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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한 주택의 하자와 책임 소재 

 

전국에 월세 가구는 450만 가구가 넘는다. 내 집을 빌려주고, 남의 집에 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집에 생긴 각종 하자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도 ‘뜨거운 감자’다. 사는 사람 탓인가, 제대로 고치지 않고 빌려준 주인 탓인가. 상담 사례를 토대로 따져봤다.

임차한 주택에 생긴 하자는 누구 책임인가? 면제특약을 맺은 경우라면?

주택이든 상가든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분쟁이 가장 많이 생기는 사항 중 하나는 임대목적물에 발생한 하자로 인한 다툼이다. 예를 들어 비 샘, 누수, 결로현상 등으로 곰팡이가 생기거나 보일러, 에어컨 등 설비 고장, 임차 시 그대로 쓰기로 한 가구 등이 파손된 경우가 많다. 임대인, 임차인 모두 고민하는 건 책임 소재다. 누군가 책임을 진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고, 임대차계약을 제대로 끝낼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된다.

상담 사례를 하나 보자. 임대인 A씨는 경기도에서 본인 소유 단독주택에서 거주하던 중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단독주택을 전세로 내놨다. 때마침 공예 작업과 전원생활을 위해 단독주택을 알아보던 임차인 B씨는 방이 4개고, 지하실도 있다는 단독주택 매물 얘기를 듣게 됐다. B씨는 A씨의 단독주택을 확인한 결과 좀 오래되긴 했지만 넓은 지하실도 마음에 들고 다른 곳엔 특별한 하자가 없어 보여서 A씨와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체결할 때 지하실은 비가 새고 관리한 지 오래돼 특약을 하나 맺었다. 임차인 B씨가 본인 비용으로 방수작업과 전기시설 등을 하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대신 집주인 A씨는 보증금과 월세를 낮춰주기로 하고,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0만원에 계약했다. B씨는 자비로 지하실을 수리하여 공예품 및 작업도구 등을 지하실에 비치했다. 하지만 B씨는 다른 방도 비가 오면 물이 새고, 겨울이 되면 곳곳에 결로가 생겨 곰팡이까지 핀다는 사실은 몰랐다. 심지어 보일러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게 됐다.

누수방지공사를 한 지하실도 누수가 계속돼 공예작업조차 어려웠다. 집주인과 장기로 전세계약을 맺었지만 B씨는 이런 상태의 집에선 계속 사는 게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 새는 문제와 결로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니 수리를 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A씨는 집이 낡아서 원래 그 정도 하자는 수리하며 살아야 한다며 수리를 차일피일 미뤘다. 여기에 특약상 B씨가 지하실을 수리해 쓰기로 했으니 이 또한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수선은 누가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임대인 A씨는 책임을 면하는 구체적인 특약이 없는 한 기본시설의 누수, 보일러 고장 등은 수선해줘야 한다. 다만, 지하실 누수로 인한 수선의무에 대하여는 임차인 B씨가 수리하기로 하는 특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책임이 면제될 수 있다. 그 결과 A씨가 자신의 책임으로 수선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B씨는 수선의무불이행을 이유로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또 B씨는 수선의무불이행으로 임차목적물의 사용·수익에 지장이 있는 한도 내에서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고 임대인 대신 수선했으면 포기특약 등이 없는 한 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수선이 불가능한 경우 등 임차물의 일부를 사용, 수익할 수 없게 된 때는 그 부분의 비율에 의한 차임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그 잔존부분으로 임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도 임차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임대 목적 방해할 정도로 파손하면 수리해줘야

법적으로 좀 더 따져보면 이렇다.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이 지는 의무는 기본적으로 목적물을 임대차 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수선 의무가 있다. 그렇다고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 등 하자가 생긴 경우 항상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기준이 있다. 임대인이 그것을 수선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해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인지 여부다. 그 하자가 임차인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고,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가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물론 반대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한다. 자신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임대차 목적물이 훼손된 경우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책임 없는 훼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선의무를 면하는 특약이 있다면 어떨까.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특약에 따라 이를 면제하거나 임차인의 부담으로 돌릴 수 있다. 다만, 특약으로 임차인이 수선의무의 부담을 지는 것으로 하려면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지 않고, 단순히 임대인의 책임을 면한다거나 임차인의 책임으로 한다는 식으로 특약을 체결한 경우 그 특약에 따라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면하거나 임차인이 그 수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 등 소규모의 수선에 한한다.

결국 수선의무에 대한 특약이 있더라도 구체적으로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지 않으면 대규모 파손의 수리,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에 대한 수선,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 등과 같은 중대한 수선은 포함되지 않는다.

임대인의 수선의무 위반 시 지는 책임에는 공작물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이 있다. 즉 건물을 타인에게 임대한 소유자가 건물을 적합하게 유지∙관리할 의무를 위반하여 임대목적물에 필요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생기고 그 하자로 인하여 임차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건물의 소유자 겸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공작물책임과 수선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을 진다.

또 임대차계약에서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임대인의 의무와 임차인의 차임지급의무는 상호 대응관계에 있다. 따라서 임대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불이행하여 목적물의 사용∙수익이 부분적으로 지장이 있는 상태라면 임차인은 그 한도 내에서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도 있다. 이는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목적물의 사용∙수익에 지장이 초래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수선의무불이행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지장이 있는 상태에서 그 사용·수익이 가능하면 한도를 넘는 차임의 지급거절은 채무불이행이 될 수 있다.

임차인 B씨가 임대목적물에 하자 있는 사실을 모르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사기 취소 또는 목적물의 하자로 인한 계약 해지도 가능할 수 있다. 이처럼 임대차계약을 꼼꼼하게 체결하면 다툼으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 곽종규 KB국민은행 IPS본부 WM투자본부 변호사

201812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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