못해 3개월을 넘기지 못했던 일이 머릿속을 맴돌았다”며 “백혈병, 소아암, 재생불량성빈혈, 고셰병, 류머티즘 등 각종 난치병 치료에 제대혈을 써보자는 생각에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시장도 처음엔 양 대표를 믿지 않았다. 2003년엔 제대혈 보관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매출이 급감했다. 300억원을 넘어섰던 매출은 10억 원대로 떨어졌고 ‘제대혈 파동’으로 사기꾼이라는 비난까지 견뎌야 했다. 이렇게 수차례 폭풍이 불어닥쳤지만, 양 대표는 버텨냈다. 그러다 동료의 조언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제대혈 보관 사업만 하지 말고 치료제를 만들어보라는 것. 그는 “제대혈 보관 사업으로 쌓은 노하우를 활용했다”며 “연구개발 기간만 10년이 걸렸고, 2012년에야 비로소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 카티스템은 메디포스트가 201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다.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인공관절수술 대신 이 치료법을 선택하면서 유명해졌다.

줄기세포 치료제로는 세계 최초였다. 정확히 말하면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로 치료제를 만들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약효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상업화에 성공한 카티스템 말고도 올해 뉴모스템(미숙아 기관지폐이형성증)과 뉴로스템(알츠하이머 및 경도인지장애자 치료제)도 임상시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더불어 차세대 줄기세포 치료제 플랫폼 ‘스멉셀’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양 대표는 그 과정을 담담하게 말했지만, 무려 10년이란 세월을 직원들과 연구실에서 보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양 대표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동안 시장도 많이 변했다. 최근 바이오업계 회계기준 강화 이슈나 여느 때보다 뜨거운 바이오업계 투자 열풍이 그렇다. 그는 “시장이 바이오산업의 진면목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라고 본다”고 했다.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의 과열은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게 양 대표의 지론이다. 더불어 그가 중시하는 건 역시 사람이다. 바이오 분야에 얼마나 많은 인재가 뛰어드냐에 따라 미래 한국 바이오산업의 성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인터뷰 막바지에 과열 논란을 한 번 더 풀어냈다.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한다. 바이오벤처에 뛰어든 이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잘못된 일이 아니다. 신약개발은 고되지만, 험난했던 기억을 훈장처럼 삼고 싶지도 않다. 세상이 달라졌다. 차라리 바이오업계가 새로운 인재들이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는 곳임을 강조하고 싶다. 자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곳 역시 바이오업계라고 감히 말해본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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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호 (201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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