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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까르띠에 2018 새 하이주얼리 컬렉션 ‘콜로라투라 드 까르띠에’ 

아시아 전통을 보석으로 

파리=정형모 기자
까르띠에가 새 하이주얼리 컬렉션 ‘콜로라투라 드 까르띠에(Coloratura de Cartier)’를 선보였다. ‘콜로라투라’는 18~19세기에 오페라 아리아 등에 즐겨 쓰인 선율 혹은 그 양식으로, 화려한 악구가 빠른 템포로 현란하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음표 하나하나가 날렵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콜로라투라’처럼, 희귀한 형형색색의 원석을 이용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니크 피스로 만들어낸 까르띠에 장인들의 솜씨는 하이주얼리와 함께 밤하늘의 별처럼 영롱하게 빛난다. 지난 7월 초 프랑스 파리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새 컬렉션 공개 자리에는 까르띠에의 새로운 도전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날아온 VIP들과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됐다.

▎세 가지 다른 스타일로 변형이 가능한 요시노 네크리스(YOSHINO Necklace)를 목에 건 모델. / 사진:Warren du Preez & Nick Thornton Jones © Cartier
이번 행사가 여느 때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주얼리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먼저 드레시하게 차려입은 마네킹들에게 목걸이와 반지, 팔찌 등을 착용시킴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직접 착용했을 때의 느낌을 시각적으로나마 오롯이 전달되도록 했다. 두 번째 특징은 전 세계 여러 나라와 대륙의 문화·예술을 마치 세계일주를 하는 것처럼 색상과 스타일로 구분해 담아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환희’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레드와 화이트, 그린과 블랙 같은, 전에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색의 조합을 추구했다. 다양한 컬러를 사용한 수많은 비즈는 세상을 향한 무한한 호기심과 탐험의 쉼 없는 여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까르띠에 측의 설명이다.

총 600점가량의 주얼리가 전시된 행사장에서 까르띠에는 새 컬렉션을 6가지 테마로 구분했다.

첫 번째 섹션은 ‘홀리카(HOLIKA)’. 풍요로움에 대한 기원으로 가득 찬 인도의 전통 축제 ‘홀리(Holi)’에서 영감을 얻었다. 홀리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음을 알리며 이를 축하하는 봄맞이 축제다. 힌 두력으로 12월 보름날 거행되는데, 흰색 옷을 입고 나와 서로에게 형형색색 물감을 뿌려대며 살아 있는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홀리카 브레이슬릿의 대부분을 이루는 카레빛 보석은 크리소베릴 비즈로, 축제 기간 동안 인도의 거리 곳곳에 흩뿌려지는 염료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카나가 네크리스 (KANAGA Necklace) 화이트 골드, 총 7.58캐럿의 오렌지 핑크 스피넬 2개, 총 8.39캐럿의 트라이앵글형 스텝 컷 다이아몬드(G) 2개, 스피넬 비즈, 트라이앵글형 다이아몬드,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 사진:Vincent Wulveryck ©Cartier
사실 까르띠에는 인도와 돈독한 인연이 있다. 1901년 까르띠에는 영국 국왕이자 인도 황제인 에드워드 7세의 아내 알렉산드라 여왕의 의뢰로 인도 스타일의 네크리스를 제작했고, 그로부터 10년 후 인도 델리를 방문했을 때는 당시 만난 여러 마하라자(인도의 귀족)를 고객으로 유치했다. 마하라자 의뢰로 제작하게 된 예식용 주얼리를 위해 세계 최초로 플래티늄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두 번째 테마는 마쯔리(MATSURI). 일본의 축제를 지칭하는 이 말은 이번 컬렉션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축제를 총칭하는 단어로 쓰였다. 축제 때 주로 등불을 사용한다는 것에 착안, 전통 종이등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특히 정교한 디테일을 위해 디자인 과정에서 컴퓨터를 적극 활용했다. CAD를 이용해 반복되는 패턴을 정확하게 설계하고, 이를 장인들이 섬세한 솜씨로 다듬어낸 것. 까르띠에 관계자는 “드로잉은 손으로만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필요하면 컴퓨터의 힘도 빌리자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며 “컴퓨터의 좌우대칭 설계가 워낙 정교해 손으로 깎아 내야 하는 장인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마쯔리 링의 경우 문양을 거북이 등무늬처럼 기하학적으로 구현한 플래티늄 사이로 검정 오닉스를 끼워넣고, 그 위에 싱그러운 그린의 느낌을 간직한 26.20캐럿의 투르말린을 얹어 산뜻한 느낌을 강조했다.


▎1. 홀리카 링(HOLIKA Ring) / 2. 요시노 링(YOSHINO Ring) / 3. 마쯔리 네크리스(MATSURI Necklace) / 4. 홀리카 브레이슬릿((HOLIKA Bracelet) / 5. 마쯔리 링(MATSURI Ring) / 사진:Vincent WulVeryck ©cartier, Warren du Preez & nick thornton Jones ©cartier


세 번째 섹션 요시노(YOSHINO) 컬렉션은 벚꽃으로 유명한 일본의 요시노산(吉野山)에서 영감을 얻었다. 당연히 예쁜 분홍 빛의 구현이 관건이었을 터. 모가나이트·핑크 투르말린·오팔이 만들어내는 ‘핑크핑크’한 느낌이 일본의 벚꽃 축제인 ‘하나미(花見)’를 연상시킨다.


▎오리엔포니 손목시계 (ORIENPHONIE Wristwatch)를 착용한 모델 . / 사진:Vincent WulVeryck © cartier
까르띠에와 일본의 인연은 18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미니멀리즘은 보석 제작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기모노의 허리를 조이는 오비 벨트는 주얼리 디자인에 그대로 적용됐다.

네 번째 컬렉션 카나가(KANAGA)는 원시의 대륙 아프리카가 모티브다. 특히 말리 도곤족의 다마(Dama) 축제에서 거행되는 전통 춤에서 영감을 얻었다. ‘삶과 죽음의 축제’라는 뜻을 가진 이 춤을 출 때, 무용수들은 독특한 형태의 긴 마스크를 쓰고 사롱(sarong)이라는 긴 천을 허리에 두른다. 그 출렁거리는 느낌을 전하기 위해 스트링 기법을 사용했다.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비즈를 모으고 정렬해 주얼리를 제작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고단한 일이다. 까르띠에 관계자는 “카나가 네크리스는 말리 공화국 특산품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피스”라며 “하나하나 보면 스핀의 모양이 다 다른데, 형식미를 이루려고 장인들이 스피넬 비즈를 하나하나 골라내 다시 엮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설명했다.

다섯 번째 오리엔포니(ORIENPHONIE) 컬렉션은 남태평양 원주민들이 신성시하는 조개와 형태가 닮아 있는데, 이 지역 남성들이 종교 의식에서 착용하던 팔찌와 발찌에서 영감을 받았다. 조개 모양을 상징하는 방사형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CAD의 힘을 빌렸고, 1910년대부터 메종의 시그니처 컬러 팔레트로 사용되고 있는 주황색 코럴과 오닉스를 중심으로 사용했다.


▎6. 세 가지 스타일로 변형이 가능한 요시노 네크리스(YOSHINO Necklace) / 7. 크로마포니아 이어링(CHROMAPHONIA Earrings)
마지막은 크로마포니아(CHROMAPHONIA) 컬렉션이다. 헝가리 민속의상인 자수 장식의 플리츠 페티 코트에서 영감을 받았다. 선명한 청록색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아프가니스탄 에메랄드를 중심으로 다이아몬드와 오닉스, 터콰이즈, 만다린 가넷이 완벽한 까르띠에의 컬러 팔레트를 구성한다.

까르띠에 관계자는 “이번 ‘콜로라투라 드 까르띠에’ 컬렉션은 전 세계를 여행한다는 콘셉트로,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지만 아시아로, 일본으로, 동유럽으로 떠나는 모험심을 주얼리에 담아 냈다”고 설명했다. 까르띠에의 모험심으로 가득한 이번 컬렉션은 서울에서는 11월 13일부터 22일까지 포시즌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단, 초청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인비테이션 온리 행사다.

- 파리=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201811호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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