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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와 직결된 부자관계 

 

김선화 대표
4월호에 “부자간 갈등을 없애야 성공적인 승계를 할 수 있다”고 기고했다. 이번엔 그 원인을 ‘라이프사이클’이란 측면에서 바라봤다. 성공한 기업들은 이마저도 초월한 경우가 많았다.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연구된 논문들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경영자와 후계자의 관계가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우리나라 111개 승계기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승계 후 경영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승계 당사자인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다면 만족할 만한 승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최근 딸들이 기업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경영자와 후계자는 부자관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자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경영자나 후계자의 성향, 커뮤니케이션 문제, 자녀의 어린 시절 양육방식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하버드 대학의 데이비스(Davis)와 태귀리(Tagiuri) 박사는 그 원인을 부자간의 라이프사이클에서 찾았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에서 함께 일하는 부자의 관계는 두 사람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변한다. 이러한 라이프사이클을 이해하는 것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부자의 라이프사이클이 함께 일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변하는 부자관계

아버지가 40대이고 아들이 17~22세인 경우 부자관계는 비교적 좋지 않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40대가 되면 자신을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그때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별로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 그리고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이 시기가 되면 시간이 흐르는 것에도 초조함을 느낀다. 그리고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자문하며 감성적이 되기도 한다. 이 시기 아들은 보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부모와 분리되는 과정에 있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한다. 에너지와 본능적 욕구가 높은 시기로 부모와 자주 부딪힌다. 그런데 이 시기 부자의 라이프사이클상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시기며,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인생에 대해 새롭게 평가하는 시기다. 그래서 부자간에는 긴장관계가 형성된다. 또 모두 감정적으로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왜곡되거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이 시기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일을 하는 경우에는 마찰이 생길 수 있다.

50대 아버지는 효과적인 멘토

아버지가 50대가 되고 아들이 23~33세가 되면 부자관계는 비교적 좋아진다. 남자는 50대가 되면 전보다 경쟁심이 줄어들고, 이성적이 되며,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일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외부의 영향도 덜 받는다. 또 소유욕도 줄어들고 조금 더 객관적이고 철학적이 되기 때문에 자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요구도 잘 수용하게 된다. 그리고 50대가 되면 자신의 인생 경험에서 얻은 것들을 젊은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려는 성향을 보인다. 그래서 이 시기 아버지는 이전보다 더 효과적인 멘토가 될 수 있다. 한편, 아들에게 23~28세는 아직 불안정한 시기다. 그들은 활력이 넘치고 모험심이 많아 다양한 기회를 갖게 되지만 대부분 이 시기에 진로를 결정하게 된다. 이때 아들은 활력이 넘쳐 부자 관계에 긴장감이 있을 수 있으나 아버지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라 업무에서는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남자가 28~33세가 되면 안정된 삶을 원하고 큰 변화를 두려워한다. 30대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기 때문에 대부분 안정을 원하고 물질에 대한 욕구와 타인의 인정, 출세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다. 이 시기 부자간에 비교적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이유는, 아버지가 아들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부자의 라이프사이클상 공통점은 본능적 욕구는 낮고 감성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쉬워진다는 것이다. 이때가 되면 아들은 자신의 삶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게 되고, 다른 직업을 선택할 기회가 적어지게 되어 회사 일에 더 헌신적으로 임하게 된다. 이 시기 아들은 물질적 욕구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아버지는 소유나 외부의 평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들을 인정해주고 보상해주는 것이 쉬워진다. 그러므로 이 시기 아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하는 40대 아들

아버지가 60대가 되고 아들이 34~40세에 이르면 부자 관계는 다시 나빠진다. 이 나이가 되면 아버지는 은퇴 시기를 맞게 돼 심리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실제로 남자가 65~70세 정도가 되면 이전과 같이 왕성한 활동은 어렵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사회적 인식은 60대가 되면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너 경영자의 경우 은퇴 시기에 대한 규정이 없고, 심지어 사망해야 비로소 경영에서 물러나기도 한다. 즉 은퇴는 전적으로 오너 경영자의 의지에 달렸다. 그런데 남자는 34~40세에 이르면 자신의 경쟁력과 사회적 인정, 승진, 경제적 안정 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40대에 도달하면 이러한 목표는 더욱 강해진다. 이 시기 경영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이전되지 않는다면 아들은 아버지에게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된다. 아버지는 리더십과 권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 하고, 아들은 이러한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하게 된다. 따라서 이 시기 라이프사이클상 부자관계는 다시 긴장관계로 전환된다. 아들은 업무를 일일이 보고해야 하는 것에 불만을 갖게 되고 이러한 감정 때문에 두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이 왜곡되거나 어려워지게 된다.

성공한 기업가의 부자관계, 라이프사이클 초월해


데이비스와 태귀리는 부자관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불안정한 변화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면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자간 라이프사이클의 불안정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후계자는 그렇지 못한 후계자들에 비해 부모와 특별히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세대 간 좋은 관계는 상호 지원과 협조, 정보의 원활한 공유 등을 통해 기업의 지속적인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녀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부모들은 라이프사이클과 무관하게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자녀가 어린 시절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자녀가 어린 시절에는 사업 초기이거나 성장단계에 접어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경영자들은 매우 바쁘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자녀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거리가 생기고 심지어 서로 무관심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자녀가 부모와 좋은 관계를 맺으면 기업 참여 의지가 높고 그에 따라 더 좋은 성과를 낸다.

둘째, 가족과 기업의 꿈과 비전을 공유한다. 사람들이 상호 신뢰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꿈과 비전,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가족기업의 경우 잘 수립된 부모의 가치관을 잠재 후계자에게 이전하는 것은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가족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수립된 비전은 가족을 하나로 묶고 상호 협력의 기초가 된다. 이는 승계과정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장기 발전에도 필수요인이다. 성공적인 부모들은 자녀들과 함께 가족과 기업의 꿈과 비전을 공유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국 가족기업이 장수할 수 있는 초석이 된다.

셋째, 정직하고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가족기업의 일반적인 문제 중 하나는 가족 간 대화 부족이다.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서는 개방적이고 정직한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이다. 성공적인 가족은 어떤 주제에 관해서도 서로 개방적으로 정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자녀의 진로 등 중요한 문제를 가족이 함께 협의한다. 이러한 노력이 부모와 자녀 간 신뢰를 높이고 자녀들 간의 결속을 높인다. 또 갈등이 생겼을 때도 서로의 생각이나 입장에 대해 정직하게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갈등해결 능력을 높일 수 있다. 내가 만난 한 경영자는 아들이 중·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닐 때 방학 때면 해외 전시회 등의 출장길에 자녀를 데리고 다녔다. 아들과 비행기 안이나 호텔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사업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 보람된 일들도 나누는 등 회사 일에 바빠 자녀들과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대신했다고 한다. 경영자들이 바쁘다고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이와 같이 자녀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 간에 ‘우리는 한배를 타고 있다’는 인식과 기업의 성공이 서로에게 달려 있다는 긍정적인 팀워크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서로가 기업 성공을 위한 운명공동체라는 것을 인식하고 함께 협조하는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201811호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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