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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선의 ‘리더의 습관’(1) 

유혹을 제거하는 효과적인 자기통제는 ‘습관’ 

조지선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전문연구원(심리학 박사)
유혹을 뿌리치고,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는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덜 참고 덜 견디면서 목표에 다가가는 방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작지만 유익한 습관이다.

이 말은 얼마나 진실일까? ‘No pain, No gain.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이 말은 진리다. 우리의 부모, 조부모가 싹 다 망한 나라를 어떻게 살렸는가. 고생스러운 일을 마다하지 않았기에 낙이 왔고, 지난한 고통을 견딘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다. 그래서 누군가 “저기요, 이 말이 정말 맞나요?”라고 물으면 속으로 중얼거린다. “너는 싹수가 노랗다.”

참고 견디면 원하는 것을 얻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만 맞는 얘기다.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유혹을 뿌리치고,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는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데요, 덜 참고 덜 견디면서 목표에 다가가는 방법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자기통제력의 심리학적 정의는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스스로 주의집중(Attention)과 정서(Emotion), 행동(Behavior)을 잘 조절하는 능력’이다. 중요한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방해가 되는 행동을 억제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촉진하는 능력을 이른다. 더 일반적으로 쓰이는 표현인 의지력(Willpower)과 동일한 의미다.

자기통제력을 사용할 필요 없는 자기통제 능력자

자기통제력은 인생의 성공을 강력하게 예측하는 요인이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의지가 강한 사람은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 자기통제를 잘하는 사람은 공부도 더 잘하고 돈도 더 많이 벌고 조직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 일벌레라고 여기면 오해다.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갈등이 생겨도 잘 대처한다. 그리고 더 좋은 리더다. 카리스마를 뿜어대는 리더보다 자기통제력이 높은 리더가 더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한다. 이쯤 되면 이렇게 기도해도 된다. “신이시여, 저에게 하나의 능력만 허락하신다면 의지력을 주소서.”

그렇다면 왜 ‘참고 견딤으로 목표를 이를 수 있다’는 말이 절반만 맞는 말일까? 자기통제력에 대한 세 가지 오해 때문이다. 첫 번째는 인간의 자기통제력를 과대평가하는 오해다. 나만 유혹에 약한 게 아니다. 다이어트를 시도해본 사람은 안다. 의지력을 발휘하는 것이 얼마나 지치는 일인지. 짭조름, 달짝지근, 고소함의 하모니가 완벽한 숯불갈비 대신 풀내 나는 샐러드를 선택할 때, 생크림 케이크와 드립 커피의 환상적 조합을 외면하고 물 한잔 들이킬 때, 그 속상함을 말이다. 우리 안엔 기름지고 달콤한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유전적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다. 바벨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열량을 태우는 것보다 뒹굴면서 에너지 비축하기를 더 좋아하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먹을거리가 충분하지 않았던 수백만 년 전엔 이것이 내 생명을 연장해주는 기능적인 선택이었다.

인구의 70~80%가 자신에게 체중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이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이 실패의 이유로 의지박약을 꼽는다. “이번 생은 글렀으니 포기해야지.” 연초마다 큰 계획을 세우고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초라한 성적표를 확인하는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면 심리학자 브라이언 갈라의 말을 들어보자. “유혹에 굴복하는 나 자신을 너그럽게 대할 필요가 있어요. 누구도 ‘충동 억제의 달인’이 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자기통제력이 훈련에 의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해다. 자기통제력이 여러모로 중요하니, 우리가 할 일은 그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가능할까?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자기통제력 이론을 제시한 학자들은 마치 근육처럼 자기통제력도 사용할수록 강해진다고 주장하는 반면, 그 반대 결과를 보고하는 연구도 상당수 존재한다. 심리학자 버네사 알롬 연구팀이 19개 논문을 메타분석 한 바에 따르면 유혹을 견디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단기적인 반짝 효과 외엔 별다른 이득을 제공하지 못했다. 또 심리학자 말트 프리즈 연구팀이 자기통제력 훈련의 효과를 다룬 33개 연구를 메타분석 한 결과, 작은 훈련 효과만을 관찰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자기통제력이 강한 사람에 대한 오해다. 자기통제력이 강한 사람을 생각하면 승리를 방해하는 악한 유혹에 맞서는 투사가 연상된다. 억제와 인내, 땀과 수고, 승패를 전제하는 선악의 대결구도가 떠오른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자기통제력이 강한 사람은 역설적으로 ‘잘 참는 사람’이 아니라 ‘참을 일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유혹과 맞서는 사람’이 아니라 ‘유혹과의 대결을 피하는 사람’이고 ‘효과적으로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싸울 일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

심리학자 빌헬름 호프만 연구팀은 205명에게 하루에 몇 번씩 무작위로 연락을 했다. 그리고 지금 원하는 것과 직면한 유혹이 무엇인지, 자신을 어떻게 통제하고 있는지 물었다. 놀랍게도, 자기통제력이 강한 사람은 유혹을 억제하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적었다. 자기통제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정작 자기통제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기통제력의 핵심은 ‘충동 억제’가 아니다


자기통제력의 핵심은 ‘충동 억제’가 아니다. 참고 견디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고 연습으로 크게 달라지지도 않는다. 억제 능력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고급 기술이지만 성공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진정한 자기통제의 고수는 덜 참고 덜 견디면서 목표에 접근한다. 그들이 선택한 우회로는 ‘유혹 피하기’와 ‘미니 습관 만들기’다

1. 환경에서 유혹을 제거하라

다이어트 중인 당신의 퇴근길에 바삭하게 구운 치킨이 김을 뿜고 있다면 채소가게가 있는 쪽으로 돌아가야 한다. 심리학자 마리나 밀리야브스카야와 마이클 인즈릭트의 연구를 보면 환경에 방해요소가 많아 이를 참느라 노력한 학생들은 더 빨리 지쳐 있었다. 가장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한 학생들은 가장 적은 유혹을 느낀 학생들이었다.

치킨이든 소셜미디어든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심리학자 월터 미셸의 '마시멜로 연구'에서 실험진행자는 아이들에게 한 개의 마시멜로를 주면서 15분동안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한 개를 더 주겠다고 말했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린 아이들은 머리카락으로 눈을 가리거나, 노래를 부르고, 달콤한 유혹을 피해 등을 돌리고 앉았다. 그들은수십 년 동안의 추적조사에서 눈앞에 놓인 마시멜로 한 개를 날름 집어먹은 아이들보다 학업, 건강, 사회적 관계 등에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었다.

“30분만 봐야지.” 깊은 밤, 영화를 이어 보느라 다음 날 오전 시간을 멍하게 보내곤 했던 지인은 수년간 억제 불가였던 그 유혹을 단번에 해결했다. 어느 날 갑자기 ‘방에서 노트북 퇴출’이라는 기특한 생각을 해냈다. 환경에 어떤 유혹이 존재하는지 탐색하고 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2. 습관은 유혹을 제거하는 효과적인 자기통제다

자기통제력이 높은 사람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다른 이유는 유익한 습관 때문이다. 의지가 강한 사람은 습관을 가지고 있고, 습관은 목표 행동을 개시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 선순환이 요점이다. 심리학자 브라이언 갈라와 안젤라 더크워스의 연구에서 자기통제력이 높은 사람들은 건강한 식습관이나 수면, 운동을 방해하는 유혹을 억제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행동의 자동성 때문이었다. “잘까 말까, 먹을까 말까, 운동을 할까 말까.” 그들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중점은 ‘의사결정의 필요성’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같은 행동을 같은 시간에 하는 사람들은 목표를 성취한다. 그 이유는 불굴의 의지 때문이 아니라 삶을 구조화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수년간, 밥 먹듯이 미루던 운동 약속을 꼬박꼬박 지키게 된 것은 운동 시간을 무조건 고정하고 나서부터다. 월요일 오후 5시에 체육관으로 가는 자동조정장치(Autopilot)에 몸을 실으면 유혹에서 자유로워진다.

의지박약인 내가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럴수록 습관이 필요하다. 이미 아침마다 이를 닦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한 개를 더 만들 수 있다. ‘유혹 피하기’와 ‘미니 습관 만들기’를 통해 자신의 행동에서 ‘힘 빼고 조절’하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지금껏 ‘정신승리’를 외쳤다면 이제 자신에게 조용히 속삭이자. 오늘도 좀 쉽게 가자고.

※ 조지선 전문연구원은…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타임워너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연세대에서 사회심리학, 인간행동과 사회적 뇌, 사회와 인간행동을 강의하고 있다.

201904호 (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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