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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옌의 최고 투자자가 들려주는 ‘될성부른 글로벌 기업’ 투자 방법 

30억 달러짜리 만남 

Alex Konrad 포브스 기자
벤처 투자 역사상 최고의 횡재를 기록할 투자 계약은 제안서도 받지 못하고 무산될 뻔했다. 2011년 벤처투자사 인덱스벤처스에 새로 합류한 얀 해머(Jan Hammer)는 인덱스에서 아직 투자 계약을 한 건도 올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때 그가 만난 사람이 바로 애드옌(Adyen)의 피터 반 데르 두스(Pieter van der Does) CEO다.
디지털 결제업체 애드옌은 이미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서 투자금 없이도 흑자 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둘은 함께 파트너가 될 방법을 찾았고, 결국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6월 IPO를 마친 애드옌의 시가총액은 같은 해 11월 190억 달러를 넘어섰고, 덕분에 인덱스가 보유한 지분 17%의 가치는 30억 달러를 넘게 됐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 스타트업 로빈후드에도 투자했던 해머는 애드옌에서 올린 엄청난 수익 덕분에 2018년 유럽 벤처투자자 순위 ‘미다스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런 해머가 애드옌 투자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일까?

계약은 반드시 체결한다

반 데르 두스를 만나러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길, 해머는 어떤 말로 그를 설득할지 모든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애드옌의 디지털 결제 서비스는 이미 시장에서 인기가 좋았고, 해머를 비롯한 인덱스 투자 담당자들은 애드옌에서 ‘대박’ 냄새를 맡았다. 스타트업 애드옌의 첫 고객사 중 하나인 그루폰(Groupon)은 애드옌을 유럽 시장용 결제 플랫폼으로 결정한 후 35개 시장에서 서비스를 신속히 시작했다. 질투가 절로 나는 규모,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그때까지 애드옌이 모집한 투자금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받은 200만 유로가 전부였다.

당시 인덱스에 합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해머는 영국 배달앱 저스트잇(Just Eat) 투자로 이미 계약을 한 번 경험한 상태였다. 그러나 파트너인 도미니크 비달은 다른 파트너들의 요구에 따라 해머에게 그의 첫 번째 투자가 될 애드옌이 정말 좋은 결정인지 확실한 대답을 원했다. “어느 정도로 확신해요?” 당시 비달이 한 질문이다. 해머는 “우리 집을 담보로 대출 받아서 투자할 만큼이요”라고 답했다.

난관은 더 있었다. 애드옌은 투자를 원하지 않았다. 이를 알게 되면서 해머는 결국 계약을 포기하려 했고, 그때 반 데르 두스가 포기는 이르다고 해머를 잡았다. “일단 제안을 해보세요. 제안도 하지 않고 끝낸다면, 같이 일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끝날 겁니다.” 반데르 두스가 한 말이다. 영업 분야에서 오래된 격언, ‘계약은 반드시 체결하라(Always be closing)’를 읊어준 셈이다.

인덱스는 과정을 단순히 하기 위해서 두어 줄 정도 정보를 넣어 제안서를 작성했다. 반 데르 두스도 월례회의를 하자는 간단한 답을 보내왔다. 애드옌이 다음 투자 라운드에 나선다면 지분 값은 엄청나게 높아질 것이 뻔했다. 해머의 전 직장인 제너럴 아틀랜틱은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차기 투자라운드에서 애드옌의 기업가치를 10억 달러 이상으로 책정한 상태였다.

해머가 애드옌을 보면서 가장 감탄했던 건 회사의 높은 수익성이나 외부 자금 없이도 지속될 수 있는 풍부한 자금뿐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유럽의’ 결제 플랫폼으로 한정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는 확장성이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었던 애드옌 창업자들은 같은 비전을 공유한 투자자를 원했다. 인덱스가 애드옌을 만났을 때, 애드옌은 이미 여러 유럽 투자펀드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상태였다. 그러나 애드옌은 이들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이들의 활동이 특정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장 위대한 기업은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법”이라고 해머는 말했다.

애드옌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인덱스의 지원을 받고 싶어 했다. 스트라이프를 비롯한 스타트업들은 이미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규모를 키워가고 있었다. 애드옌은 보스턴에 작은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2012년에는 샌프란시스코에도 사무소를 열었지만, 2년 뒤 회사 최고영업책임자 롤란트 프린스는 더 빨리 미국 사무소를 열어야 했다고 후회했을 정도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던 인덱스는 애드옌의 미국 총괄 매니저를 찾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러나 애드옌이 원한 건 미국 시장뿐만이 아니었다. 2011년 애드옌은 브라질에 사무소를 열었고, 현재는 멕시코시티와 베를린, 싱가포르 등 주요 도시에서 15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 애드옌의 총매출에서 비유럽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31%로 증가했다.

인덱스와 해머는 기업가치를 56억 달러까지 끌어올린 주식매매 앱 로빈후드의 성공전략을 따랐다. 이전에도 인덱스는 킹, 혹은 슈퍼셀과 같은 모바일게임 업체 사용자를 전 세계로 넓히면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유럽 디스카운트’는 가라

인덱스와 해머는 벨기에 연구소에서 개발한 데이터 거버넌스 툴 ‘콜리브라(Collibra)’와 또 다른 네덜란드 기업 ‘엘라스틱(Elastic)’처럼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다이아몬드 원석을 유럽에서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해머는 스타트업 투자에서 유럽 기업이라면 무시를 받았던 ‘유럽 디스카운트’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말한다.

2018년 유럽 최고 벤처투자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애드옌과 핀테크 업체 아이제틀(iZettle), 스포티파이(Spotify) 등 투자기업의 이름이 종종 겹치는 걸 볼 수 있다. 그러나 해머는 특정 기업으로 쏠림 현상은 7~8년 전 유럽의 스타트업 순위를 보여주는 후행지수일 뿐, 지금 당장의 시장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벤처투자사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스타트업이 전보다 훨씬 많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성과 수익성, 현금흐름, 전략적 가치를 가지고 오래 살아남을 기업은 어디서나 개발될 수 있어요. 유럽은 아직 미국보다 규모가 작지만, 성장 속도는 더 빠릅니다. 이전만 하더라도 창업을 하려면 실리콘밸리로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죠.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어디서든 클 수 있죠.”

- Alex Konrad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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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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