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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주택 화재 시 책임소재 

 

주택에 불이 나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 단연히 불을 낸 사람이다. 하지만 집주인이 아니라 임차인이 사는 곳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현실 세계에선 원인 규명도 쉽지 않거니와 ‘내 잘못’이라며 나서는 임차인도 거의 없다.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임차인,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 모두 화재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하여 항상 걱정할 수밖에 없다. 다음 사례에서 임차 건물에서 화재 발생 시 그 손해는 누구의 책임인지 판단기준을 살펴본다.

출퇴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던 직장인 A씨는 좀 오래되긴 했지만 직장에서 멀지 않고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빌라에 전세로 입주했다. 어느 날 출근을 한 후 집주인에게서 계속 전화가 와서 받아봤더니 전셋집에 불이 나서 대부분 타버렸고, 다행히 옆집으로 번지기 전에 불길이 잡혔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황한 A씨는 급히 집으로 달려가며 화재원인을 생각해봤다. 전자제품 등은 항상 전원을 꺼놓고 나오기 때문에 불이 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며칠 후 소방서로부터 화재원인을 들었는데 전기 합선 때문인 거 같다고 했다. 며칠 동안 마음을 추스린 다음 새 집을 구해야겠다고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했는데 집주인은 화재가 임차인인 A씨가 사는 동안 발생한 것이므로 A씨 잘못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 한 손해를 제한 나머지 금액만 돌려주겠다고 한다. A씨는 전기 합선이라는 게 밝혀졌으므로 보증금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고 다투고 있다.

한편 직장인 B씨는 결혼하기 전까지는 가전제품도 새로 구입하기 귀찮고 신축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집을 알아보던 중 직장에서 가깝고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빌트인으로 된 오피스텔을 발견하고 바로 전세로 입주했다. 어느 날 B씨는 출근한 후 관리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집이 화재로 전소되었으니 당장 뛰어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B씨는 평소 관리비 내역을 꼼꼼하게 살펴봤었는데 화재보험료도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침착하게 걸어갔다. 화재원인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보험으로 해결되지 않는 손해 때문에 집주인과 누구 책임인지를 다투게 됐다.

A와 B의 경우 전셋집에 발생한 화재는 누구 책임일까.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 이에 대하여 임차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임대차 목적물을 보존해야 한다. 또 임대차 종료 시에 임대차 목적물을 원상으로 회복하여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리고 계약상 의무를 지는 채무자는 고의나 과실로 채무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A의 경우 임대인인 집주인에게 부담하는 목적물반환의무가 화재로 이행불능이 되었을 때, 손해배상책임을 면하려면 그 이행불능이 임차인 본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행불능이 임대인의 의무 위반에 원인이 있음이 밝혀진 경우까지 임차인이 별도로 목적물보존의무를 다하였음을 주장·입증하여야만 그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때 임대인이 지배ㆍ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에 대한 보수ㆍ제거는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한다. 건물소유자 측이 설치하여 건물구조의 일부를 이루는 전기배선에서 발생한 화재는 임대인이 지배ㆍ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안에서 집주인이 설치한 전기배선에서 발생한 화재로 추정된다면, A는 본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발생한 화재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화재로 인한 주택의 이행불능 등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B의 경우는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사례다. 이러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임대차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전부 또는 일부 소멸됨으로써 임차인 B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되거나 손해가 발생한 경우, 임차인 B는 그 이행불능 등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그 이행불능 등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또 그 화재 등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따라서 B의 경우는 임차인이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화재에 대하여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화재가 나서 임차목적물 이외의 다른 곳으로까지 확대되면 누구의 책임이 될까. 이때 임차인이 책임지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의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위반이 있었음이 증명되고, 그러한 의무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러한 의무위반에 따른 통상의 손해에 해당할 때다. 임차인도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특별한 사정으로 입은 손해라면, 임차인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도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큰 건물이 아닌 경우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화재 또는 그 예방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화재가 발생하면 임차인과 임대인 간 재산상 피해를 두고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을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차인이든 임대인이든 계약서상 특정 시설물 관리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는 등으로 화재 발생 시 책임범위를 명확히 하거나 화재보험 가입 등 사전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 곽종규 KB국민은행 IPS본부 WM투자본부 변호사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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