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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 브룩스 브라더스 회장 

“200년간 지속해온 혁신이 성공의 원동력” 

오승일 기자
1818년 설립된 브룩스 브라더스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의류 회사다. 오랜 세월 동안 전 세계 패션 시장에 아메리칸 클래식 스타일을 전파해왔다. 브랜드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 브룩스 브라더스 회장에게 향후 브랜드 운영 계획을 들어봤다.

▎브룩스 브라더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 회장.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존 F 케네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의 공통점은? 모두 미국 남성복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의 단골이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역대 미국 대통령 45명 가운데 40명이 브룩스 브라더스를 입었다.

그중 링컨, 케네디,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식 행사에서 브룩스 브라더스의 슈트와 코트를 입었다. 특히 링컨 대통령은 1865년 두 번째로 대통령에 취임할 때 브룩스 브라더스가 제작한 최고급 코트를 입었는데 안감에는 독수리 문양과 함께 그 유명한 ‘하나의 국가, 하나의 운명(one country, one destiny)’이란 문장을 새겨 넣었다.

이처럼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장면마다 함께했던 브룩스 브라더스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글로벌 패션 회사다. 1818년 미국 뉴욕에서 헨리 센즈 브룩스가 창업한 이래 200년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브룩스 브라더스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는 클라우디오 델 베키오 회장이 방한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그는 2001년 이 회사를 인수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브룩스 브라더스 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베키오 회장은 “브룩스 브라더스의 200주년은 단순히 브룩스 브라더스만의 기념일이 아니라 패션 산업계에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200년간 끊임없이 추진해온 혁신이 브랜드를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브룩스 브라더스가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았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우리에겐 좋은 기회이자 중요한 순간이다. 단순히 축하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200년간 쌓아온 우리의 경험과 자산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더욱 분발해야 한다.

한 브랜드가 200년이란 역사를 갖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브룩스 브라더스는 패션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많이 남긴 걸로 안다.

주변에선 우리에게 ‘오랜 역사를 갖고 있어서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역사가 오래돼서 좋은 브랜드가 아니라 좋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오랜 역사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오랜 세월 동안 브룩스 브라더스는 남성 패션에 많은 기여를 했다. 기존 스타일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획기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했던 선두주자였다. 당시 파격적이었던 스타일들은 클래식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브룩스 브라더스가 300년, 400년 가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처음 브랜드를 만든 창업자들이 세워 놓은 미션이 있다. ‘항상 호기심을 갖고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고객들에게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이 미션은 지금도 유효하다. 고객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다. 고객들을 위해 끊임없이 창조 활동을 하는 것이 우리 브랜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슈트’로 이름 날린 장수 패션 기업


▎난 1월 이탈리아 피렌체 피티워모(Pitti Uomo) 기간 중 열린 브룩스 브라더스 20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선보인 ‘위대한 개츠비’ 컬렉션.
지난 200년간 브룩스 브라더스는 브랜드 고유의 전통을 이어오는 것은 물론 다양한 혁신 제품으로 패션계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오늘날 아메리칸 패션이 브룩스 브라더스의 과감한 도전 덕분에 끊임없이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브룩스 브라더스가 선보인 대부분의 아이템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1900년 영국 폴로 경기에서 영감을 받은 ‘오리지널 폴로 버튼다운칼라 셔츠’, 1902년 영국군 연대 깃발의 레지멘탈 스트라이프(regimental stripe)에서 힌트를 얻은 ‘스트라이프 랩 타이’, 1998년 다림질이 필요 없는 ‘논-아이론 셔츠’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브룩스 브라더스의 아이코닉 아이템으로 유명한 ‘오리지널 폴로 버튼다운칼라 셔츠’는 패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제품으로 손꼽힌다.

브룩스 브라더스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우리의 사명은 ‘고객들에게 고품질의 제품을 공정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창업자의 철학이기도 하다. 여기서 고객이란 우리의 제품을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고객을 의미한다. 어떤 브랜드라도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고객들의 니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유연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룩스 브라더스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에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방대한 아카이브가 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의상도 전부 우리의 아카이브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는 항상 아카이브를 참고한다. 오래된 카탈로그나 광고를 보면 그 시대 남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 이미지들을 활용해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한다. 처음 브랜드를 인수했을 때 수많은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다른 브랜드에선 결코 쉽게 가질 수 없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최초’ 수식어 붙은 아이템으로 패션 시장 선도


▎패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제품으로 손꼽히는 ‘오리지널 폴로 버튼다운칼라 셔츠’. / 사진:브룩스 브라더스 제공
‘고품질의 제품을 공정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브랜드 슬로건 아래 고객들에게 최상의 제품을 선보여온 브룩스 브라더스는 미국에서 거둔 성공을 기반으로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79년 일본 도쿄 아오야마에 첫 번째 플래그십 매장을 선보인 이래 전 세계 45개국에 700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6년 서울 청담동에 1호 단독 매장을 열었고, 현재 오프라인 매장 16개와 온라인 채널 2개를 운영 중이다.

최근 남성복 트렌드를 설명해달라.

요즘 패션 시장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편안함’이다. 다른 말로 ‘성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재가 다양해지고 스타일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겨울철 보온을 위해 이제 더는 두꺼운 원단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편안하고 가벼운 소재를 선호하는 추세에 맞춰 우리도 다양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또 세탁기에 바로 넣을 수 있는 스웨터처럼 관리가 편한 옷들도 각광받는 추세다.

올겨울 눈여겨볼 신제품은 무엇인가?

아웃도어 컬렉션을 추천한다. 스타일은 물론 성능이나 소재 면에서 정말 잘 만든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무게가 가벼워 여행이나 출장 시 이동하기에 편리하다. 다른 하나는 골든 플리스 라인의 신발이다. 골든 플리스는 브룩스 브라더스의 최상위 라인이다. 매우 유연한 소재로 만들어 착화감이 좋은 제품이다. 조만간 한국 시장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패션 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전 세계적으로 제품의 유통 방식이 백화점·아웃렛에서 인터넷·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또 지불 수단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쇼핑의 주도권이 고객들에게 넘어가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 방법도 종이 매체보다 SNS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제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고객들과 만나는 모든 접점을 잘 활용하는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브룩스 브라더스의 수장으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누군가 브룩스 브라더스에 관한 책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 우리의 모든 활동은 하나의 챕터가 될 것이다. 그 챕터에 좋은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직원들과 함께 브랜드를 잘 이끌어 가고 싶다. 100년, 200년 후에도 여전히 좋은 브랜드로 남기 위해서는 지금 일을 잘해놔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다보며 후대들에게 지금보다 더 좋은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812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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