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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 

비핵화 프레임 벗어나 통일한국 모습 그려야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통일운동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남북, 북미 회담이 이어지는 지금 상황을 ‘포괄적 전략으로 바로잡아야 할 순간’이라고 규정한다. 비핵화라는 협소한 플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통일한국의 모습을 그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현진 GPF 의장은 남북, 북미 간 평화와 통일 논의는 한반도 비핵화와 제재 완화라는 당면 현안을 넘어 더욱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스스로 ‘협상의 달인’이라고 말하지만 이번 하노이 북·미 회담에서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북한과 일대 일 협상에 나선 것, 비핵화라는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둔 것 등 미국의 두 가지 실수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큰 결과물은 없을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숨 가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를 보는 혜안이었을까. 문현진(50)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의 예상은 바로 며칠 뒤 현실로 나타났다. 북·미 두 정상은 제재 완화와 비핵화 조치의 범위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문 서명식을 취소한 채 회담을 종료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주춧돌이 놓일 것으로 기대했던 국제사회는 갑작스러운 반전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북·미 정상회담 사흘 전인 2월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문현진 의장은 인터뷰 내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과정과 방향에 대해 비판했다. 지금보다 더 포괄적이며 전략적인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문 의장은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협상에서 잘 설득하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큰 착각이다. 북에게 핵은 국가와 국민의 유일한 자존심이자 무기다. 핵을 포기하는 것은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 어떤 독재자든 가장 두려운 것은 자국민이다”라고 말했다. 평소 미국에 체류하는 그는 2월 26일부터 사흘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피스컨벤션 2019’ 행사 참석차 방한했다.

‘위협-협상-양보’ 악순환 고리 끊어야


▎2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피스컨벤션(GPC) 총회에서 문현진 의장이 한반도 통일 비전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GPF
고(故)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의 3남인 문현진 의장은 2009년부터 한반도 통일운동가, 세계평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설립한 비영리민간기구 GPF가 활동 무대이자 영향력의 발원지다. GPF에서는 글로벌 비정부단체(NGO)장과 국제연합(UN) 산하기구 책임자를 비롯해 학계 및 정계, 종교계, 국내외 예술계 대표 100인으로 구성된 조직위원회 등이 다양한 통일운동을 진행한다. 파라과이, 우간다, 몽골 등에서는 한국형 개발 모델을 이식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동서연구소,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교류가 활발해 워싱턴 정가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컬럼비아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문 의장은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그는 아버지 문선명 전 총재가 1977년 세운 UCI그룹의 회장이기도 하다. UCI는 미국의 대형 수산물 유통업체인 트루월드수산, 항공사인 워싱턴타임스항공(WTA) 등을 소유하고 있다.

북·미 정상 간 일대일 협상이 왜 문제인가?

미국이 협상 전면에 나선 것이 잘못이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 제재를 위해 강력한 국제적 공조체제를 동원했고, 중국과 러시아까지 동참하면서 김정은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이 직접 협상에 나서자 중국과 러시아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대북 직접협상이 북한과 주변 열강의 직접협상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 결과 국제제재의 공조가 느슨해졌다. 남한이 주도권을 잡고 협상하고 주변 사회가 지원하는 구도가 바람직한데 강대국이 들어오면서 깨지는 분위기다.

미국이 ‘비핵화’ 프레임에 갇혔다고 지적했는데.

미국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만으로 좁혀서 협상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에서 핵무기는 민족적 자존감과 성취를 뜻한다. 따라서 과거 합의들처럼 북한은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약간의 양보만 제안할 것이다. 이런 협상의 한계는 명확하다. 성취 불가능한 목표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만 초점을 맞추는 동안 미국은 더 큰 이슈를 간과하고 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미국은 북한의 쇠락하는 경제를 지원하고, 심지어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도록 보장해주는 꼴이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회담도 실패한 것인가?

그렇다.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직접 만나서 대화한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오히려 김정은에게 재기의 발판이 됐다. 이 때문에 초기에 김정은을 무릎 꿇게 만든 강력한 대북제재는 약화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중국과 북한 사이의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북한은 3대째 독재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미국은 길어야 8년, 한국은 5년마다 정권이 바뀐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계산을 할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동맹국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포괄적 전략’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 포괄적 전략의 핵심은 ‘어떤 통일한국이 될 것이냐’다. 통일된 한국은 인간의 근본 인권과 가치에 부합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것을 미국과 한국, 동맹국가 사이에서 분명히 합의해야 한다. 그것이 한반도 정책의 최종 목표일 뿐 아니라 모든 협상의 프레임워크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위협과 평화협상, 양보’로 반복돼온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코리안 드림’이라고 명명했다.

‘코리안 드림’ 핵심은 홍익인간 정신


▎3.1절 100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2019 One K 콘서트’에서 문현진 의장 등 내빈들이 평화의 비둘기를 날리며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 사진:GPF
‘코리안 드림’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코리안 드림은 한국 역사와 문화에 근거를 두고 통일 비전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의 건국신화에 담긴 홍익인간 이념을 중요하게 여겼다. 남한과 북한의 모든 한국인은 자신들의 기원을 수천 년 전 단군신화에 두고 있다. 홍익인간 건국정신이 5000년 역사를 통해 한국인의 DNA를 이루었고, 한국인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 이 정신은 항상 한국의 역사 속에서 국가 위기와 쇄신의 시기를 이끌어주었다. 또 홍익인간 이념은 한반도를 넘어 온 인류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단군시대까지 올라가니 너무 추상적이다.

그렇지 않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3·1운동 정신에도 담겨 있다. 당시 애국자들은 ‘통일되고, 독립되고, 자유로운’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열망을 품었다. 독립선언서를 보면 3·1운동은 독립운동이자, 홍익인간 정신을 구현하는 이상적인 건국운동이었다. 자유와 인권의 가치, 공화정의 정치 이상, 자유와 평등, 민족 자족권의 호소 등의 내용이 잘 드러나 있다. 독립선언서에 담긴 정신과 나의 코리안 드림은 통일 한국이라는 이상 국가를 통해 전 세계의 평화에 이바지하려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통일 과정의 구체적인 모델이 있나?

미국과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근거 없는 희망적 사고와 형편없는 계획에 기초하거나, 목표점이 불분명한 경우, 또한 협소하게 규정된 최종목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베트남, 이란,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실패했거나 완수하지 못한 군사 행동들이 그 증거다. 대신 통독 과정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얼마 전 서거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은 베를린 장벽 철거와 독일 통일, 소련제국의 몰락과 같은 역사적인 변화 속에서 혜안으로 미국과 세계를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이끌었다. 그는 소련의 반발을 의식해 미국의 거대한 힘을 앞세우는 대신 독일 내 민간의 문화 교류를 통해 풀뿌리 통일운동을 지원했다. 문 의장은 2010년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피폭으로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되기 시작한 때부터 “통일은 불현듯 근시일 내에 온다”며 시민통일운동을 진행했다. 2012년 출범한 ‘통일천사’가 대표적이다. 현재 100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민간 통일운동기구로, 가장 큰 규모의 통일운동연합체가 됐다. 미국은 물론이고 몽골, 인도, 우간다, 일본, 아일랜드 등에서 글로벌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한반도 통일 과정에 국제적인 오피니언 그룹의 관심을 유도하고 국제사회의 정책을 반영하기 위해 매년 ‘글로벌피스컨벤션(GPC), ‘원코리아국제포럼’ 등 국제포럼도 개최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피스컨벤션은 국제평화와 인간계발에 헌신한 정치·시민사회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체제 갈등과 분쟁, 저개발 등의 해법을 모색한다. 지난 200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시작했고, 2012년과 올해 서울에서 열렸다.

통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1020세대 중심의 ‘One K 글로벌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K팝 아이돌 스타들이 참여한 ‘One K 콘서트’는 2015년 서울 상암월드컵구장, 2017년 마닐라에 이어 지난 3월 1일 서울 국회의사당 마당에서 진행됐다. 문 의장은 “정치, 종교, 지역을 불문하고 각계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면서 모든 국민이 통일이라는 대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 NGO의 통일운동이 가장 이상적 조직”이라며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꿈으로 그치지만 모든 사람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강조했다.

민간 차원의 통일운동을 강조하시는데

어떤 나라의 변혁도 지도자 한 사람이나 하나의 정책으로 일어나지 않았다. 위대한 사회변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통의 목적을 추구하는 광범위한 대중적 참여가 필요하다. 통독 또한 양국 국민의 풀뿌리 운동과 국제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그러나 현재 남·북, 북·미 간 대화에서 민간의 자리는 없다. 여러분은 주체사상에 따라 운영되는 통일 한반도에 살고 싶은가?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민간운동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남한에서 ‘좌우 갈등’도 심각하다.

좌우라는 이념은 냉전체제의 대표적 산물이다. 5000년 한국 정치 지형에서 없던 개념이다. 독립운동가들의 목표는 좌우 이념의 국가 건설이 아니었다. 냉전체제 속에서 우리에게 덮인 이념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한 구성원 간 동의와 글로벌의 지원이 중요하다. 그래서 코리안 드림이라는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미국에서의 ‘여론화’ 활동도 같은 맥락인가?

헤리티지재단, 동서연구소, 국제전략문제연구소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미국 지도층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통일 한국의 모습과 만드는 과정에서 미국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의 동의와 지원은 큰 힘이 될 것이다.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오랜 역사를 지닌 싱크탱크가 정책을 지원하고 있어 든든하다.

통일은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


▎문현진 의장은 인터뷰 내내 홍익인간의 이상에 기반을 둔 한반도 통일 비전 ‘코리안 드림’을 강조했다. 독립운동가인 문윤국 종증조부(증조할아버지의 형제), 1991년 방북했던 선친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를 이은 통일국가에 대한 신념과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통일운동은 문 의장 가족의 내력이기도 하다. 독립운동가인 문윤국 종증조부(증조할아버지의 형제), 1991년 방북했던 선친 문선명 총재의 정신을 잇고 있다. 문윤국 목사는 3·1 운동 당시 평안북도 지역에서 일어난 4000여 군중의 독립운동을 이끌다가 검거되어 2년 동안 옥고를 치렀다. 원래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이었으나 일경의 감시와 이북5도 대표로 활동 중이라는 점 때문에 교회의 장로가 대신 참석했다. 이승훈 선생과 오산학교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1990년에 국가유공자로 선정됐다.

문 의장은 젊은 층의 통일운동 참여를 강조했다. 그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통일은 나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통일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 상태에선 남한 주도의 제대로 된 통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적어도 ‘통일’이란 이념하에선 남한 국민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게 문 의장의 일관된 판단이다.

“통일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는 덤으로 따라오는 열매다. 통일된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나는 세계 5위까지 충분하게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자원이 결합하면 현재 청년들이 겪는 모든 경제적인 문제가 통일한국에서 해결될 수 있다. 그래서 통일은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주도 국가가 될 것이다.”

[박스기사] 문현진 의장 저서 『코리안 드림』 - 미 국방정보국(DIA)이 추천한 필독서


▎사진:GPF
지난해 4월 미국 국방정보국(DIA, Defence Intelligence Intelligence Agency)은 2018년 필독서 중 하나로 문현진 GPF 의장의 저서 『코리안 드림』을 선정했다. 문 의장이 2014년 펴낸 책으로 미국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출판됐으며, 2017년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책은 한반도 문제의 해법으로 통일을 제시하고 이와 관련해 세계정세와 한반도 정세를 분석했다.

DIA는 추천 이유로 “불투명성이 대두되는 오늘날 문현진의 『코리안 드림』은 한반도가 직면한 문제들에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분단 70년 동안 만들어진 한반도의 안보, 경제, 사회적 문제들의 궁극적인 해법으로 통일을 제시한다. 수천 년 동안 하나의 민족을 형성해온 건국원칙과 문화에 기초해 평화를 실현해나가는 획기적인 방법들을 설명하고 있다”고 꼽았다.

DIA는 해외 군사정보 수집의 중심 역할을 하는 미국 정보기관이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전 세계 140개 국가에서 전문가 1만7000명을 운영하고 있다. DIA는 “정보요원의 자기학습만이 신속성과 창의성, 확신감을 배양할 수 있다”며 리더십&전문성 개발, 역사, 국제정세 분석 등 3개 분야에서 94권을 선정했다.『코리안 드림』은 국제정세 분석 분야에 선정됐다.

이 책은 미국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반도 정세를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곤 한다. 책에 담긴 내용과 방향에 공감하고 자신의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요구가 너무도 많아 아무도 써주지 않는다’는 룰을 견지하던 헤리티지재단 창설자 에드윈 퓰너 박사가 맨 처음 추천사를 쓴 책이 『코리안 드림』이다. 문 의장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연설 중 상당 부분이 이 책에서 인용됐다. 당시 연설문을 작성한 연설비서관이 ‘책에서 많이 배웠다’고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201904호 (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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