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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도 ‘아마존드(아마존에 당하기)’ 될까 

 

최영진 기자
애플에 이어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한 아마존 창업가 제프 베조스가 오랜만에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포브스가 제프 베조스와 독점 인터뷰를 게재한 것. 아마존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베조스와의 인터뷰를 분석해 한국 진출이 가져올 ‘아마존 효과’를 예상해봤다.

▎지난 1월 22일 (현지시간)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에 처음 선보인 아마존 고
# 2022년 어느 날 직장인 K씨가 명동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아마존365’라는 이름의 무인 카페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전자상거래 거점+택배 거점+식사 공간 및 공유 사무실 기능을 갖춘 오픈 카페다. 매장에는 아마존에서 주문한 옷을 입어볼 수 있는 피팅룸도 마련되어 있다. 구입 후 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반품하면 된다. 유명 레스토랑의 배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켜서 택배 보관함을 열고 박스를 꺼냈다. 아마존에서 구입한 책이 들어 있다. 아마존웹서비스를 이용해 업무를 본 K씨는 일을 마치고 매장을 한 바퀴 돌면서 초콜릿과 음료수를 집어서 가방 안에 넣었다. 카페를 나서자마자 아마존 페이로 초콜릿과 음료수 가격이 결제됐다.

『아마존 미래전략 2022』의 저자 다나카 미치아키릿쿄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책 서문에서 그린 2022년의 하루를 한국 상황에 맞게 그린 가상 시나리오다. 아마존은 2000년 일본에 진출해 일본 사회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아직 아마존의 진출이 가시화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 아마존이 모든 기업과 산업을 삼키는 것을 의미)’나 ‘to be amazoned(아마존에 당하다)’ 등을 경험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한다면 미치아키 교수가 아마존이 바꿔놓을 일본을 그린 것처럼 한국 사회도 많이 변하게 될 것이다.

“지금 상황에 매몰되는 일은 거의 없다. 2~3년 후를 생각하며 일을 한다.”

제프 베조스(Jeff Bezos) 아마존 CEO가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밝힌 이야기다. 앞을 내다보고 쉼 없이 혁신에 도전하고 있는 아마존은 지난 9월 4일(현지시각)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117조원)를 돌파했다. 아마존은 현재 거침없이 성장하는 기업의 대명사로 평가받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나비효과


▎아마존의 AI 기술이 결집된 아마존 물류센터 내부 모습. AI를 이용해 고객주문 및 배송 예측 등을 한다. / 사진:위키미디어, 중앙포토
우리가 궁금한 것은 따로 있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 여부와 그 영향력이다. 현재 아마존이 한국에 선보인 서비스는 3개다.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해외 역직구 서비스인 ‘아마존 글로벌 셀링’,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다. 지난 8월에는 현대백화점이 아마존과 손잡고 2020년 하반기에 아마존의 첨단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매장을 연다는 소식이 나왔다.

아직까지 아마존의 핵심 사업인 이커머스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은 없는 셈이다. 다만 아마존 진출설을 뒷받침하는 소소한 소식들은 4~5년 전부터 끊이지 않고 나왔다. 지난해 7월 온라인 쇼핑 사업과 관련된 직원을 채용했다는 소식이나, 얼마 전 아마존이 보여준 한국 무료배송 이벤트는 아마존 한국 진출설을 급부상하게 만들기도 했다.

아마존은 이미 일본(2000년)과 중국(2016년)에 진출했다. 지난해 7월에는 싱가포르에서 모바일 기반의 물품 배송 서비스 ‘프라임 나우(1~2시간 내에 물건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해 동남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선진국 중 아마존이 진출하지 않은 곳이 한국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한다면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함께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이 자랑하는 빠른 배송만으로는 한국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1개월에 12.99달러(1년 멤버십은 199달러)를 내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다.

100만 개 품목에 한해 배송비가 무료고, 영화와 TV 프로그램 등 동영상과 200만 곡이 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000권이 넘는 전자책과 잡지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고, 무제한 사진 저장 공간도 제공된다. 아마존 일반 회원보다 30분 먼저 ‘핫딜(갑작스런 세일)’을 이용할 수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와 비교될 정도로 규모가 커진 대규모 할인 행사 ‘아마존 프라임 데이’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혜택이다.

이런 다양한 혜택 덕분에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는 1억 명을 넘는다. 미국 가정의 44%가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했고, 아마존 프라임 재가입률은 9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소비자가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면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어 한국의 스마트 스피커 시장도 들썩일 수 있다. 스마트 스피커의 킬러 콘텐트가 음악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분석 기업 액티베이트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8년 테크와 미디어 조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스마트 스피커가 TV나 스마트폰, 인터넷보다 대중화 속도가 빠른 기기라고 발표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21년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35억2000만 달러(약 3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11월 아마존이 ‘알렉사’라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적용한 ‘에코’라는 이름의 스마트 스피커를 출시한 이후 구글, 애플, 알리바바, 네이버 등 글로벌 ICT 기업이 모두 스마트 스피커를 출시한 이유다.

ICT 기업이 앞다투어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스마트 홈 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향후 스마트홈 플랫폼을 지배할 것이라고 평가받는 것이 스마트 스피커다. 아마존이 이커머스와 함께 아마존 프라임을 내놓으면 에코 스피커 사용자가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포브스는 아마존 에코에 대해 “AI 기반 소프트웨어로 구동하는 에코는 아마존 리테일 매출을 견인하고 아마존 콘텐트 등을 활용하는 효과적인 하드웨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6월 인수한 홀푸드에 아마존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가격을 40% 이상 내린 제품을 선보였다. 아마존 프라임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걸쳐 아마존 생태계를 확대하는 중요한 서비스인 셈이다.

아마존 고가 선보일 오프라인 혁명


요즘 아마존의 행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진격’이다. 지난해 6월 137억 달러(약 15조3300억원)에 유기농 유통 기업 홀푸드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월에는 미국 시애틀에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무인 매장 ‘아마존 고’를 오픈했다. 홀푸드 인수와 아마존 고 오픈은 아마존이 오프라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대표적인 행보로 꼽힌다.

홀푸드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에 46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은 홀푸드를 아마존에서 주문한 상품을 수령하는 장소로 이용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배송을 기다릴 필요 없이 직접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도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마존의 약점으로 지적된 식료품 당일 배송도 가능하게 된다.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가격을 40% 이상 내린 제품을 홀푸드에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 스피커 에코도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 고에 적용된 기술은 홀푸드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 고의 슬로건은 ‘No Lines, No Checkout(대기줄과 계산대가 없다)’이다. 매장에 입장할 때부터 물건을 사고, 매장에서 나올 때까지 한 번도 멈춤이 없다. 포브스는 아마존 고에 대해 “가장 아마존스러운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아마존 고는 그동안 축적해온 AI, 이미지 인식 기술, 물류 등 모든 기술을 집적한 공간이다. 아마존 고는 고객의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장소이기도 하다. 아마존 고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로 소비자의 성별과 연령을 해석하게 된다. 오프라인 공간이 AI를 고도화할 수 있는 데이터 공간으로 변하게 되는 셈이다. 홀푸드와 아마존 고는 온라인에서 보여준 ‘고객 중심’의 편의성을 오프라인으로 이어가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존은 한국에 온라인 서비스가 아닌 오프라인 서비스부터 진출한다는 소식을 전달했다. 2020년 하반기에 현대백화점이 여의도에 오픈 예정인 매장에 아마존의 기술을 접목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아마존 고 형태의 서비스가 한국에 진출하면 유통업계도 AI화, 무인화를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존이 온라인의 기술력을 오프라인에 접목하는 이유는 뭘까. 포브스는 “리테일과 디지털 비즈니스 서비스 시장은 모든 산업과 어떻게든 연계된다”면서 “이 두 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은 베조스가 부가가치를 포착한 어떤 시장이든 기존 사업과 연계해 공략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제프 베조스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의사결정의 3가지 조건을 밝혔다. ‘독창성, 즉 차별화된 아이디어’, ‘에너지를 쏟아부을 만한 규모’, ‘투자수익률’을 꼽았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 여부는 3가지 조건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만일 한국 진출을 결정한다면 다른 서비스와 차별화가 가능하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아마존이라는 거인과 싸우기 위해서는 혁신이라는 무기가 필수조건인 셈이다. 포브스가 제프 베조스와 인터뷰한 후 “혁신하지 않으면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혁신에 휩쓸릴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린 이유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201810호 (201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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