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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BTS-게임 캐릭터(K/DA) 

 

노성호 뿌브아르 대표
어쩌면 BTS를 잇는 세계적인 K팝 스타가 벌써 등장했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최근 뮤비를 낸 게임 속 캐릭터 K/DA다.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는 어쩌면 ‘가장 드라마틱한 문화혁명’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과 세계화로 진짜 숨어 있는 고수들이 세상을 활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가장 혜택을 받은 나라는 한국이다. 인터넷상에서 모두 ‘헤쳐 모여’ 한 다음 인류 누구에게나 투표권을 줬더니 지구상 1등 문화로 ‘한류’가 선택됐다. 그중 가장 핫한 분야가 K팝이고 변곡점을 가져다준 가수가 싸이와 BTS다. 싸이가 K팝의 지명도를 지구 곳곳 알리는 데 공헌했다면 BTS는 K팝 스타도 서구의 비틀즈나 아바처럼 인류의 아이돌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그런데 어쩌면 BTS를 잇는 세계적인 K팝 스타가 벌써 등장했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11월3일 뮤직비디오를 낸 게임 속 캐릭터 K/DA다. 롤(League of legend)로 알려진 미국의 게임회사 라이엇게임즈에서 만들어낸 K/DA는 게임 캐릭터 4명이고, 모두 여성이다. 포인트는 이들이 부르는 팝스타스(POP/STARS)라는 노래다. 완전한 K팝이다.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노래하고 춤도 걸그룹의 멋진 동작을 그대로 흉내 낸다. 이 뮤비는 10일 만에 5000만 뷰를 넘어섰고 아마 연말까지는 2억 뷰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모두 윈-윈 한 대성공이다. 게임업체는 획기적인 마케팅 방법을 찾았고 K팝 걸그룹인 여자아이들(IDLE)의 소연과 미연은 게임 캐릭터인 아칼리와 아리의 역할을 노래와 춤으로 대신하며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수억 명에 이르는 전 세계 게이머가 K/DA 뮤비를 통해 충격을 받았고 K팝의 새로운 고객으로 유입됐다. 워낙 혁명적이고 대단한 성공이었기 때문에 아마 내년부터는 거대 게임업체 대부분이 이처럼 K팝을 내세운 마케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수혜자는 K팝 산업이다.

한국어가 영어와 어울리고 의외로 한국어가 들어간 노래라야 왠지 ‘명품 노래’처럼 들리는 현상은 10월까지는 K팝 유저들에게만 해당됐다. 그러나 게임 캐릭터와 결합된 K/DA가 등장하면서 K팝은 ‘명품 문화’ 단계에 올라섰다. 이 같은 현상은 어쩌면 K팝 산업의 지형도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이미 실패한 가상의 AI 가수가 아니라 친근한 게임 캐릭터이기 때문에 AI 가수의 상업적 성공이 앞당겨질 수 있다.

SM엔터 등 거대 기획사의 역할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의 ‘K팝 + 아이돌’이 중심인 시장에 새롭게 게임 캐릭터가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이다.


자본 대결에서 게임업체와 연예기획사는 규모에서 비교 불가다. 게임업체는 이번 K/DA 뮤비의 성공으로 K팝의 활용법과 비즈니스로서의 가치를 파악했다. 수년 내 연예기획사가 게임업체의 자회사로 흡수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졌다. 한마디로 ‘빅뱅’일 수 있다.

- 노성호 뿌브아르 대표

201812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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