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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2)] 최태원 회장이 말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 

“반도체는 진정 국면, 수익다변화로 헤쳐간다” 

다보스(스위스)=권오준 편집장·최영진 기자
최태원 회장은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 인수 및 도시바 지분투자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교적 솔직하게 들려줬다. 아울러 최근 몇 년 동안 진행했던 과감한 글로벌 투자의 배경과 향후 구체적 비전까지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4월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참석, ‘격변기 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주제로 한 조찬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 사진: SK그룹
스위스 다보스에서 이뤄진 단독 인터뷰에서 최태원 회장은 “SK의 생존을 위해서 새로운 분야를 찾아야만 한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M&A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실제 지난해 SK그룹이 발표한 국내외 기업 M&A와 전략적 투자를 모두 합한 금액은 6조5000억원. 에너지, 모빌리티 서비스, 바이오 등 분야도 다양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부터 굵직한 투자 소식을 연달아 발표했다. 지난 1월 SK(주)는 에너지 절감 솔루션으로 각광받는 스마트 글라스 생산업체인 미국 키네스트랄에 11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2월 말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을 위해 9452억원을 투자한다는 깜짝 소식도 발표했다. 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가 용인으로 확정되고 공장용지 조성이 완료되는 2022년 이후 120조원 규모를 투자해 반도체 팹(FAB) 4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SK만큼 M&A와 투자에 적극적인 대기업이 없을 정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는 먼저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인수 이야기부터 꺼냈다.

포브스: 지금은 ‘신의 한 수’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 그룹 내부에서 반대가 있었다. 그럼에도 3조4000억원을 들여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유가 뭔가. 인수 결정을 내리기까지 과정도 궁금하다.

최태원: 우리는 2011년 전부터 하이닉스에 관심이 있었다. 실제로 그 전에도 인수를 고민했지만 하이닉스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포기했다. 하지만 2011년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반도체 시장의 경쟁자가 많이 줄어들었고, 하이닉스의 기술력은 여전히 좋았다. 당시 하이닉스는 낸드(NAND)플래시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사업 비중은 크지 않았다. 이에 반해 D램 쪽을 분석해보니까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 판단이 맞았다. 더구나 SK그룹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다. 도전을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룹 내에) 반도체 산업에 대해 아는 이가 적었고, 반도체 산업 자체가 좀 비밀스럽다. 또 과거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많은 기업이 도산했다. 하이닉스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나서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포브스: 잠 못 드는 날이 많았을 것 같다.

최태원: 물론이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은행과 협상해야 했고, 주주와 이사회 멤버도 설득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포브스: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지 7년 만에 큰 성장을 이뤄냈다.

최태원: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성장했다. 반도체 시장의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흔히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산업이 성장한 덕분이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PC 시장도 좋았다.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렇지만 올해 반도체 시장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포브스: 시장이 진정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춰진다는 것인가?

최태원: 그렇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이익을 얻었지만 그만큼 투자도 많이 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SK하이닉스에) 53조원 정도를 투자해 공급량을 늘릴 수 있었다. 이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야 할 때다.

SK하이닉스는 SK에 인수된 뒤 빠르게 성장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면 SK하이닉스의 성장세를 실감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매출 10조1600억원에 영업손실 2273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 매출 14조 1600억원, 영업이익 3조3700억원으로 턴어라운드 후 2018년에는 매출 40조4400억원, 영업이익 20조84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베트남 하노이시(市) 총리 공관에서 응웬 쑤언 푹(Nguyen Xuan Phuc) 총리와 만나,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와 환경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사진: SK그룹
최 회장은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 후 반도체 분야에 적극 투자해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2015년 11월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했고, 2017년 1월에는 반도체용 웨이퍼 생산 기업인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사들였다. 두 기업을 인수하는 데 투자한 금액만 1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5월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인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참여해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인수했다. SK하이닉스는 무려 4조원을 투자했다. 도시바메모리는 SK하이닉스의 약점으로 꼽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세계 2위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약하기 때문에 다른 기업과 협업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도시바메모리는 우리와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브스: 도시바메모리 인수로 SK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수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태원: 일본 정부는 도시바를 다른 나라 기업과 합치는 것을 곤란해했던 것 같다. 미국과 중국 정부도 도시바 인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는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도시바와 많은 이야기를 하는 데 집중했다. SK가 도시바에 오랫동안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득했다. 물론 너무 비싸게 인수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돈보다) 신뢰를 얻는 데 집중했다.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포브스:도시바 메모리 투자목적이 무엇인가? 반도체 시장 점유율 확대보다 도시바메모리의 성장을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최태원: 그건 사실이 아니다. 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과 손을 잡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도시바메모리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고, 나중에는 함께 R&D도 하고 마케팅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옵션이 있지 않겠는가.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를 판다고 시장에 내놓았고, 우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포브스: 지난 2년 동안 대규모 M&A를 진행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되는가?

최태원: 물론이다. 우리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 SK그룹은 에너지·통신·반도체에 집중되어 있다. 핵심 비즈니스를 유지하려면 헬스케어·바이오 등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 우리의 핵심 역량이 부족한 분야가 있을 테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실력과 능력을 갖출 것이다. 이후 기업이나 핵심 역량을 인수하거나 투자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생존 방식이다.

포브스: SK그룹의 문제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2018년 SK그룹 매출액의 25%, 영업이익의 70%가 SK하이닉스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태원: 나도 고민하고 있다. 수익 다변화가 필요하다. 반도체 분야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물론 반도체는 가장 큰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다. 투자도 계속할 것이다. 그래야만 반도체 산업의 핵심 역량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베트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었다. 2017년 11월에는 베트남을 방문해 응웬 쑤언 푹 총리와 만났고, 지난해 11월 총리를 다시 만나서 SK그룹과 베트남 정부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SK그룹은 지난해 8월 동남아시아에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플랫폼인 ‘SK동남아투자회사’를 설립했다. SK(주),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E&S가 공동으로 5억 달러(약 5500억원)를 출자했다. 이어 5개월 만인 지난 2월 5억 달러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동남아 전담 투자펀드 규모가 1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9월 베트남 최대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마산(Masan)그룹의 지분 9.5%를 4억7000만 달러(약 5300억원)에 매입한 것이 SK동남아투자회사의 첫 투자 사례다. 지난해 3월에는 동남아 1위 라이드 셰어링 기업 그랩(Grab)이 실시한 2조원 규모의 펀딩에 중국의 디디추싱과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참여했다. 지주사인 SK가 810억원을 투자했다. 한국의 카셰어링 업체 쏘카와 함께 말레이시아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하고있다.

포브스: 동남아시아 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안다. 마산그룹의 지분을 취득했는데, 그 이유가 뭔가?

최태원: 우리는 개발도상국에서 비즈니스를 해본 경험이 많다. 마산그룹은 다른 국가의 기업과 손잡았을 때 효과가 크지 않았지만, SK그룹과 손잡으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때는 좋은 파트너와 손잡아야한다. 그래야만 사회적 혹은 정치적인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시장에서 마산그룹과 SK그룹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포브스: 동남아시아 기업이 SK와 손잡으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최태원: SK그룹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 소셜 밸류를 지향한다. 이런 상황에서 돈만 벌거나 성과를 빨리 내려고 하는 파트너와는 손을 잡을 수 없다. 만일 그런 파트너와 손잡는다 해도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와 함께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하려면 따뜻한 마음, 사회적 역할에 대한 책임감, 진실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포브스: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대한 새로운 계획은?

최태원: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진행 중인 게 있다. 베트남 정부와 만난 적이 있는데 그들은 새로운 산업을 원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계획을 살펴보고 있다. 베트남의 특성에 맞게 환경과 관련된 산업을 제안해놓은 상황이다. 또 개발도상국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강대국의 과거 방식을 채택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말레이시아 정부와도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 SK그룹은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돈이 아니라 그 지역의 특수성에 집중한다. (베트남) 정부와 신뢰를 쌓은 후 좋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다.


[박스기사] 최 회장의 답변 중에서…

하이닉스 인수 이유

“2011년 전부터 하이닉스에 관심이 있었다. 실제로 그 전에도 인수를 고민했지만 하이닉스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포기했다. 하지만 2011년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반도체 시장의 경쟁자가 많이 줄어들었고, 하이닉스의 기술력은 여전히 좋았다.”

도시바 인수 배경

“일본 정부는 도시바를 다른 나라 기업과 합치는 것을 곤란해했던 것 같다. 미국과 중국 정부도 도시바 인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는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도시바와 많은 이야기를 하는 데 집중했다. SK가 도시바에 오랫동안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득했다. 물론 너무 비싸게 인수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돈보다) 신뢰를 얻는 데 집중했다.”

동남아 시장 진출 전략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때는 좋은 파트너와 손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적 혹은 정치적인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이 생각하는 파트너십

“돈을 벌거나 성과를 빨리 내려고 하는 파트너와 손잡을 수 없다. 만일 그런 파트너와 손잡는다 해도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와 함께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하려면 따뜻한 마음, 사회적 역할에 대한 책임감, 진실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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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호 (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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