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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NEWEST SUIT TREND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개성과 자유를 중시하는 ‘X세대(1965~1976년생)’가 중년 신사가 되면서 정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남들 보기에 튀지 않고 단정한 스타일을 추구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이들은 1990년대 대중문화 트렌드를 이끌듯 정장도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패턴 스타일을 찾는다. 검정색이나 남색, 회색 일색이던 신사의 옷장에 밝은 패턴의 화사한 정장이 들어선 것이다. 젊은 감각으로 유행을 이끄는 ‘뉴포티(new forty)’가 주목하는 남성 슈트 트렌드를 소개한다.

▎송지오 옴므의 체크 패턴 트렌치코트. / 사진:각 사 제공
최근 클래식한 멋에 경쾌한 분위기를 더한 패턴 정장을 찾는 남성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4일 배우 이서진은 영화 제작보고회에 갈색과 검정이 섞인 체크 패턴 재킷을 하얀 티셔츠 위에 걸쳐 밝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지난 7월 한 영화 기자간담회에서는 배우 조진웅과 이성민이 문양이 있는 슈트를 입어 눈길을 끌었다. 배우 조진웅은 하얀 줄무늬 정장을, 이성민은 파랑 색상의 큼직한 네모 패턴이 그려진 재킷과 바지를 입어 세련된 멋을 연출했다..

다양한 패턴과 과감한 색상 조합으로 진화

사실 패턴 정장은 과거에도 있었다. 얇은 선을 그은 듯한 ‘스트라이프’부터 청어 등뼈처럼 보이는 사선 패턴의 ‘헤링본’, 커다란 창틀 모양인 ‘윈도페인 체크’, 두 가지 색상이 겹쳐진 ‘글렌체크’ 정장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올해 패턴 정장은 이전과 다르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으로 과감한 색상 조합을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 정장에 쓰인 패턴들은 어두운 회색 바탕 옷에 이보다 약간 밝은 회색 줄무늬가 들어가거나 체크 문양이 들어가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같은 색상이지만 밝기나 채도만 다르게 한 ‘톤온톤’ 스타일이 대부분이었다.

올가을 패턴 색상은 한층 화려해졌다. 갈색 직물 위에 보라색 체크가 들어가거나 빨강, 노랑 줄이 얇게 그려지곤 한다. 멀리서 봤을 땐 한 색상 같지만 가까이서 볼수록 완전히 다른 색상이 보이는 형태도 있어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실제 올해 출시된 가을·겨울 정장을 살펴보면 구찌는 검정색 바탕에 하얀 체크가 들어간 정장을 내놨고, 솔리드옴므는 옅은 회색에 빨간 줄무늬가 얇게 그려진 슈트를 선보였다. 또 송지오 옴므는 밝은 갈색 바탕에 짙은 갈색과 청록색 체크 문양이 더해진 재킷을, 브룩스 브라더스는 갈색 재킷에 파란색 줄이 더해진 정장을, 수트서플라이는 회색 바탕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슈트를 출시했다.

소재는 더욱 가볍고 신축성 있는 직물로 진화했다. 둔해 보이는 모직에 그려진 패턴 정장은 이제 옛 스타일이 됐다. 지금은 보온성은 있지만 소재가 얇고, 잘 늘어나는 패턴 슈트가 대부분이다. 양현석 브루노바피 포멀 디자인실장은 “고급스러운 문양 디자인에 활동성까지 더한 ‘캐주얼라이징’이 올가을 남성복에서 인기를 끌 예정”이라며 “착용했을 때 가볍고 움직일 때 편안한 패턴 정장이 대거 나왔다”고 말했다.

패턴 슈트로 X세대만의 개성 드러내


▎1. 브룩스 브라더스 / 2, 4. 수트서플라이 / 3. 구찌 / 5. 솔리드옴므에서 선보인 올해 가을겨울 남성복 패션. / 사진:각 사 제공
이처럼 화려한 패턴 슈트는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이 없는 ‘X세대’와 만나며 활발하게 제작된다. 1990년대 급변하는 사회·문화 트렌드를 이끌었던 ‘변화의 중심 세대’들이 경제력을 갖춘 30대 후반, 40대가 되면서 값비싼 슈트 패션에도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어두운 색상의 정장으로 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내는 어른이 아닌, 환한 패턴 정장을 갖춰 입고 활동적인 에너지를 뽐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의 정장으로 시간(Time)과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춰 옷을 입는 ‘TPO 스타일’을 각양각색으로 연출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한 가지 색상 슈트는 바지와 재킷, 베스트 등과 함께 입을 때 스타일이 완성되지만, 패턴 슈트는 세트로 입어도 좋고 장소에 따라 다른 옷들과 매치해도 자연스럽다. 나윤선 수트서플라이 브랜드팀 차장은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공간에는 패턴 슈트 한 벌을 차려입고, 그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는 청바지에 면 티셔츠를 입고 패턴 재킷을 걸치면 젊은 감각을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턴 슈트의 생명은 몸에 딱 맞는 ‘핏’

그렇다면 패턴 정장을 입을 때 기억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바로 몸에 딱 맞게 입는 ‘핏(fit)’이다. 줄무늬나 체크 패턴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고전 문양이다. 통 크고 펑퍼짐한 디자인에 이 패턴이 더해지면 다소 옛날 패션처럼 보일 수 있다. 전체 패션을 복고풍으로 맞춰 입는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엉덩이를 살짝 가리는 길이에 허리선이 안쪽으로 살짝 들어간 겉옷 아래 통이 좁은 바지를 선택하는 것이 세련돼 보인다.

재킷 안에 입는 상의와 넥타이는 패턴이 없는 것을 추천한다. 화려한 색상의 패턴이 겹쳐지면 오히려 과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킷 색상에 맞춰 같은 색상의 넥타이를 매거나 니트를 함께 입으면 패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바지 앞단에 주름이 두 개 잡힌 ‘투턱(tow tuck)’ 팬츠는 피하자. 패턴에 주름까지 더해지면 뚱뚱해 보일 수 있다.

박명선 패션스타일리스트는 “넥타이 대신 패턴 중 한 가지 색상에 맞춰 행커치프를 꽂고 바지 아래 한 단을 바깥으로 접는 ‘턴업’ 스타일을 하면 더욱 발랄한 멋을 낼 수 있다”며 “패턴 슈트가 아직 부담스럽다면 재킷 안에 검정이나 회색 같은 무채색 카디건을 레이어드해 과해 보이는 분위기를 줄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1811호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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