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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진실(2) 

수소차 사업의 양면성 

이기준 객원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수소차 육성 의지를 드러낸 뒤 수소차가 친환경차의 미래라는 언론의 수소차 예찬이 쏟아지고 있다. 수소차가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의 규제와 지원 부족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과연 사실일까. 수소차의 민낯을 들여다 봤다.

▎수소차는 친환경의 미래일까. 현대의 수소차.
문재인 정부가 수소차 사업에 급격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달 유럽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바쁜 일정 중에 굳이 시간을 쪼개어가며 프랑스 파리에서 수소차 현대 넥쏘에 탑승하는 퍼포먼스를 보인 것은 상징적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참모 상당수는 문 대통령이 특정 기업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수소차 시승식을 만류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수소차에 정부 지원을 하고 있고, 수소경제 생태계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수소차 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에도 판교에서 수소차 시승 행사를 가졌다.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달 말엔 이낙연 국무총리가 경찰버스를 수소차로 바꾸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11월 중순 국토교통부는 수소 충전소를 상업지역 등 도심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해찬, 손학규, 안호영 등 여야 국회의원들도 앞다퉈 수소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자체도 가세했다. 전라북도는 2030년까지 9700억원을 투자해 수소 승용차와 버스를 보급하고 충전소 24개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처럼 수소차 밀어주기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수소차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우수한 우리 기술이 세계적으로 꽃피우도록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출시한 이래 울산에 세계 최초의 수소차 양산 공장을 설립하는 등 줄곧 이 분야를 선도해왔다.

그럼에도 현대차의 수소차 판매 실적은 썩 좋지 않은 형편이다. 올해 상반기 넥쏘 판매 대수는 179대에 불과하다. 업계와 일부 언론은 규제가 너무 심하고 정부 지원이 적은 탓에 수소차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후발주자 일본에 추월당할 위기라는 주장을 펴왔다. 올해 들어 문재인 정부가 이 주장에 화답하며 규제 완화 등 각종 지원책을 내밀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최근 상당수 국내 언론도 이에 발맞춰 수소차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서구에선 이미 10년 전 외면당해

현대차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차 기술을 보유한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까지도 수소차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소차는 독일 기업에서 먼저 개발됐다. 1994년 메르세데스-벤츠가 첫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후 제네럴모터스(GM),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이 2000년 중반까지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했지만 이후 손을 뗐다. 한때 수소 연료전지를 친환경차의 미래라고 극찬했던 다임러는 지난해 연료전지를 미래의 주요 사업계획에서 배제했다. 2016년 IHS오토모티브의 연구에 따르면 수소차는 2027년에도 전 세계 자동차의 0.1% 수준인 7만 대 보급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국내 업계의 주장대로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친환경적이고 성능이 뛰어나다면 왜 거의 모든 자동차 기업이 수소차 기술을 외면했을까? 수소차는 가격이 비싸 시장성이 매우 떨어지는 데다 심지어 그다지 친환경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충전이 5분 내에 끝나고 한 번 충전으로 일주일간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그 외 모든 면에서 전기차보다 못하다는 것이 지난 20여 년간 진행된 연구와 실험 끝에 나온 결론이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화석연료와 경쟁에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향후 이를 완전히 대체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안 수소 연료전지는 이렇다 할 기술적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자동차 업체 대다수가 차세대 친환경차로 전기차에 주력하는 이유다.

클라우스 프뢸리히 BMW그룹 R&D 총괄이사는 지난 3월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인터뷰에서 “연료전지는 대형 차량에 사용하는 방안이 주로 연구되고 있다”며 “이 추세가 계속되면 연료전지는 트럭, 버스 등 우리가 사업을 하지 않는 상용차 부문에서만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MW의 미래 사업과 별 상관 없는 기술이란 얘기다. 아우디 R&D부문 이사를 지냈던 페테르 메르텐스도 “향후 전고체전지(solid-state battery)가 연료전지보다 대량 생산과 사용에 훨씬 적합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고체전지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현재 여러 기업에서 연구 중이다.

다른 나라 정부라고 수소차에 주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초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수소차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2003년 2월 부시는 수소 연료전지에 1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연료전지를 통해) 미국은 이제 해외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기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정책은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뒤집어졌다. 2009년 미국 정부는 연료전지 개발비를 대폭 삭감했다. 당시 스티븐 추 에너지부 장관은 이 결정을 발표하며 “수소 연료전지 기술에 산적한 과제가 많고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소 연료전지의 실용성은 미국에선 2000년대에 이미 다 논의가 끝난 얘기다.

수소차의 문제는 크게 가격 대비 효용과 환경오염 두 가지로 나뉜다. 동력원이 되는 수소를 생산하는 순간부터 이를 전기로 만들고 재충전하기까지 모든 과정에 이 두 문제가 촘촘히 들어차 있다.

가격 대비 효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에너지 효율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과학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2006년 4월호 기사에 따르면 전기 100을 이용해서 수소를 만들어 수소 연료전지를 돌리면 전기 20~25가 생산된다. 80% 안팎의 에너지가 연료전지를 돌리기까지의 과정에서 소멸되는 셈이다. 반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이 수치는 75~80이다. 즉 같은 양의 전기로 전기차는 수소차의 3~4배 거리를 더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수소차의 전력기관은 수소 연료전지다. 말 그대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전지를 뜻한다. 수소를 산소와 결합하면 물과 함께 전기에너지가 발생한다. 수소차는 이 전기에너지를 동력으로 삼고 물은 수증기로 배출한다. 수소만 넣어주면 산소는 공기 중에 있는 것을 이용하고, 배출하는 것은 순수한 물뿐이니 친환경적이라는 것이 일부 업체의 주장이다.

‘가성비’ 낮고 환경오염 적지 않아


▎수소 충전소인 서울 마포구 상암수소스테이션에서 충전소 관리자가 수소 연료 주입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주장은 반만 사실이다. 수소 연료전지의 환경 문제는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수소는 대부분 천연가스에 열을 가해 만들어진다. 메탄을 함유한 천연가스에 700도 이상의 고온 증기를 가하면 메탄이 촉매와 반응하며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데, 이 방식을 증기메탄개질(SMR)이라고 한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수소의 95%가 이런 방식으로 생산된다. 문제는 수소와 함께 생산되는 온실가스 이산화탄소다.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오염물질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이다.

재생자원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등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대안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런 대안은 안 그래도 비싼 수소 가격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한다. 저렴하면서 오염이 없는 수소 생산법은 현재 여러 곳에서 연구 중이지만 전부 기초 실험 단계로 상용화는 기약이 없다.

수소차가 온실가스를 어느 정도 배출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이미 수년 전에 나와 있다. 미국의 과학자 단체인 참여과학자모임(UCS)에 따르면 현대 투싼 수소차의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수소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기름 연비 16㎞/l인 자동차가 배출하는 양과 같다. 투싼 가솔린 모델의 연비가 10~16㎞/l인 것을 감안하면 수소차에 어느 정도 온실가스 절감 효과는 있다. UCS는 가솔린형 투싼의 1마일(1.6㎞)당 온실가스 배출량 436g, 수소형은 286g으로 수소차에 약 34%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34% 절감 효과가 나쁘지는 않지만, 문제는 다시 가격 대비 효용이다. 투싼 수소차는 8000~9000만원, 가솔린차는 2000~3000만원대다. 수소차가 비싼 이유는 연료전지가 비싸기 때문이다. 일반 자동차의 가격에 차체 가격 못지 않은 연료전지 가격이 포함돼 2배 이상의 가격대가 형성된다. 연료전지는 백금, 티타튬, 탄소섬유 등 고가의 소재를 필요로 한다. 이 소재를 보다 저렴한 물질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 환경을 생각하면 수천만원 정도의 차이는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훨씬 저렴하고 나은 대체제가 있다. 바로 전기차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주행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할 때 평균 1마일당 207g, 완전 전기차는 156g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수소차보다 적은 양이다. 가격도 4000~5000만원대로 수소차의 절반 수준이다.

수소차는 자동차 외에 들어가는 부대비용에서 경쟁력이 낮다. IHS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수소 충전소는 전기차 충전소보다 개 당 최소 300만 달러(약 34억원) 더 비싼 데다 입지 조건도 훨씬 까다롭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 충전소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수소 가격도 만만찮다. 현재 수소차는 완충에 약 6만원이 들어 가솔린과 큰 차이가 없지만 전기차는 6000원으로 거의 10분의 1 가격이다.

그렇다면 연료전지는 전혀 쓸모가 없는 걸까. 연료전지의 장점은 앞서 말했듯이 전지 용량과 충전 속도다. 많아야 ㎏당 200Wh의 전력을 저장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연료전지는 그 4배가 넘는 ㎏당 900Wh 정도를 담을 수 있다. 또 연료전지를 완전히 충전하는 시간도 5분 내외로 짧다. 최신형 배터리 충전기가 급속 충전 시간을 15분까지 단축한 사례가 있어 이런 장점들도 머지않아 전기차에 따라잡힐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견해가 곳곳에서 제기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용량과 충전 속도 측면에선 수소차가 앞서고 있다.

틈새시장에선 수요 충분할 듯

이 장점을 살리려는 시도가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방 분야다. 미국 육군 전차연구개발센터(TARDEC)는 GM과 손잡고 군용 수소차를 제조했다. 지난달엔 미국 에너지부와 군용 연료전지 연구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군사기관이 연료전지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바로 소음 때문이다. 연료 전지나 배터리에선 가솔린 기관과 같은 소음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은밀한 기동이 가능하고 차량을 이용한 정찰이나 기습 등 작전 수행이 용이해진다.

작전지역에선 충전소를 찾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한 번 충전에 30분씩 대기할 여유도 없으므로 자주, 오래 충전해야 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군용으로 쓰기에 좋지 않다. 한 번 충전으로 600㎞를 주행하고 기지에 돌아와서 5분이면 충전이 끝나는 연료전지가 훨씬 군사 목적에 적합하다.

연료전지의 장점은 일부 산업 부문에서도 환영받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연료전지 개발업체 플러그파워의 지분 23%를 인수하고 이 업체 제품을 자사의 창고 내 물류 운반 기계에 탑재하고 있다. 이 기계는 기존엔 배터리 충전식으로 운용됐으나 아마존은 충전 기간 동안 노동력 손실이 지나치게 크다는 판단하에 동력을 연료전지로 바꿨다. 실내에서 운용되는 기계의 특성상 매연과 소음이 적어야 한다는 필요 조건을 연료전지는 완벽하게 충족한다. 미국 과학지 MIT테크놀로지리뷰는 “비록 틈새시장이기는 하더라도 연료전지를 필요로 하는 곳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게 우리가 다니는 도로 위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기준 객원기자

201812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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