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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으로 풀어본 부동산 상속 문제 

 

신탁이 진화하고 있다. 부동산 상속 문제로 골치 아픈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부동산 신탁으로 상속을 준비하면 세무, 신축/리모델링, 임대차관리까지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자산관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상담 때마다 상속과 증여는 빠지는 법이 없다. 물려주는 부모도, 물려받을 자식도 고민이 많다. 최근 상담 사례를 소개한다.

A씨는 서울 소재 역세권 부동산을 갖고 있었다. 해당 부동산은 상업용지지만 지금 건물의 *용적률은 260% 수준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상업용지의 용적률 제한은 800% 정도다.

*용적률이란 대지면적에 대한 지하층 등을 제외한 연면적 비율,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상 일반상업지역의 용적률 제한은 800%

건축법상 용어를 꺼냈지만, 쉽게 말해 A씨는 임대 가능한 면적을 지금보다 3배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 역세권에 올해 신축도 가능한 그야말로 알짜배기 부동산이다.

슬하에 삼 형제를 둔 A씨는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냈다. 아버지 생전에 형제간 재산 다툼은 없었다. 형제들 관계도 좋았다. 하지만 A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A씨는 생전에 유언공증을 해뒀다. 유언장에는 강남 부동산을 지분별 소유로 나누지 말고 층별로 나눠 가지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자녀들은 황당했다. 건물 자체는 A씨 단독 명의로 돼 있었어 세 자녀 공동명의로 바꾸면 된다. 하지만 이땐 지분이 나눠지는 것이지 층별로 나눠 갖는 문제와 전혀 다른 얘기였다. 실제 층별로 임대료 시세 차이가 크기도 했다. 유언장대로 나누면 분명 손해 보는 형제가 생길 터였다. 그래도 삼 형제는 A씨 말대로 구분등기 했다. 여기까진 해피엔딩이다.

문제는 세금이다. 형제 한 명당 평균 10억원이 넘는 상속세가 부과됐다. 형제마다 재산 상황이 달랐고, 감당할 수 있는 형제가 있는 반면 노후 자금과 대출까지 동원해도 감당하기 힘든 형제도 있었다. 상속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한 형제는 바로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구분등기 된 건물을 사겠다는 매수자가 있을 리 없다. 있다 해도 시세보다 훨씬 더 싸게 내놔야 한다. 신축해야 가치가 확 뛰는데 신규 매수자가 나머지 형제와 합의해 신축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신축에 들어간 건축비용과 신축 후 공실 또는 분양 리스크 등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서로 합의해야 하는데 이건 시작도 못 했다. 두 형제가 한 형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매각에 동의하거나 전부 매각 후 다른 부동산을 사자고 합의해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문제 생긴 어머니의 유언장

여기서 신탁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신탁은 장기간 상속과 증여 자문부터 부동산관리는 물론 사후 상속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해결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실제 신탁으로 A씨와 비슷한 사례를 해결한 경우가 있다.

B씨 역시 서울 소재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임대사업장으로 쓰는 건물과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다. 세 자녀 중 두 아들은 사업을 하고, 딸은 전업주부였다. 사업하는 아들들은 자체 능력으로 상속세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전업주부인 딸은 남편 월급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신탁이 개입했다. 딸이 납부할 수 있는 증여세를 따져본 후 최종 부동산 증여가액을 결정했다. 증여는 임대소득이 나오는 부동산 지분 일부로 잡았다. 임대소득으로 매월 일정한 소득이 발생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음으로 조치한 건 리모델링이다. 해당 부동산은 준공된 지 30여 년이 지났고, 상당히 노후돼 있었다. 용적률도 높지 않아 신축하면 임대면적을 훨씬 더 늘릴 수 있었다. 당연히 삼 형제가 현금을 동원해 건물을 신축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신탁은 리모델링을 타진하고 기존 임차인의 명도를 진행했다. 동시에 리모델링 업체를 선정하고 공사 진행 중에 새로운 임차인을 확보했다. 신축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용이 3분의 1만 들었고, 부동산 담보 대출까지 동시에 진행해 소유자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 여기에 대출이 가능하다는 한 아들의 요청으로 대출한 자금만큼 부동산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는 절차도 진행했다.

더불어 신탁은 부동산 지분별 수익을 나누는 것까지 해결해줬다. 월별보고서를 작성하여 자녀들에게 발송하고 대면 설명도 하고 있다. B씨 사례에선 리모델링을 추천했지만, 자금 여력만 된다면 신축을 해도 신탁은 거의 모든 과정에서 주요 파트너가 돼 처리할 수 있다.

부동산관리신탁과 유언대용신탁의 결합

최근 부동산 상속 문제에 신탁을 권하는 까닭이다. 사전 증여 계획을 세우면서 부동산관리신탁과 유언대용 신탁을 결합해 제안한다. 부모가 생존한 상태에서 신탁을 맡긴 경우 소유 부동산에 대한 관리보고서가 자녀에게까지 발송되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워한다. 게다가 최근 공시지가 인상 등 부동산 이슈에도 불안해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부동산 신탁으로 상속을 준비할 경우 세무, 신축/리모델링, 임대차관리까지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자산관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보통 건축은 건축사에게, 세무는 세무사에게 별도로 상담을 진행하지만 신축 경험도 없고 관리가 어려운 고령인 경우 정확한 상황 판단에 무리가 따른다. 금융회사 신탁은 건축설계사, 부동산관리회사, 컨설팅업체, 세무법인 등을 한자리에 모아 부동산 상속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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