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er

Home>포브스>Adviser

부동산 가계약금의 모든 것 

 

곽종규 변호사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바뀌는 세상이다. 호가가 몇천만원 오른 경우도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계약금을 주고받는 일도 흔해졌다. 매수인이 변심하면 가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될까. 반대로 매도인이 변심하면 두 배로 돌려줘야 하나. 가계약금을 법리적으로 따져봤다.

# A씨는 결혼 후 모은 돈으로 전세 생활을 하다가 최근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는 것을 보고 계속 살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중개사는 바로 계약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살 것이라고 했다. 매매가 7억원 정도 되는 아파트로 위치와 층수도 마음에 들었다. 일단 A씨는 가계약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바로 송금했다. 돈을 송금하고 난 후 A씨는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것 같아 후회가 됐다. 그래서 매도인에게 전화를 걸어 계약을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 매도인은 “이미 계약이 체결되었기 때문에 지급한 금액의 배액을 상환하지 않으면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답했다. A씨는 계약을 무효로 하고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 B씨는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고 이사를 가기로 했다. 중개소 한 곳에서 연락이 왔고, 가계약금을 보낼 계좌번호부터 달라고 했다. 이튿날 가계약금 명목으로 1000만원이 입금됐다. 하지만 B씨는 아직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했다. 집값과 전셋값이 치솟고 있어 매물로 내놓았던 집 가격으론 이사 갈 집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게 느껴졌다. 가족도 반대하는 것 같아 가계약금을 돌려주고 없던 일로 하고 싶었다. B씨는 가계약금을 돌려주고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을까.

주변에서 가계약금을 두고 가장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두 가지 사례로 답을 내기 전에 일단 가계약이 뭔지부터 살펴보자. 보통 가계약이란 정식계약을 체결하기 전 계약 당사자 중 일방이 대상 목적물에 대한 우선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체결된다. 계약 체결 전에 계약금의 일부를 매도인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가계약금이라고 한다.

가계약도 본계약의 한 형태라는 소리다. 가계약이 체결되면 계약상 효력이 발생하고 계약 당사자는 그 내용대로 이행해야 하는 구속력이 생긴다. 일단 계약이 성립된 후에는 몇몇 예외적인 경우 이외에는 마음대로 취소하거나 해지할 수도 없다.

구두로 체결하든 문서로 체결하든 마찬가지다. 구두로 체결한 계약은 입증하기가 힘들 뿐이다. 따라서 A나 B가 가계약을 체결한 경우 설사 그것이 구두로 체결된 것이라도 마음대로 없던 것으로 하여 가계약금을 돌려달라거나 돌려주지 못한다. 그런데 가계약도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이 성립된 경우로 볼 수 있는 때만 위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계약이 불성립된 경우라면 가계약에 따라 지급한 가계약금을 돌려달라거나 돌려줄 수 있게 된다. 결국 A나 B는 가계약금 반환을 다투려면 우선적으로 가계약이 제대로 성립됐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구두로 한 가계약도 유효해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계약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계약의 내용이 되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또는 최소한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정도로 의사의 합치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불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계약은 거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그 거래조건을 기재한 의사표시(청약)를 하고 상대방이 조건을 수락(승낙)하면 성립한다. 계약이 성립하기 위한 법률요건인 청약은 그에 응하는 승낙만 있으면 곧 계약이 성립하는 구체적, 확정적 의사표시여야 한다. 청약은 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

그렇다면 A와 B가 체결한 가계약은 상대방이 그에 응하는 승낙만 있으면 곧 계약이 성립할 만큼 구체적, 확정적으로 청약을 한 것인지 그 청약에 계약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계약에 본질적이거나 중요한 사항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성립 여부가 판가름 난다. 본질적 내용이나 주요 내용은 계약의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A와 B가 체결하려던 매매계약의 경우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 즉,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금원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한다. 이러한 매매계약에서 본질적이거나 중요한 사항은 매매목적물이 무엇인지, 매매대금은 얼마인지, 대금지급 방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다.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계약이 체결되면 계약은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계약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가계약서 작성 당시 또는 구두로 가계약할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 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한 것으로 본다.

결국 A나 B가 가계약에 대해 어느 정도의 구체적인 조건을 듣고 계약을 체결했는지에 따라 그 가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불성립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문서, 문자나 기타 방법으로 계약 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한 다음 가계약금을 입금하거나 수령한 경우에는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러나 단순히 부동산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목적물만 특정해서 주고받은 가계약금에 대해서는 계약 불성립으로 볼 여지가 크다.

그런데 계약이 불성립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가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삼아 가계약금을 몰취(매수자의 계약 불이행으로 계약금이 매도자에게 귀속되는 것)할 수 있을까. 이에 가계약을 체결할 당시 가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지 않은 이상 가계약금은 원 소유주에게 반환해야 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부동산은 금액 자체가 크기에 가계약을 성급하게 체결하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가계약도 사적 계약이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 가계약을 체결하면서 생길 수 있는 골치 아픈 문제는 몇 가지 문구로 방지할 수 있다. 가계약서에 ‘문서로 된 본계약 체결 시까지는 계약이 성립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본다’라거나 ‘최종 합의는 본계약 체결 시 한다’는 등의 문구를 넣어 완전한 계약 체결을 어느 정도 유보해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 곽종규 KB국민은행 IPS본부 WM투자본부 변호사

201811호 (2018.10.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