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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길을 찾다]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 

제품에 스토리텔링을 담다 

‘로우로우’ 하면 ‘무인양품이 주목한 브랜드’라는 설명이 따라온다. 본질에 집중하고 가격경쟁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두 브랜드는 닮은꼴이다.

▎2016년 12월 일본의 가나이 마사아키 무인양품 회장이 서울 홍대 부근에 있는 로우로우 사무실을 찾아 이의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이의현 대표 제공
2016년 12월 초, ‘롤 모델’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일본의 가나이 마사아키 무인양품 회장이었다. 연 매출 3조원을 넘는 글로벌 기업 회장이 서울 홍대 부근에 있는 53㎡(16평)에 불과한 조그마한 매장을 찾은 것이다. 30대 젊은 창업가는 마사아키 회장을 본 순간 얼어붙었다고 느꼈다. 1시간 동안 이어진 대화에서 그 창업가는 자신과 비즈니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마사아키 회장은 젊은 창업가의 설명에 맞장구를 치고 칭찬을 했다. 젊은 창업가를 무인양품이 매년 개최하는 ‘양품 콘퍼런스’에 연사로 초대까지 했다. 2017년 11월 젊은 창업가는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에 있는 한 대학교 강연장에서 ‘브랜드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마사아키 회장을 비롯해 무인양품의 파트장 등이 모여 회사의 미래를 논하는 콘퍼런스였다. 요즘 20~30대 젊은이들에게 무인양품만큼이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로우로우(RAWROW)’ 창업가 이의현(35) 대표 이야기다.

2015년에는 페이스북이 직접 로우로우를 초청해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에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로우로우 가방은 가장 먼저 실리콘밸리에서 통했다”면서 “페이스북 팝업스토어에서도 노트북 가방이 바로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자랑했다. 로우로우는 해외 법인 하나 없지만,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해외 매출 비중이 벌써 20%를 넘어서고 있다.

무인양품 회장도 반한 비즈니스 모델


▎제품의 본질과 스토리에 집중하면서 2030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로우로우 창업자 이의현 대표.
글로벌 기업가가 한국의 젊은 창업가를 초대해 강연을 맡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대표의 행보와 로우로우의 비즈니스 모델의 키워드는 ‘본질’과 ‘스토리텔링’이다.

이 대표는 2011년 12월 로우로우를 창업했다. 당시 자본금은 2000만원, 한 살 터울의 친동생과 함께했다. 첫 도전은 가방. 이 대표는 ‘가방은 무엇일까’라는 본질에 도전했다고. 물건을 담는 데 편리하고, 들기에도 편하고, 무엇보다 가격경쟁력이 필요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부근에 작업실을 열었다. 가볍고 튼튼하고 가격경쟁력이 있는 캔버스 재질에 다양한 수납공간을 만들고 잡기 편한 손잡이를 크게 달았다. 제조업체에 가방 300개를 주문했다. 제작비는 1200만 원. 모든 것을 걸고 도전했다. 2012년 2월 초 서울 강남에서 열린 벼룩시장에 가방 10개를 들고 나갔다. 짧은 시간에 모두 팔았다. 용기를 얻어 나머지 가방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편집숍 몇 곳에 입점했다. 그중 한 곳에서 1개월 만에 입점한 모든 브랜드를 제치고 1등을 했다.

브랜드 로고는 한일자(一)밖에 없는 로우로우의 성공 신화가 시작됐다. 이 대표는 “로우로우는 ‘날것’을 뜻하는 raw와 ‘열’을 뜻하는 row를 붙여 만들었다”면서 “본질의 반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제품 본연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나를 소개할 때 ‘가방 장수’라고 하는데, 이 단어가 나의 일을 설명하는 데 본질적이고 명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로우로우 제품에 스토리를 더하기 시작했다. 벼룩시장에서 가방을 처음 산 젊은 건축학도가 입대한다는 소식에 만든 ‘민우 가방’, 아이를 출산한 직원을 위한 ‘기저귀 가방’, 우체부가 쓰던 가방을 복원해 만든 ‘메신저백’ 등 가방에 스토리를 담으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2015년 론칭한 운동화도 마찬가지다. 가볍고 기능성이 뛰어난 신발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300g 미만인 신발에 ‘우유 한 팩보다 가볍습니다’라는 스토리를 입혔다. 2016년 론칭한 티타늄 재질의 안경 브랜드 R EYE에도 스토리가 담겼다. 티타늄 제조 노하우가 있는 대구의 대한하이텍과 손잡으면서 티타늄 제조 장인을 내세웠다. ‘100원짜리보다 가벼운 안경’, ‘제조사 대표가 제조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 공장에 위장취업을 했다’ 등 다양한 스토리가 담기면서 인기를 끌었다.

로우로우 제품은 이렇게 본질에 집중하고 제품에는 스토리가 담겨 있는 게 특징이다. 2030의 감성을 움직였고, 젊은이들은 팬이 됐다. 가방과 신발, 안경 판매로 지난해 60여 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대표는 “올해 매출은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자랑했다. 지난 9월에는 여행용 캐리어도 론칭했다. 1차로 출시한 제품 4000여 개가 완판됐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조그마한 작업실에서 시작된 로우로우의 오프라인 매장은 현재 5개로 늘었다. 백화점, 면세점과 W호텔 등에도 입점했다. 2명으로 시작했던 구성원은 어느새 17명(매장 직원을 포함하면 40여 명)으로 늘어났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이의현 대표의 역할이 궁금해졌다. 그는 디자이너 출신이 아니지만 로우로우 제품의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그의 다채로운 경력 덕분일 것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병행수입 제품을 팔아 용돈을 마련했고, 리바이스코리아와 3QR 브랜드 론칭 기획팀장, esco 브랜드 론칭 기획팀장, 패션비즈 미국 리포터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 대표는 “다양한 경험을 했고 로우로우 경영에 도움을 받았다”면서 “무엇보다 제품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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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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