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자본주의를 다시 ‘상상’하다 

 

RANDALL LANE 포브스 기자
억만장자들이 올해의 샌드백이 됐다. 현 체제가 그들에게 유리하게 짜여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진 탓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성장 동력인 자본주의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진정성 있는 자본주의, 더 넓게 열린 자본주의, 책임을 다하는 자본주의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봤다.
지난 20년간 세계 최상위 부자 자리를 지켜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가 호화로운 페닌슐라 호텔의 비교적 수수한 방 안에 앉아 고민에 빠졌다. 최근 좌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존재론적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과연 그는 존재해도 되는 사람인가? “흥미롭네요.” 게이츠가 말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사람들이 ‘억만장자가 있어도 되는 존재냐’고 묻는 건 처음 봤거든요.”

게이츠는 곧 감정을 거둬들이고 논리정연하게 답하기 시작했다. “만약 사람들이 부자를 부정하기 시작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을 겁니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누가 이 질문에 객관적으로 답할 수 있을까요? 경우에 따라서는 부자가 되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으면서 자기 자신은 부자가 아닌 사람이어야 할 텐데요.”

감히 내가 그 적임자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수년 동안 나는 억만장자 20여 명과 일대일로 얼굴을 마주하고 자본주의의 다양한 미래 양상에 대해 논의했다. 이 억만장자엔 세계 3대 부자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CEO, 게이츠도 포함된다.

자유시장경제는 오늘날 초유의 위기를 맞이했다. 최근처럼 사람들이 자유시장 체제에 의문을 제기했던 시기를 찾아보자면 1960년대, 심지어는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수도 있다. 지난여름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6%만이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응답했다.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한 미국인은 37%였다. 같은 시기 실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36%가 미국이 ‘자본주의에서 멀어져 사회주의로 향하는’ 전환기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2012년엔 20%에 불과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20대 중반~30대)와 Z세대(10대 중반~20대 초반) 사이에선 자유시장경제 회의론이 우세하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18~29세 응답자의 51%가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응답한 반면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응답한 비율은 45%였다. 물론 이들이 생각하는 사회주의는 소련 시기의 강성 사회주의가 아니라 북유럽식 또는 버니 샌더스 버전으로 순화된 것이기는 하다. 또 하버드대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응답자 51%가 자본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고작 19%만이 자신을 자본주의자로 규정했다. 완전고용이 이뤄지고 3%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서 그 어떤 기존 척도로 보더라도 경제가 호황이라고 할 수 있는 현시점에 이 같은 정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들어 그런 견해가 강화되는 조짐이 심상치 않다. 거대 IT업체들은 신뢰를 잃고 있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조롱거리가 됐으며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치인들이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정서는 지난 수년간 서서히 끓어오르다가 지난 몇 달 새 급속도로 고조됐으며 최근 몇 주 동안은 더 급격해졌다”고 스티브 케이스 AOL 설립자가 말했다. 케이스는 현재 투자회사 레볼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헤지펀드계의 거물 폴 튜더 존스는 “우리가 지금 사회적 균열이 가득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부자는 케이스나 존스뿐만이 아니다. 내가 얘기해본 모든 억만장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몇몇은 점진적인 변화를, 다수는 체제 전반의 변화를 주장했다. 조심스럽게 말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개혁’ 또는 ‘재시작’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록밴드 U2의 리드보컬 출신인 억만장자 보노는 가장 시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다시 상상하기(reimagination)’였다.

이 표현이 자본주의의 지난 선지자 스티브 잡스나 월트 디즈니를 떠올리게 한다 해도 어쩔 수 없다. 기업가 자본주의는 부를 창출하고 분배하는 데서 지금까지 개발된 체제 가운데 객관적으로 가장 뛰어나다. 인구가 10억이 넘는 중국과 인도, 그 밖에 지난 20년 만에 최빈국에서 벗어난 다른 나라들을 보더라도 이는 ‘참’이다. 그 역동성은 지금 미국에서도 여전하다. 포브스 미국 400대 부자 가운데 67%는 자수성가했고 11%는 이민자다. “미국은 잘 돌아가고 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그렇다”고 버핏은 말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미국인이 버핏과 다르게 생각하고 있으므로, 그들에게 제안하기 위한 체제를 다시 상상할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해야 하리라. 미국적 이상사회를 뜻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정수를 요약해보면 세 가지 요소를 갖춘 자본주의로 귀결된다. 더욱 진정성 있고, 넓게 열려 있으며, 책임을 다하는 자본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어쩌면 이 자본주의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끝까지 지속될 체제일지 모른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번영의 동력을 위협하는 세력이 점차 커져가는 오늘날,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다.

프랑스 귀족 알렉시 드 토크빌은 유럽에서 사회주의 이론이 부상하던 1830년대 미국을 가로질러 여행했다. 유럽의 사회주의 운동을 미리 내다보고 날카롭게 비판했던 토크빌이 보기에는 권력이 정부에 이양돼 ‘부유하고 힘 있는 개인들이 관리하는’ 봉건적 체계에 가까운 미국의 균형 잡힌 자본주의가 더 나은 체제였다. “미국인들은 사익을 동료 시민의 이익과 조화시키는 데 능하다”고 그는 평했다. 토크빌의 사상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노예의 길』을 쓰는 밑거름이 됐으며, 또 러시아 혁명기에 발행된 포브스 창간호에서 포브스 설립자 B. C. 포브스가 “사업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됐다”고 했던 유명한 선언에도 녹아들었다.

진정성 있는 자본주의 상상하기

토크빌을 추앙했던 또 한 명의 20세기 학자는 통화주의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다. 프리드먼은 특히 정치적인 평등이 번영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토크빌을 계승했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고객, 직원, 지역공동체 등 사업의 모든 구성요소 가운데 오직 주주만이 중요하다는 견지를 고수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오로지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만약 주주들이 수익을 이타적인 사업에 쓴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 결정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재량이며, 아마도 좋은 평판을 얻거나 악명을 누그러뜨리는 등 다른 목적을 위한 투자라고 여겨질 것이다.

프리드먼의 격률에서 차입매수, 사모펀드 거래, 종업원 매수 같은 개념이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자본주의자 상당수가 오늘날 안고 있는 해악도 남겼다. 존스는 “나는 프리드먼을 완전히 잘못 받아들였다. 우리 대부분이 다 그랬다”고 밝혔다. 그는 1987년 주가가 하루 만에 22.6%나 폭락했던 ‘블랙먼데이’를 예측하고 공매도를 하는 등 시장기회를 적극적으로 노려서 50억 달러를 벌어들인 인물이다. “이는 다른 기업 주주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을 뿐 아니라 기업과 시민사회 간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존스는 말했다.

이윤을 사업의 최종 목적이 아니라 부산물로 여겼던 토크빌 버전은 소비자가 진정성을 갈망하는 현시대에 프리드먼과 다른 종류의 정통 자본주의를 제안한다. 이 같은 자본주의는 이미 인기가 많은데, 특히 젊은 세대에서 더 그렇다. 2018년 딜로이트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사업에서 가장 우선도가 낮은 세 가지로 이윤, 효율, 매출을 꼽았다. 최상위 세 가지는 일자리 창출, 사회 개선, 혁신이었다.

진정성은 왜 미국인들이 월스트리트나 대기업을 싫어하면서도 기업가(갤럽 여론조사에서 87%가 긍정적 응답)와 중소기업(96%)을 좋아하는지, 왜 파타고니아나 워비 파커 같은 목적지향적 기업들이 뭘 팔든, 창업자가 얼마나 부자든 상관없이 사랑받는지를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요소다.

베조스는 몇 달 전 내게 “나는 기업을 인수할 때 창업자가 선교사 타입인지 용병 타입인지를 주의 깊게 살핀다”고 말했다. “구분하기 아주 쉬워요. 선교사 타입은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죠.” 베조스에 따르면 선교사 타입 창업자들은 궁극적으로 가장 수익성 높은 진정성 자원을 창출한다. 바로 신뢰다. 베조스는 신뢰야말로 “사업을 확장하는 원천”이라고 말했다.

물론 신뢰는 양날의 검이다. 페이스북이 이용자 개인정보를 약정서가 아니라 전표 취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기업과 마크 저커버그 CEO의 평판은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둘 다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지만, 심지어 저커버그가 백악관보다 교도소에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기가 더 쉬울 지경이다. 낮은 신뢰는 월스트리트가 담배 제조 대기업만큼이나 인기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퇴색해 가는 아메리칸 드림

그러나 심지어 금융업계에서조차 신뢰가 빠르게 뿌리내리고 있다.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는 그동안 소수 자선사업가나 하는 것으로 폄하돼왔지만 최근 들어 급속도로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해엔 손실 없이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에 3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정이 몰렸다. “우리는 기업가정신과 혁신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주목한다”고 DBL파트너스를 설립한 낸시 푼드가 말했다. 푼드는 벤처 펀드 3곳에서 6억25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테슬라, 솔라시티 등을 포함하는 그의 주요 포트폴리오는 지난 10년간 상위 25% 실적을 올렸다. 푼드는 “주주들의 단기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면 혁신에서 이득을 취할 수가 없다. 그건 미래를 팔아먹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투자는 점점 늘고 있다. 게이츠, 베조스, 마이클 블룸버그 블룸버그통신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 창업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등 억만장자 컨소시엄이 후원하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BEV)는 탄소 배출물 문제에 파격적 해결책을 내놓는 스타트업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서약했다. 대형 사모펀드 업체 TPG의 라이즈 펀드는 보노, 로렌 파월 잡스 에머슨콜렉티브 CEO, 제프 스콜 이베이 창업자 등 BEV 못지않게 쟁쟁한 부호들로부터 후원을 받는다. 라이즈 펀드는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고 예상되는 25개 사업체에 18억 달러를 투자했다. 빌 맥글래션 라이즈 펀드 CEO는 “사람들이 지금 자본주의 체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의문을 느끼는 것은 올바른 일”이라며 “우리는 자본주의가 사람들 위에 군림하기보다 사람을 위해 복무할 때 더 나은 체제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몇 주 전 폭스뉴스가 실시한 설문조사는 아직도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이 조사에 응한 미국인 42%는 “오늘날 미국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 자신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열심히 일하면 적어도 자녀들만큼은 좋은 삶을 보장받는다는 오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응답자 18%는 아메리칸 드림이 자신의 가족에게는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답했다.

더 넓게 열린 자본주의 상상하기

이런 정서를 뒷받침해주는 통계도 있다. 미국의 최상위 1% 노동자들은 하위 50% 노동자들의 소득을 전부 합친 것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돈을 번다. 버핏은 “현 시장 경제 체제는 전문화되면 될수록 더 많은 돈을 최상위 계층에 집중시킨다”며 “전문화된 시장경제 본연의 기능은 갈수록 많은 보상을 상위 계층으로 보내는 거다. 미국에서 이 문제는 아직 충분히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황의 심각성은 커져가는 소득 격차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역사적으로 갑부들을 악당이 아니라 영웅으로 여겼다.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라고 존스는 말했다. 상위 계층으로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포퓰리스트들의 분노가 커져가고 있다. 수많은 성공담이 있지만 어떤 지역,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느냐가 지금처럼 부자 되기에 큰 영향을 미쳤던 적은 없었다.

지난 20년간 억만장자가 되는 가장 분명한 출발점이었던 벤처캐피털을 생각해보자. 벤처캐피털은 대다수 미국인에게 기회의 틈조차 주지 않는다.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금액 가운데 여성 창업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15%다. 흑인 기업가는 1%를 받는 데 그친다. 캘리포니아, 뉴욕, 매사추세츠 이외의 지역에 사는 사람에겐 25% 미만이 돌아간다. 과거보다 더 다양하고 글로벌한 인재들이 선택받은 지역으로 향하고는 있지만 뒤처진 지역에 살면서 자녀들을 그저 그런 공립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에겐 해당사항이 없는 얘기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일이 국가적으로 우선과제가 돼야 한다”고 케이스는 말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버스를 타고 미 전역을 돌면서 보스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지역 외의 기업 100여 곳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케이스에게 이 투자는 시민으로서의 의무이자 기회이기도 했다. 생산성 낮은 지역에서 재능을 썩히면서 절실한 마음으로 큰 꿈을 품고 있는 뛰어난 인재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푼드는 투자할 기업을 결정할 때 여성 임원이 있는지를 살핀다. 그가 투자하는 기업 3분의 2 정도는 최소 최고재무책임자(CFO)나 그 윗선의 여성 임원을 두고 있다. 그는 또 투자 기업들에게 이윤 나눔 계획, 생활임금 준수, 저개발 지역 인재 우선고용 등의 정책으로 기회의 문을 넓히라고 주문한다.

이 모든 노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포부가 있는 사람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열어주려는 시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버핏은 “필요한 자원은 이제 생겨날 것”이라며 “문제는 신체 건강하고 주 40시간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 모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이 좋은 삶을 영위하며 가족을 꾸리도록 할 수 있는지다”라고 말했다.

게이츠가 나와 인터뷰를 마치고 몇 시간 뒤 방송인 스티븐 콜베어가 진행하는 TV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가 방청객의 박수갈채를 받았던 것이다. 게이츠가 자신의 부자 순위가 세계 2위로 떨어졌음을 인정하면서 “재산을 더 빨리 나눠줘버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농담하자 방청객은 황홀경에 빠졌다. 이어 게이츠와 멜린다가 억만장자에게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성공한 사람의 의무와 여성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박수가 이어졌다. 급기야 콜베어는 게이츠 부부에게 정치권에 출마하라며 농담처럼 권유했다.

이를 얼마 전 아마존이 뉴욕 퀸즈 제2본사 설립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했을 때 주민들 사이에서 터졌던 환호성과 비교해보라. 무엇이 시에 이득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아마존이 이 계획을 취소하게 만든 정치인들은 지지층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계층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베조스도 그에 못지않게 큰 타격을 받았다. 베조스의 자산은 아직 진행 중인 이혼 재판을 논외로 하면 1300억 달러가 넘으며, 아마존의 기업 가치는 8000억 달러다. 그런 그와 아마존이 뭐하러 뉴욕시에서 30억 달러라는 쥐꼬리만 한 보조금을 받으려 했을까? 아마존에는 주주들이 있고, 준다는 돈을 안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온전히 프리드먼 정신의 발현이다.

이 상반된 반응은 애스터가, 쿠퍼가, 록펠러가 등 미국 명문가들이 보여줬듯이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미국적 가치를 보여준다. 미국인들은 엘리트가 자신들의 부와 성공의 원천이 돼 줬던 공공사회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 책임이란 전통적으로 자선사업을 의미했다. 전 세계에 10억 달러 이상을 가진 억만장자가 137명이 있는 오늘날 자선사업은 이제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정도의 일은 아니게 됐다. 심지어 자선사업조차도 회의주의자들의 공격을 받는다. “‘애초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를 정하는데 왜 당신네 억만장자들이 목소리를 내느냐’는 비판에 일리가 있다”고 게이츠는 말했다.

금세기 가장 위대한 자선사업가로 기록될 게이츠는 사회에 대한 억만장자의 책임이 역할을 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그 역할이란 ‘새로운 아이디어’나 ‘아주 별난 이론’을 선택하고, 그 콘셉트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고, 세금을 운용하는 정부나 주주에 의존하는 기업이 부담하기 어려운 위험을 기꺼이 짊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게이츠는 요즘 같은 세상에는 자선사업의 동기도 의심받으리라는 것을 잘 안다. “우리가 수학 교과를 개선하려고 나서면 누군가는 왜 밴드는 안 하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게이츠는 재단을 통해 아내와 함께 매년 공개 서한을 작성하는 등 투명성을 확보하고 스스로에게 공적인 책임을 지우려 노력한다. 게이츠가 주도한 기부서약도 그런 노력 가운데 하나다. 최소한 재산 절반을 기부하기로 약정하는 이 서약에 지금까지 부자 189명이 동참을 선언했고, 그중 대다수는 절반보다 훨씬 많은 재산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기부서약에 서명한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도 그동안 두 병원에 익명으로 해오던 기부를 이제 자기 명의로 하고 있다. 새로 억만장자가 된 IT업계 CEO들에게 롤 모델이 되는 동시에 자신이 ‘확인 가능한 방식으로 지역 공동체를 후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다. 그는 사내에서도 ‘1, 1, 1 모델’이라는 유사한 활동을 하고 있다. 회사 자본의 1%를 신탁에 넣어두고, 소프트웨어 제품 매출의 1%를 기부하고, 직원 3만5000명의 업무 시간 1%를 자원봉사에 할애하게 만드는 모델이다. 이 방식으로 세일즈포스는 2억600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380만 시간에 해당하는 봉사활동을 벌였다.

존스는 자발적인 기부 대신 다른 방식을 택했다. 그는 뉴욕주에 로빈후드 재단을 설립하고 지난 수년간 미국 기업에 더 많은 책임을 부과해 더 나은 자본주의를 이룩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 노력 중 하나가 새로 설립한 저스트 캐피털이다. 저스트 캐피털은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미국인 8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나이 든 노동자들도 젊은 세대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직원에 대한 급여 및 처우가 좋은 기업, 정직하고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환경과 공동체를 배려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는 것이었다.

책임을 다하는 자본주의 상상하기

저스트 캐피털은 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36개 평가항목을 만들어 주요 상장기업의 순위를 매기고 우수 기업에는 인장을 부여했다. 좋은 기업이 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참고사항: 나는 저스트 캐피털의 이사 중 한 명이며 포브스는 매년 가을 저스트 100 순위를 게재한다.)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하지 못한다”고 존스는 말했다. 존스는 지난해 6월 저스트 캐피털이 2억 달러 규모 상장지수펀드를 조성하도록 도왔다. 현재까지 이 펀드는 S&P 500보다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라이즈 펀드를 운영하는 맥글래션도 측정에 관심이 많다. 라이즈 펀드는 사회적으로 좋은 일에 투자한다고 밝혀왔지만 누구도 ‘좋은 일’이 뭔지 규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투자를 정당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라이즈 펀드는 영향력 측정을 위한 기업 Y 애널리틱스를 내부에서 육성하고 최근 분사시켰다. 자본주의를 문제 해결에 더욱 집중하도록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한 걸음이다.

이는 아주 시급한 치료제다. “기하급수적으로 커져가는 불평등을 해소할 방법을 시장에서 찾지 못하면 결국 근본 문제는 그대로인 채 포퓰리즘적 정책만 계속 나오게 될 것”이라고 존스는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테스는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70%를 신설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부 대부분이 소득이 아니라 소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이 주장하는 부유세를 실제로 시행하려면 감정평가사 군단을 육성해야 할 판이다. 벤처캐피털에서 일하는 비노드 코슬라는 “부를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해결책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가 대화해본 모든 억만장자는 부자에게 더 높은 세금을 매기는 일은 불가피하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그중 대다수는 제대로 과세되기만 한다면 더 높은 세금이 자신들에게도 더 유리하다고 믿었다. 게이츠, 버핏, 코슬라, 그 밖의 여러 부자에 따르면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할 지점은 바로 거래다. 현재 상속세를 쓸모없게 만드는 구멍을 없애거나 성장을 억제하지 않도록 막대한 자산에 한해 더 많은 취득세를 적용하는 방법 등이 그 예다.

그보다 더 좋은 길은 성장을 촉진하고 이를 조금 더 평등하게 분배할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억만장자인 션 파커 스포티파이 이사가 제안한 기회 지역(opportunity zones)은 이미 시행 중이다. 미국 전역의 빈곤 지역에 약간의 세금 감면 혜택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것도 시행해볼 법한 아이디어다.

자유시장경제의 장점은 그것이 진화한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의 3분의 1이 넘는 세월을 살면서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질 수도 있었던 1942년에 생애 첫 주식을 구입한,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자본주의자 버핏의 전망을 들어보자. “지금까지 이 세상에 태어날 가장 운 좋은 사람은 오늘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일 것이다.” 배짱이 있다면 버핏과 자본주의의 반대편에 베팅해보시라.

※ 미국은 잘 돌아가고 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그렇다. - 워렌 버핏
※ 우리가 지금 사회적 균열이 가득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 폴 튜더 존스
※ 부자 혐오 정서는 지난 수년간 서서히 끓어오르다가 지난 몇 달 새 급속도로 고조됐으며 최근 몇 주 동안은 더 급격해졌다. - 스티브 케이스


- RANDALL LANE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904호 (2019.03.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