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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리조트 

시간이 멈춘 베트남의 진주 

베트남 푸꾸옥=조득진 기자
여행지의 특성 중 하나가 사람이 몰리면 흥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베트남의 푸꾸옥엔 손때 묻지 않은 즐거움이 있다.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리조트에서 즐기는 휴식은 그래서 더 느긋하고 달콤하다.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리조트의 전 객실은 오션뷰로, 아름답고 운치 있는 풍광을 즐길 수 있다. / 사진: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제공
5년 전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을 방문했을 당시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았을 때처럼 짜릿한 쾌감이 일었다. 메콩강 유역에 자리한 사원 도시는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느릿했다. 여행객은 많지 않았고, 그 덕분에 현지인의 눈빛은 순박했다. 그러나 직항이 늘고 사람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이제 도시는 여느 관광지처럼 번잡한 곳으로 변했다.

8월 말 찾은 베트남의 최남단 섬 푸꾸옥(Phu Quoc)은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한 휴양지다. 메콩강이 태평양으로 흘러나가는 곳에 있는 이 거대한 섬은 맑은 바다와 천연림을 간직하고 1년 내내 열대 몬순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 ‘베트남의 숨은 진주’로 불린다. 섬 대부분이 국립공원이며, 바다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CNN이 ‘세계 10대 해변’, 허핑턴 포스트가 ‘더 유명해지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로 꼽은 곳이다. 유럽인에게 인기가 높고 최근엔 중국 부호들과 한국의 신혼부부, 가족여행객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섬 전체가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이다. 여행객들은 대부분 전용 비치가 있는 5성급 최고급 리조트에 머문다. 풀(pool), 바다, 하늘이 경계를 허문 광경은 고급 리조트의 상징이자,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적당하다.

리조트 안에서 식도락·액티비티 해결


▎JW 메리어트 푸꾸옥에선 다양한 식도락이 가능하다. 해산물 요리 전문 ‘레드 럼(Red Rum)’. / 사진: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제공
푸꾸옥의 최고급 리조트는 수영장과 정원, 레스토랑 등을 잘 갖추고 있다. 대부분 전용 비치를 보유하고 있어서 해수욕을 즐긴 다음 리조트로 돌아오기 편리하다. 가장 핫한 곳이 2017년 오픈한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리조트다. 바이 켐 해변에 있는 이곳은 아름다운 해안선, 천연 그대로의 백사장, 수정처럼 맑은 바다 등 빼어난 절경으로 유명하다.


▎리조트에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와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한다. 샌드 풀, 셸 풀, 선 풀 등 3개 실외 수영장에서 탁 트인 에메랄드 베이를 감상할 수 있다.
이 리조트는 리조트 디자이너 빌 벤슬리가 설계했다. 타임지가 ‘이국적인 럭셔리 리조트의 왕’이라는 찬사를 보낸 그는 세계 곳곳에서 호텔, 리조트, 스파, 주택은 물론, 궁궐까지도 디자인해 왔다. 흠잡을 데 없는 디테일과 독특하고 극적인 표현이 그의 장점이다. 벤슬리는 JW 메리어트 푸꾸옥을 대학교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프랑스 생물학자 장바스티스 라마크의 이름을 딴 라마크 대학이 모델이다. 리조트 동마다 동물학, 식물학처럼 학과 이름을 붙여 디자인했고 객실 인테리어도 관련 소품으로 가득하다. 리조트에서 준비한 다양한 액티비티를 마치 학교 수업처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벤슬리의 머리에서 나온 픽션(fiction)이다.


▎서핑 요가 등 다양한 액티비티도 준비되어 있다.
JW 메리어트 푸꾸옥은 그의 자유롭고 익살스러운 감각이 녹아내린 244개의 객실, 스위트, 빌라로 이루어져 있다. 5개 레스토랑과 현대적인 바, 그랜드볼룸도 갖추었다. 푸꾸옥 내 리조트 중 가장 높은 가격대지만 고급 대저택에 와 있는 듯한 느낌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익스테리어는 큰 만족감을 준다. 리조트 곳곳에선 작심한 듯 드레스, 원피스를 차려입고 나온 여행객들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휴식을 표방한 리조트답게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 정통 베트남 요리와 모던 일식 등 세계 각국의 미식을 선보이는 템퍼스 푸지트(Tempus Fugit)는 하루 종일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레드럼(Red Rum)은 베트남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를, 핑크 펄(Pink Pearl)은 해안가 풍경과 어울리는 광둥 요리를 선보인다. 칵테일 바 케미스트리(Department of Chemistry Bar)는 에메랄드 베이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에 있다. 프랑스식 시그니처 패스트리를 포함한 디저트 전문 프렌치앤코(French&Co)에선 나른한 오후의 달콤함을 즐길 수 있다.

건기인 11~4월이 여행 최적기


▎칵테일 바 ‘케미스트리 (Department of Chemistry Bar)’ 전경.
리조트 내에 있는 루 드 라마크 거리는 예술 활동을 위한 부티크 겸 카페 공간이다. 베트남 전통 무예와 쿠킹 클래스, 랜턴 만들기, 요가, 섬 트래킹 등을 즐길 수 있다. 호이안의 옛 거리를 재현한 이곳에선 금요일 밤마다 야시장이 열려 각국에서 온 여행객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으로 변한다. 리조트의 프라이빗 해변과 탁 트인 에메랄드 베이를 바라볼 수 있는 3개 야외 수영장도 이곳의 자랑이다. ‘스파 바이 JW(Spa by JW)’에서는 숙련된 테라피스트가 푸꾸옥 자연산 버섯 등 시너지 효과를 내는 천연 제품을 사용해 다양한 트리트먼트와 활력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푸꾸옥은 연중 온화한 기후로 언제 가도 좋지만, 그중에서도 건기인 11월부터 4월까지가 여행하기 가장 좋다. 참고로 7월과 8월 강수량이 1년 중 가장 많다. 베트남 남부 해안에서 45km 떨어진 곳에 있는 이 섬은 호찌민시에서 직항 비행기로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JW 메리어트 푸꾸옥 리조트는 푸꾸옥 국제공항에서 15분 거리에 있다.


▎244개의 객실과 빌라를 갖추었다.
관건은 항공편이다. 아직은 여행객의 발길이 많지 않은 탓에 한국에서 직항 편이 없다. 푸꾸옥에 가려면 호찌민이나 하노이를 경유해야 한다. 최근엔 하나투어 등 여행사에서 상품을 개발해 아시아나항공 전세기 직항 편을 운영하기도 한다. 비행시간은 아시아나항공 이용 시 약 5시간이다.

[박스기사] 베트남의 제주도, 푸꾸옥

푸꾸옥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섬이다. 세계유네스코 생물권 보존구역으로 지정된 이 섬에서는 푸른바다거북과 듀공(바다소목 포유류)을 만날 수 있다. 맑고 투명한 바다와 99개 산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푸꾸옥은 진주를 양식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베트남의 진주’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베트남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생선 소스 ‘느억 맘(Nuoc mam)’ 주산지며, 이 섬에서 나오는 질 좋은 후추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눈에 띄는 관광지는 7.9㎞ 길이로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 케이블카다. 안토이에서 혼톰섬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편도로 30분가량 소요된다. 해상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푸꾸옥의 섬과 바다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을 짐작케 한다. 선셋비치 바는 TV 프로그램 ‘배틀트립’에 나와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해 질 무렵인 오후 5~6시 무렵 이곳을 방문한다. 낮은 산 8부 능선에선 푸꾸옥 중심가와 하천을 따라 정박한 어선, 수평선과 맞닿은 석양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해가 지고 나면 섬 가운데에 자리한 즈엉동 야시장이 가장 번화해진다. 새우, 성게를 비롯한 싱싱한 해산물과 코코넛 빵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맛볼 수 있다. 기념품을 사려면 후추 농장도 가볼 만하다. 우기가 짧고 1년 내내 고온인 푸꾸옥에서는 후추가 잘 자란다. 섬 주민의 30%가 후추 농장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201810호 (201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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