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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방산 개편의 속뜻 

 

김영문 기자
한화그룹 내 방산부문과 화약부문이 3년 만에 다시 합쳤다. 핵심 주력산업인 방산사업 CEO엔 전통 한화맨 대신 삼성전자 출신의 경영혁신 전문가를 앉혔다. 외부 인사에게 중책을 맡길 만큼 야심 찬 조직개편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업경쟁력 강화보다 승계 목적으로 보기도 한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살펴봤다.

▎한화지상방산이 독점적으로 생산해 온 K9 자주포는 육군 공격무기로 한국 육군에 1000문 이상 배치돼 있다.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지상방산·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

한화그룹의 방산 계열사다. 한화그룹은 2015년부터 인수합병에 나서 한국 육해공군 무기를 모두 아우르는 공급체계를 구축했다. 삼성과 진행한 빅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구 삼성테크윈)·한화탈레스(구 삼성탈레스)를 세웠고, 두산에서 두산DST를 넘겨받아 한화디펜스까지 갖췄다. 여기에 최근 한화S&C와 합병해 총수 일가의 ‘간접지배’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화시스템은 한국군의 레이더 등 군용 전자장비기기 납품사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국내 1위 방산 기업으로 기존 탄약·정밀유도무기에서 자주포·장갑차·항공기·함정용 엔진과 레이더 등 방산 전자부문까지 진출했다.

최근 한화그룹은 방산 경쟁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방산 계열사 간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지상방산은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의 흡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자주포·장갑차·대공무기를 생산하는 한화지상방산이 한화디펜스를 흡수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래 두 축으로 재편된다. 합병 후 조직을 설명하면 이렇다. 일단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지분(52.91%)을 보유하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지상방산(100%)→한화디펜스(100%) 순으로 이어졌던 지배구조는 한화에어로 스페이스→한화지상방산(100%, 합병 사명 미정)으로 정리된다. 결국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항공·방산 중간 지주사 격)→한화지상방산·한화시스템·한화정밀기계·한화파워시스템·한화테크윈 등 자회사로 연결되는 구조가 완성된다.

삼성전자출신 경영혁신 전문가가 한화 방산 주도


흡수합병의 신호탄이 된 9월 인사도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한화의 화약과 탄약을 통합하면서 이태종 ㈜한화 방산부문 대표(부사장)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기술자문 역할을 맡았다. 방산부문 대표이사 자리엔 삼성전자 출신의 경영관리·혁신 전문가인 옥경석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손재일 한화지상방산 대표는 ㈜한화 지주 경영부문으로 발령 났고, 방산사업 미래전력기획 전문가로 활약했던 이성수 한화디펜스 대표이사가 한화지상방산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사업개편에 대해 “그룹 내 중복되거나 연관성이 높은 사업을 합치는 게 주요 목적”이라며 “방산 계열사 간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 경영 효율화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외부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방산을 보는 회의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세 가지 측면에서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먼저 이번 구조·조직 개편이 방산분야 경쟁력을 키운다기보단 승계 목적이라는 시각이다. 한화 방산부문의 핵으로 떠오른 옥 대표는 건국대 경제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세무학과를 졸업한 삼성전자 출신 재무 전문가다. 삼성전자에 몸담았던 30년 경력을 보면 더 뚜렷해진다. LCD사업부 지원팀장, DS부문 경영지원 실장, 부사장 등을 역임하는 동안 방산 전문가라기보다는 삼성의 지배구조에 밝은 경영관리·혁신 전문가라는 게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지난 10월 한화그룹이 밝힌 사업구조 재편과 미래성장전략을 봐도 그렇다. ㈜한화가 향후 화약·방산 부문을 한화지상방산이나 한화시스템에 넘기는 등 일부 사업을 양도한 것과 경영승계가 묘하게 물린다. 증권업계 한 고위임원은 “알짜 방산에서 일부 사업을 떼어내 순수 지주사로 만들 경우 김동관·김동원·김동선 등 3세로의 경영 승계는 한층 더 수월해질 수 있다”며 “특히 한화S&C(SI 업체)와 한화시스템(방산전자 업체)을 합병하고,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2018년 11월 기준, 합병 후 한화시스템 보유 지분 14.5%)의 지배력을 한층 더 키울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원한 한화 측 한 고위임원의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대외적으로 이번 인사의 핵심은 사업 유사성이 높은 화약·방산 부문의 통합이었다”며 “두 사업을 합쳐 시너지를 높이기로 했지만 보안상 이유로 충북 보은 사업장에서 민간산업용 화약을, 충남 대전과 전남 여수 사업장에서 방위산업용 화약을 생산하는 구조를 완전히 통폐합하긴 어렵다. 통합이라는 방향성만 꺼냈을 뿐 사업장, 관련 부서를 합치는 실무적인 사항조차 점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부에선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사업본부에 있었던 옥 대표를 앉힌 것은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주도하는 태양광 사업을 전면에 세우기 위한 것이라 말까지 나돌 정도”라고 덧붙였다.

K-9 자주포 5년간 1708회 고장 보고


다음으로 무기의 품질 논란이다. 지난해 8월 18일 한화지상방산이 한국군의 ‘명품’ 무기로 표방했던 K-9 자주포 사고가 발생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K-9 자주포가 2발을 쏘고 3발째 발사 대기 상태에서 포 사격을 하기 전 포신을 밀폐하는 폐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탑승인원 7명(안전통제관 2명 포함) 중 2명이 사망했다.

물론 제원만 보면 세계 정상급 자주포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출 실적도 좋았다. 2001년 터키(10억 달러), 2014년 폴란드(3억1000만 달러)에 이어 올해는 핀란드(1억4500만 유로)·노르웨이(2452억원, K10 탄약운반장갑차 6대 포함)등과 수출 계약을 성사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앞서 본 사고도 1997년 12월 개발 당시 사고와 유사하다. 2009년 이후엔 기동 관련 갖가지 불량이 나왔고,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 해병대가 연평도에 배치했던 K-9 6문 중 2문이 작동하지 않았다. 2016년 국정감사 땐 5년간 1708회 고장이 보고됐다는 자료도 나왔다. 일각에선 일반적인 고장 수준이라지만, 대당 가격 40억원을 호가하는 이 무기를 1000여 문이나 실전 배치한 육군 입장에선 난감하다. 이 밖에 ▶인증 문제로 다연장 로켓(MLRS) 무유도탄을 장착할 수 없는 천무(㈜한화) ▶날씨가 추우면 얼음이 엔진 속으로 들어가거나 과속 후 정지현상이 나타나는 수리온 엔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이 기술이전을 거부해 이스라엘 엘타사의 도움 없이 만들 수 없는 AESA 레이더(한화시스템) ▶침수사고 논란을 일으킨 K-21 보병장갑차(한화디펜스) 등도 있다. 육군과 공군 입장에선 딱히 대체할 국산 무기·장비도 없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독과점 얘기가 나온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 연구위원은 “2016년 기준으로 한국 중소기업의 방위산업 생산 비중은 16.2%에 불과해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생산의 72.7%를 차지하는 불균형적인 산업 생태계 구조를 보인다”며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국내 방위산업의 외형이 성장해도 고가의 핵심 구성품·부품은 해외에서 조달하고 완제품 체계 종합에만 의존하는 생태계로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 또한 점차 좁아지고 있다. 11월 초 나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화그룹 방산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8479억원이었지만, 당기순이익은 매출액의 3.6% 수준인 2483억원에 불과했다. 단순 비교는 무리지만, 지난해 세계 1위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거둔 매출 479억8500만 달러(약 54조3000억원)에 비하면 10%를 좀 넘는 수준이다.

한화그룹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회사 측은 “사업적인 시너지를 고려한 결정일 뿐”이라며 “K-9 자주포를 비롯한 한화 방산 무기가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또 이번 방산부문 인사와 합병은 경영승계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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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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