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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 구글 최대의 혁신 기술을 쏘아 올리다 

 

ALAN OHNSMAN 포브스 기자
존 크라프칙(John Krafcik)는 웨이모 CEO 대단히 ‘밝은’ 사람이다. 호리호리한 몸에 활기가 넘치는 크라프칙과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알파벳 구글X 사업부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철재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건물은 마치 창고 같다. 이곳은 미래를 향한 구글의 ‘도박’이 진행되는 인큐베이션 센터다.
크라프칙이 구글 크롬북에 시선을 고정하고 웨이모(Waymo) 자율주행 미니밴이 피닉스 교외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응시했다. “여기 여기, 이것 좀 봐요.”

비보호 좌회전을 완벽하게 해낸 웨이모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교통 흐름 속에서 우회전을 했다. 이중주차된 트럭 옆을 조심스럽게 빠져나가고, 공사 중인 도로를 표시하는 원뿔형 도로 표지판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스쿨존에서는 길 양쪽으로 아이들이 떼 지어 지나가도 매끄럽게 운전했고, 건널목을 지키는 봉사자가 손을 들어 멈춤 신호를 보내자 멈춰 서기도 했다. 이 모든 게 운전대를 잡는 인간 없이 해낸 일이다.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

“사람의 수신호를 알아들은 겁니다. 프로그래밍으로 가르칠 수 없는 부분이죠.” 크라프칙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2015년 자신이 실리콘밸리에 합류한 이후 자율주행 인공지능(AI)을 발전시켜온 개발팀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났다.

크라프칙은 공학을 전공하고 MBA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현대자동차 CEO로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전성기를 이끌다가 구글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수립한 자율주행차 전략에 따라 구글은 2년 전부터 자체 설계한 로봇 자동차 디자인을 버리고 기존 상용차를 약간 변경한 디자인에 구글의 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차 이름도 웨이모로 바꾸었다. 현재 웨이모는 어떤 경쟁업체도 해내지 못한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직전에 이르렀다. 무인 로봇택시로 고객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요금을 받는 운송 서비스다. 1년간 테스트를 거친 앱 기반 자동차 호출 프로그램 ‘웨이모원’은 12월 5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단 첫 단계에서는 피닉스 도시 일부 구간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크라프칙은 실리콘밸리로 출퇴근하면서 직접 웨이모 베타 버전으로 미니밴을 호출하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의 소감을 빌리자면 “아주 훌륭하다.”

웨이모의 성공에는 많은 것이 걸려 있다. 알파벳뿐 아니라 자율주행 산업 전체가 웨이모의 성공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웨이모 프로젝트에는 10년이라는 시간과 수십억 달러, 1000만 마일의 도로주행 시험이 투입됐다. 웨이모 프로젝트는 알파벳의 ‘문샷 팩토리(달 탐사선처럼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총칭)’가 실제 벤처사업으로 이어져 엄청난 가치를 창출해 검색광고 수입에서 벗어나 사업다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자율주행차가 일상적 서비스로 진화할 수 있을지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모건 스탠리 애널리스트 애덤 조나스는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인류가 직면한 최고 난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라며 “인간을 달로 보낸 뒤 다시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더군요”라고 전했다.

웨이모 자율주행 기술이 미래의 자동차를 우리 눈앞에 언제,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을지 물었을 때 패기 넘치던 크라프칙이 갑자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크라프칙에 의하면 피닉스에서 웨이모 서비스를 개시하는 건 신규 레스토랑에서 가까운 지인을 초대해 영업을 가볍게 시도해보는 ‘소프트 오프닝’과 비슷하다. 그럼 웨이모 로봇택시가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와 뉴욕시,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D.C.를 비롯한 주요 미국 시장을 달리게 될 날은 언제인가? 크라프칙은 “기술이 보장할 수 있는 안전도에 따라 시장의 성장 속도가 정해질 것”이라며 보수적인 답변을 내놨다.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아마 시간이 좀 지나야 답이 명확해질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에 적용되는 규범은 아직 불완전하고, 주마다 규제가 다르다. 그러나 규제 시스템이 잘 정비되고 웨이모의 기술 성숙도가 따라준다면, 더는 발목을 잡을 변수가 없다. 이번 무인 택시 서비스의 결과는 일부 애널리스트의 예측대로 웨이모가 수십억 달러 규모 기업이 되어 알파벳에서 분리될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이다. 그다음에는 우버와 리프트, 제너럴모터스, 포드, 바이두, 죽스, 볼보 등 웨이모를 따라잡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경쟁사들과 부딪혀야 하는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웨이모 서비스를 사용하면 피닉스 주민들은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하이브리드 미니밴 600대 중 하나를 호출할 수 있다. 차량 대부분은 차고지나 근처 에이비스 렌트카 주차장에서 승객을 데리러 출발한다. 요금은 우버나 리프트 수준으로 책정된다. 웨이모는 피닉스 근방 월마트와 DDR 개발사가 운영 중인 몰, 챈들러에 있는 메리어트 엘리먼트 호텔, 에이비스 렌터카 주차장, 오토네이션 자동차 판매점, 피닉스밸리 교통공사가 운영하는 버스 정류장 및 기차역 등지로 승객을 태워다주는 계약을 이미 체결한 상태기 때문에 로봇택시 서비스를 개시하기 전부터 조금씩 매출을 창출해오고 있다.

무인자동차가 인정을 받으려면 실제 시장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2018년 3월 밤에 자율주행 테스트를 하던 우버 차량이 애리조나주 템프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던 여성 엘레인 헤르츠버그를 들이받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 이후,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부정적으로 변했다. 조사 결과, 기술적 오류도 있었지만, 차를 타고 도로 상황을 지켜봐야 했던 안전담당관의 부주의도 분명 있었다. 테슬라는 아직까지 자율주행차 판매에 나서지 않았지만, 오토파일럿 모드를 과대평가한 고객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무인자동차 기술에 대한 불안도 강해졌다. 최근 AAA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운전자 중 73%는 “무서워서” 자율주행차에 타지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100% 자율주행차는 아직 멀었다

도요타 연구소 선임과학자이자 도요타 자율주행차 기술을 총괄하는 질 프랫은 자율주행차에 훨씬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인간이 운전대를 잡았을 때보다 더 안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랫은 지난해 CES에서 “얼마나 안전해야 안전한 겁니까?”라는 질문에 “사회는 인간의 실수에는 관대하지만 기계에는 훨씬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죠. 역사적으로 인간은 기계 결함으로 생긴 인간의 부상이나 죽음에는 무관용으로 대응해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피닉스에서 진행되는 웨이모 서비스는 간접적으로 인간의 감독을 받는다. 애리조나주 챈들러에는 넓은 대지에 운용창고가 있다. 이곳에서 기술자들은 항공관제탑처럼 각 자율주행차의 비전 시스템에 접속해 AI로 구동되는 자동차가 난해한 상황을 만났을 경우 이를 지원한다.

웨이모의 흰색 퍼시피카는 지도상 정확한 위치에서 AI에게 낯익은 특정 구역에서만 승객을 이동시키는 ‘레벨 4’의 자율주행차로 운영된다. 따라서 폭우나 폭설, 그 밖에 숙련된 인간 운전자도 불안해질 수 있는 환경에서는 당분간 운행하지 않는다. 크라프칙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모든 도로와 기상 상황에서 운행되는 ‘레벨 5’는 “존재하지 않는 신화에 가까울지 모른다.”

크라프칙은 자율주행차가 보편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현재 무인자동차를 향한 회의적 시각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2년 전부터 “100% 자율주행이 가능한” 테슬라가 출시될 거라고 호언장담했던 일론 머스크나 죽스에서 쫓겨난 전 CEO 팀 켄틀리-클레이, 웨이모를 따라잡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모집한 여타 스타트업 대표들이 약속한 희망찬 미래와 대비된다.

크라프칙은 목표를 낮게, 심지어 바닥으로 낮춰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웨이모 기술 파트너사 도표를 그렸다. 그가 그린 파트너십 도표는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재규어 랜드로버에서 시작해 리프트, 에이비스, 오토네이션, 월마트까지 뻗어나갔다.

기대와 우려 공존

“여기 있는 기업은 모두 현재, 혹은 조만간 A지점에서 B지점까지 사람을 이동시키기 위해 웨이모에 돈을 지불하게 될 겁니다.” 그가 도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로봇택시 서비스 외에도 자율주행 트럭과 배송 서비스, 대중교통 이용객 집에서 역 혹은 정류장까지 단거리 운행,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기술 라이선스 제공 등이 크라프칙의 전략에 포함돼 있다.

이런 야심 찬 계획 덕분에 알파벳 사업부에 거는 월스트리트의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다. 모건 스탠리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노왁은 웨이모 차량공유 연 매출이 800억 달러, 트럭 및 물류 사업부에서 900억 달러, 기술 라이선스에서 수십억 달러가 들어오면 웨이모의 기업 가치가 1750억 달러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알파벳의 지난해 매출은 1100억 달러를 상회했고, 이에 따른 순수입은 120억 달러였다.

어쩌면 이 같은 성장은 20년가량 세월이 흐른 후에나 가능할지도 모른다. MIT 에이지랩 연구원 브라이언 레이머는 그래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는 “웨이모가 1~2년 뒤 10억 달러를 번다고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구글의 총매출을 보면 반올림 오류에 해당할 정도로 미미한 걸요”라며 “구글에 필요한 건 검색엔진이 지금처럼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먼 미래에 수입을 대신 창출해줄 새로운 사업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 시점에서 웨이모에 가장 필요한 건 대중의 신뢰다. 그렇기 때문에 크라프칙은 웨이모의 핵심 미션이 “세계에서 가장 경험 많은 운전자”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 운전자는 갈수록 진화하며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 네트워크다. 이 네트워크는 웨이모 차량의 정교한 비전 시스템이 마주하는 모든 상황을 흡수하며 학습을 이어갈 것이다. 자동차 지붕에 설치된 센서와 그 위에 자리한 회전식 대형 광선 레이더는 레이저 빔을 온 방향으로 발산하고 주변 사물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신호를 받아 반투명한 3D ‘포인트 클라우드’ 360도 맵을 생성한다. 센서와 레이더, 카메라에 기록되는 데이터뿐 아니라 지나가는 경찰차나 응급차 소리도 마이크를 통해 기록되어 차량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컴퓨터에 전달한다. 컴퓨터 네트워크는 주변 다른 자동차나 보행자의 상호작용뿐 아니라 도로에 움푹하게 팬 구멍까지 모두 데이터로 저장해서 시스템이 계속 똑똑해지도록 돕는다.

크라프칙은 “우리는 언제나 ‘소비자가 정말 좋아할 것’, ‘안전할 것’란 확신이 들 때만 서비스를 개시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웨이모는 그 단계에 이르렀을까? 그는 “그럼요, 당연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MIT의 레이머는 크라프칙이 자율주행 기술의 실현 시기를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데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레이머는 “자율주행에 과도한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걸 시장에 알리는 신호죠”라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밑 빠진 독에 계속 돈을 부어야 할 수도 있다고 시장에 알리는 거죠”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웨이모의 발전 역사

시기 / 주요 사건

2009년: 구글의 래리 페이지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시작을 허가. 초기 프로젝트 총괄은 세바스천 스런이 맡았다.

2010년 3월: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도로에 정차해 있던 구글 자율주행차(프리우스)를 다른 차량이 뒤에서 박는 사고가 일어났다. 자율주행차 관련 최초의 교통사고다.

2015년 7월: 구글이 공공도로에서 수행한 자율주행차 테스트 주행거리가 100만 마일을 넘어섰다.

2014년 8월: 크리스 엄슨이 스런의 뒤를 이어 구글 자율주행 프로젝트 총괄을 맡았다.

2015년 9월: 존 크라프칙이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CEO로 임명됐다. 1년 뒤 이름을 ‘웨이모’로 바꾼 구글 자율주행차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최초로 100% 자율주행으로 시각장애인 승객을 목적지까지 이송하는 데 성공했다.

2018년 10월: 웨이모의 공공도로 자율주행 테스트 거리가 1000만 마일을 넘어섰으며, 첨단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테스트 거리는 수십억 마일을 기록했다.

2018년 12월: 웨이모가 앱을 통한 온디맨드 차량호출 서비스를 피닉스 교외 일부 지역에서 시작했다.

- ALAN OHNSM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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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호 (20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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