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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장에 뛰어든 LG의 숙제 

 

최영진 기자
2018년 11월 말 LG전자가 CEO 직속의 ‘로봇사업센터’를 신설했다. 구광모 회장이 로봇 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조직개편이다. LG는 왜 로봇 분야에 뛰어들었고, 어떤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살펴봤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2018년 9월 열린 ‘IFA 2018’ 전시장 내 LG전자 부스에서 웨어러블 로봇인 ‘LG 클로이 수트봇’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LG전자 제공
LG가 미래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로봇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 11월 28일 LG전자는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눈에 띄는 것은 CEO 직속의 ‘로봇사업센터’신설이다. 로봇사업센터는 CTO 산하, H&A사업본부, 소재/생산기술원 등에 분산되어 있던 조직과 인력을 통합해 구성했다. 전문가들은 “LG그룹이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의미”라며 “구광모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비스 로봇 시장에 집중

LG는 2~3년 전부터 로봇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해왔다. 이번 조직개편은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하지만 LG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왜 로봇 사업을 선정했을까, LG는 로봇 분야에서 성과를 올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로봇은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구분한다. 산업용 로봇 역사는 60년이 넘는다. 가장 보편화된 로봇 분야다. 제조 공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조립 로봇이나 용접 로봇 등을 떠올리면 된다. 서비스 로봇은 개인서비스 로봇과 전문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소프트뱅크가 출시한 감정 로봇인 ‘페퍼’나 소니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 청소 로봇, 웨어러블 로봇 등이 개인서비스 로봇으로 분류된다. 탐사용 로봇, 농업용 로봇, 국방 로봇 등이 전문서비스 로봇이다.

로봇 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LG전자 MC(Mobile Communication) 연구소장을 지낸 정옥현 서강대 교수(전자공학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서비스는 사람 옆에서 혹은 원거리에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디바이스다”면서 “로봇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고, 앞으로 필수 불가결한 서비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제로봇연맹(IFR) 자료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13% 성장한 204억 달러(약 22조9000억원)다. 2020년에는 436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진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정책기획실 실장은 ‘떠오르는 로봇 산업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로봇 시장은 2016년 생산액 기준으로 4조5000억원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면서 “이 중 제조용 로봇이 60%를 차지하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 서비스 로봇 시장은 이제 태동하는 단계다.

LG를 포함해 두산(두산로보틱스), 한화(한화테크윈), 현대중공업(현대로보틱스) 등 대기업이 로봇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LG는 스마트폰 분야의 부진을 상쇄할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이 필요하다. 다만 로봇 산업은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LG는 다른 대기업과 달리 서비스 로봇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LG는 생활 가전부터 TV와 스마트폰,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서비스 로봇 분야에 접목하면 성과를 낼 수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서다. 2003년 한국 기업 최초로 로봇청소기를 선보인 것도 한 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모은 융복합 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융복합이 끝까지 진전된 모습이 바로 로봇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배경이다. 정옥현 교수는 특히 LG가 가지고 있는 모터 기술에 높은 점수를 준다.

LG는 자체 기술 외에 로봇 진출을 위해 관련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년 사이에 스타트업과 해외 기업 등에 9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 그간 투자나 인수에 인색했던 기업이라는 평가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LG가 가장 먼저 투자한 로봇 스타트업은 엔젤로보틱스다. 2017년 30억원을 투자해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협업하고 있다. 이후 제어기, 센서 모듈 등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기업 로보티즈, 감성인식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 아크릴, 미국의 로봇 개발 스타트업 ‘보사노바 로보틱스’ 등에 투자했다. 2018년 7월에는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의 지분 30%를 취득해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로봇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LG의 한계

LG는 2017년부터 ‘LG 클로이(LG CLOi)’라는 로봇 통합 브랜드 아래 8개 로봇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2017년 인천국제공항에서 공항 안내 로봇과 청소 로봇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2018년 ‘소비자가전전시회(CES)’와 유럽 최대 전자 전시회 ‘IFA 2018’ 등에서 잔디깎이 로봇, 홈 로봇, 서빙 로봇, 포터 로봇, 쇼핑 카트 로봇, 웨어러블 로봇 등을 연달아 선보였다. LG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스타트업과의 협업으로 로봇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적극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LG 로봇 사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봇을 ‘하드웨어’로만 생각할 뿐 로봇을 통해 어떤 혁신과 서비스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철학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아마존과 비교해보면 LG의 전략 부재를 알 수 있다. 아마존은 스마트 스피커에 탑재된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적용한 로봇 개발을 시사하고 있다.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능력을 탑재한 로봇은 스마트 홈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2014년 아마존은 ‘키바시스템’을 인수해 물류센터에 도입했다. 아마존 물류센터는 물류와 배송의 혁신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변모했다. 소프트뱅크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지르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페퍼’라는 감성 로봇을 선보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페퍼에 대해 “지식이나 지능은 분명 컴퓨터가 인간을 앞지르게 될 것이다. 그런 시대에 우리는 어떤 로봇과 함께 있게 될까? 나는 마음을 가진 로봇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글로벌 기업은 로봇을 통해 선보일 서비스와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LG로 되돌아가보자. LG의 8개 로봇 포트폴리오는 현재 제품에만 그친다. 센서, 내비게이션,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다양한 기술력이 로봇에 들어가 있지만 어떤 서비스를 지향하는지 불분명하다.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대표는 "사람들은 LG전자의 클로이 시리즈가 우리 일상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꿀지에 대한 비전을 궁금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스기사]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대표 - “하드웨어가 아닌 서비스에 집중해야”


공경철(37) 카이스트 교수(기계공학과)가 창업한 엔젤로보틱스는 보행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개인 맞춤형 최첨단 보조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LG가 처음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으로 유명하다. 공 교수는 로봇 컨트롤과 웨어러블 로봇 분야의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LG전자가 조직개편을 통해 CEO 직속의 로봇사업센터를 신설했다. 어떤 의미인가?

로봇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7년 LG가 우리에게 투자할 때만 해도 웨어러블 로봇 사업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단지 로봇 분야에서 앞서가는 엔지니어와 끈끈한 관계를 만드는 수단으로 투자한 셈이다. 지금은 엔젤로보틱스를 웨어러블 로봇 사업 파트너로 생각할 정도로 로봇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LG의 로봇 사업 진출을 어떻게 평가하나?

LG뿐만 아니라 로봇 시장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이 로봇의 본질을 이해하는지 의문이다. 한국 기업은 로봇을 하드웨어 제품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로봇을 박스 안에 들어 있는 제품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로봇 산업의 본질은 서비스다. 로봇 산업에 뛰어들려면 서비스 생태계를 먼저 살피고 거기에 맞는 로봇을 개발해야 한다.

LG는 왜 로봇 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꼽나?

로봇은 움직이는 가전이 될 것이다. 지금 가전은 한곳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모으려면 사람에게 접근해야 한다. 로봇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LG는 가전 시장의 강자다. 로봇으로 스마트 홈 시장을 선점하고 싶은 것이다.

2017년 2월 엔젤로보틱스를 창업한 후 다양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보행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워크온, 엔젤렉스 등을 개발했다. 얼마 전에는 엔젤슈트도 개발했는데, 기존 로봇과 어떤 차이가 있나?

노약자의 보행을 돕는 엔젤렉스는 B2B용이고, 엔젤슈트는 B2C를 노린 개인 맞춤형 웨어러블 로봇이다. 걷지 못하는 소아를 위해 개발했다. 소명감과 함께 행복도 느끼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그 사용목적에 따라서 의료기기로 분류할 수도 있고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개인별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엔젤슈트는 보행보조가 목적인 보조기이다. 엔젤슈트를 보조기로서 판매하기 위하여 엔젤로보틱스는 보조기제작업소 허가를 받았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상용화에 돌입한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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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호 (20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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