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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얼 크리에이터(5)] 조근호 법무법인 행복마루·행복마루 컨설팅㈜ 대표이사 

“조직원들의 삶이 즐겁지 않으면 조 직의 성과도 무의미하다” 

신수진 심리학자
1983년 최연소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해 28년간 검찰에서 사법연수원 부원장, 대전지검장, 서울 북부지검장, 부산고검장, 법무연수원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한 조근호 대표는 검찰 재직 시절 조직혁신을 주장하며 기업경영 기법을 검찰에 실험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1년 행복마루 법무법인과 행복마루 컨설팅(주)을 설립하고 ‘경영하는 검사장’에서 ‘철학하는 경영자’로 변신한 그를 만났다.

▎조근호 대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기업 비리 감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적인 업무 영역을 개척했다.
조근호 대표는 인생과 행복에 대해 일상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한국에서 중장년 남성이 자신의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가슴속에 품은 불덩이에 대해 진솔한 글을 쓰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인생의 목표를 묻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상대가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법률가라면 더욱이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사법 시험에 합격해 1983년 최연소 검사가 됐다. 이후 28년간 검찰에 근무하며 사법연수원 부원장, 대전지검장, 서울 북부지검장, 부산고검장, 법무연수원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검찰 재직 당시 조직혁신을 주장하며 기업경영 기법들을 적용한 실험에 앞장섰다. 대전지검장으로 부임한 2008년 3월에 쓰기 시작한 ‘조근호의 월요편지’를 지금까지 540회 이상 지속하고 있으며, 이를 정리한 저서 『조근호 검사장의 월요편지』, 『오늘의 행복을 오늘 알 수 있다면』, 『당신과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등을 출간했다. 2011년 설립한 행복마루 법무법인과 행복마루 컨설팅(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기업 비리 감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적인 업무 영역을 개척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경영하는 검사장’에서 ‘철학하는 경영자’로 변신한 조근호 대표와 행복을 찾아가는 인생 연구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기적 시기나 사건을 순차적으로 말씀해주세요.

2001년에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됐습니다. 40대 초반에 대한민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겁니다. 국가에 대해 고민했고 시야가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혁신 경영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결국 행복이라는 화두를 품게 됐습니다. 한국 검찰을 바꾸는 것이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는 길이라고 믿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혼자만의 설렘으로 시작했습니다. 총장께 건의해서 혁신추진단을 만들고 단장을 맡았습니다. 혁신의 툴인 식스시그마를 도입하고 업무 공간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업에서나 하던 일을 검찰 내부에서 진행했을 때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대전지검장으로 부임했습니다. 조직원들의 삶이 즐겁지 않으면 조직의 성과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월요편지도 이때 쓰기 시작했고요. 2011년에 행복마루 법무법인과 행복마루 컨설팅을 만들어서 돈과 사업의 의미와 가치를 지금도 배워가고 있습니다.

검찰에 계시다 기업을 운영하니 조직문화의 차이도 크고 과제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2008년 시작한 ‘월요편지’는 지금껏 540여 회를 썼고 약 5000명이 받아 본다.
검사는 과거를 잘 복원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선을 항상 뒤에 둡니다. 그런데 사업은 시선을 미래에 두어야 합니다. 작년에 매출을 많이 올린 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검찰에서 혁신 과제를 수행하면서 앞을 보는 일을 꽤 했다고 생각했지만 정글과 같은 비즈니스 세계는 많이 다르더군요. 검사와 변호사의 역할 차이도 큽니다. 기본적으로는 둘 다 정의를 다루는 법률가입니다. 변호사의 문제는 정의와 돈을 같이 추구하기 때문에 정의롭지 못할 가능성이 생겨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변호사를 하면서 이 점에 대한 저의 생각을 확고하게 정리했습니다. 돈을 외면할 순 없지만 돈의 가치를 달리 봐야 합니다. 의뢰인의 행복에 비례해서 의뢰인이 만족한 정도의 보상을 받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행복마루 법무법인과 행복마루 컨설팅의 업무 연결고리는 어떻게 설정하셨습니까?


컨설팅 사업 초기에는 기업의 내부 비리 감사 업무를 외부에 맡긴다는 발상 자체가 전무했기 때문에 우리 서비스를 병원의 건강검진에 비유하고 설명하면서 시장을 개척해왔습니다. 7년 전 행복마루 컨설팅이 직원 4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30명 규모로 커졌고 매년 10~15%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사업 모델을 고심하면서 대검 중앙수사부와 같은 인력구조에 착안한 협업감사 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기업 내부 비리에 관한 메스와 백신 역할을 모두 담당하는 것이지요. 우리 컨설팅의 업무 특성상 대체로 법률 이슈가 뒤따릅니다. 그래서 형사적으로 고발·고소가 필요한 단계에서 행복마루 법무법인이 함께 일을 처리하게 됩니다. 그간 기업 환경이나 내부 감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우리의 사업 모델도 진화해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기업의 부정과 비리를 제거하는 일은 그 자체로 혁신의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노력하고 있는데 기초 환경이 비리로 얼룩져 있으면 의욕과 사기를 떨어뜨리게 되니까요.

월요편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0년 넘게 스스로 마감을 정하고 그 약속을 지키면서 계속하는 힘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십니까?

내일을 준비하는 겁니다. 처음엔 직원들을 세워 두고 하는 조회가 너무 형식적이고 진부해서 그 대신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저 자신과 아이들의 미래에 더 중요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제가 80세가 돼서 50세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면 잘 안 듣겠죠. 하지만 한참 활발하게 일하는 시기에 제가 겪은 일상으로부터 나온 저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두면 충분히 참고가 될 것입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저의 관심사나 제가 겪는 일들, 그에 대한 저의 생각을 역동적으로 기록합니다. 요즘은 편지를 쓰면서 은퇴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제 모습도 봅니다. 사회적 성취에만 취해서 장년기를 보내고 나면 노년기에 접어들어서 당황하거나 외로워하게 됩니다. 편지는 저의 미래를 위한 마음 준비이기도 합니다.

독자 입장에서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기도 하던데 조심스럽거나 불편하지는 않으세요?

월요편지는 행복에 관한 저의 탐구 기록입니다. 저의 질문은 이런 겁니다. ‘우리는 왜 불행하다고 느낄까?’ 나는 나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알아요. 나의 뱃살과 근육을 다 아는 겁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생활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아주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뱃살보다 멋진 타인의 근육만 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자신을 행복하지 못하게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강한 면과 약한 면이 있고 행복과 불행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는 입장에서는 스스로가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없을 만큼 나약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압니다. 월요편지에는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공개합니다. 그러다 보니 넘어지고 속상하고 울먹이는 부분을 더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누군가는 부러워하거나 비난하거나 측은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회고록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기록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는 동시에 자신을 객관화해서 관점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지속하시는 거네요.


제가 몽테뉴를 좋아하는데 그분이 모든 것을 실험하려 했습니다. 그는 10여 년간 판사를 했고 40세에 은퇴한 후 20년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인상적인 실험을 많이 하셨죠. 말에서 떨어져보면 어떨까가 궁금하면 실제로 떨어져보는 식이었죠. 저도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가만히 있으면 절대 앞으로 갈 수 없거든요. 실험적인 시도를 해야만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검사 생활을 마무리할 즈음에 성공이 무얼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제 생각에 ‘성공은 어제보다 오늘을 더 잘 사는 것’입니다. 경영학 이론에 ‘측정되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저의 하루를 계량화할 수 있는 지표들을 설정하고 하위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스스로 점수를 매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어제의 점수와 오늘의 계획을 점검하고, 월별로 통계를 내서 분야별로 과제에 대한 성취도를 점수화한 후 다음 단계의 과제를 정합니다. 건강, 가족, 학습, 인간관계, 자산 등 중요한 과제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지요.

과업 지향적인 디테일에 강하시지만 지향점이 행복으로 수렴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행복은 과연 뭘까요?

저는 행복을 ‘목표 지향형 인간에 대한 진화론적 보상’이라고 정의합니다. 성공은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지만 행복은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만약 행복이 목표라면 ‘나는 내일 12시에 행복하겠다’가 가능해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진화에 유리한 행동이 성공을 이끌고, 성공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바로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부족하고 결핍된 것이 행복의 전제 조건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행복해질 수 없고 부족한 환경을 극복하면 행복해집니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야 합니다. 제 목표는 인격의 완성입니다. 돈이나 명예, 권력이 중요한 목표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패배자가 됩니다. 그런데 ‘인격의 완성’을 목표로 삼으면 이건 개인의 노력에 달린 문제가 됩니다. 인생에서 스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가 원하는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고민을 처절하게 하면서 공부를 통해서 얻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행복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박스기사] 즉문 즉답


▎조 대표는 하루를 계량화할 수 있는 지표를 설정하고 성취도를 점수화한다.
1. 10대 시절 장래 희망은?

물리학자. 수학을 잘했고 퀴리부인 전기를 읽고 꿈을 품었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좌절됐다.

2. 20대 시절 가장 몰두했던 일은?

스물셋에 검사가 되어 사람과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잃지 말자 다짐했다.

3. 40대에 품은 인생의 목표는?

검찰 혁신과 행복 경영. 변화를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4.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개방성,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성, 어떤 현상이든 구조화하는 설명력.

5. 앞선 인물로부터 받은 물적·심적 유산은?

아버지로부터 좋은 머리, 어머니로부터 고난을 견디는 힘.

6. 현재의 나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는 사람은?

『수상록』의 저자 몽테뉴.

7. 좋아하는 책이나 물건은?

빨간 로퍼. 『멋진 인생을 원하면 불타는 빨간 구두를 신어라』의 저자인 김원길 ‘안토니’ 대표가 만든 한정판 구두.

8. 충전이 필요할 때 찾는 장소나 사람은?

코리아 C.C. 내에 있는 세컨하우스. 계절의 빛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걷는다.

9. 휴식할 때 주로 하는 행동은?

고전을 읽으며 저자들과 대화.

10.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인격의 완성. 월요편지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11. 한국의 청소년이나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

인생에 대해 공부하라. 인생은 저절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 신수진은… 심리학자이며 예술기획자다. [더 리얼 크리에이터]를 연재하면서 문화예술과 경영을 관통하는 창의성의 비결을 탐구하고자 한다. 차별적 성과를 만드는 경험과 생각의 연결고리 속에서 새로움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812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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