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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송재우 송지오옴므 대표 

“외연 확장으로 톱3 진입 승부수”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하이엔드 남성복 브랜드 송지오옴므가 새로운 수장과 함께 재도약하기 위해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과감한 행보로 주목받고 있는 송재우 대표에게 브랜드의 미래 비전을 물어봤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침체된 패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송재우 송지오옴므 대표. / 사진:송지오옴므
송지오옴므는 국내 남성복 분야에서 1세대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패션 디자이너 송지오의 컨템퍼러리 남성복 브랜드다. 1993년 첫선을 보인 송지오옴므는 변치 않는 우아함과 현대적인 예술성으로 국내 패션 산업을 선도해왔다. 또 2006년부터 파리패션위크, 2016년부터 런던컬렉션 등 해외 무대에서 아트웨어 컬렉션을 선보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서 위상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25년간 국내외 패션 시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며 새롭게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2월 12일, 송지오 디자이너의 뒤를 이어 브랜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송재우 대표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송지오옴므 본사에서 만났다.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송 대표는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크리에이티브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볼륨을 키워야 한다”며 “과감한 투자로 빠른 시일 내에 송지오옴므를 성공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송지오옴므의 새로운 수장이 된 소감이 궁금하다.

대표 자리에 오른 지 이제 딱 1년 됐다. 취임과 동시에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면서 패션업계 인재들을 모아 최강팀을 만들었다. 그들과 함께 브랜드를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송지오’라는 브랜드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25년이 넘었다. 내 역할은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의상을 만들건 무대에서 쇼를 하건 광고 화보를 찍건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고가의 송지오옴므, 중저가의 지오송지오 남성 라인과 여성 라인 이렇게 3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브랜드마다 고객층이 다양하고 유통망도 모두 달라 마케팅 전략을 그에 맞게 세분화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정말 빈틈없이 꽉 차게 하루하루를 보낸 것 같다.

취임 이후 공격적인 행보로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단기간에 우리 브랜드를 성공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보통 브랜드가 론칭하고 자리를 잡기까지 5~7년 정도 걸린다. 특히 고가 브랜드일수록 고객층이 정해져 있는데 그들을 누가 선점하느냐의 싸움이다. 고가 브랜드는 숫자도 많지 않고 업력도 오래됐다. 그들의 매장 컨디션이나 오랜 시간 쌓아온 고객 관리 노하우를 따라가려면 단기간에 이슈를 만들고 승부를 내야 한다. 의류 비즈니스는 규모의 경제가 매우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우리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아니어도 누구나 뛰어들 수 있다. 원단 발주부터 생산까지 볼륨이 연간 최소 200억~250억원은 넘어야 수익이 난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3년 안에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국내에는 10개 정도의 경쟁 브랜드가 있는데 우리는 그중 4~5등 정도다. 빠른 시일 내에 톱3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백화점 매장을 10개 오픈했다. 적어도 20개 이상은 돼야 지역 선점이나 고객 확보에 더욱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1년간 송지오옴므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근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4층에서 진행된 송지오옴므의 멀티버스 팝업 스토어. / 사진:송지오옴므
무엇보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이 제품이 팔릴까, 안 팔릴까를 걱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더 잘 팔릴까, 저게 더 잘 팔릴까를 고민한다. 그만큼 우리 제품에 자신감이 생겼고 그런 측면에서 큰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송지오옴므에 젊은 고객층이 유입된 것도 큰 변화다. 사실 이 부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브랜드에 럭셔리한 이미지를 입히면서 주요 고객층을 40~50대로 잡았는데 오히려 20~30대에서 매출이 더 많았다. 전체 매출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브랜드가 이전보다 젊어지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송지오옴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시대 흐름에 맞게 진화하고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전의 가치가 훼손되거나 폄하되는 것은 아니다. 초창기 양복 중심의 부티크 브랜드에서 오트쿠튀르를 지향하는 아방가르드한 브랜드를 지나 현재의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보면 된다. 포멀한 부분과 예술적인 부분이 합쳐져 지금의 송지오옴므가 됐다. 멋스러움과 특별함을 과시하고 싶은 남성들, 내면에 숨겨진 욕망을 분출하고 싶은 남성들을 위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올해 선보일 의상들의 콘셉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열망(aspiration)’이다. 송지오옴므의 모든 컬렉션에는 공통된 주인공이 한 명 있다. 우리는 이 주인공을 ‘도령’이라고 부르는데 일종의 브랜드 뮤즈라고 이해하면 된다. 굉장히 감각 있고 예술적이면서 모던한 삶을 살고 있는 가상의 젊은 남성이다. 그 주인공을 바탕으로 해마다 스토리를 만들어 나간다. 올해는 그 주인공이 꿈꾸는 성공에 대한 열망, 사랑에 대한 열망,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 등을 의상에 표현하고자 했다.

자신만의 패션 철학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최고의 현대성과 영원한 우아함이다.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사훈 같은 메시지다. 패션은 트렌드 사업이다. 물론 우리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는 개성도 중요하지만 트렌드를 정말 잘 따라가야 한다. 트렌드에 맞는 우리만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현대성이 정말 중요하다. 더불어 브랜드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면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우리만의 우아함과 퀄리티도 필요하다. 10년 전 찍은 사진이 뭔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창피한 이유는 전자만 충족됐기 때문이다. 패션잡지에 나오는 40~50년 전 멋쟁이 사진들이 지금도 멋지게 보이는 이유는 현대성과 우아함 바로 이 두 가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토털 패션 하우스가 우리의 비전


▎지난 1월 서울시와 함께 진행한 월간 송지오 프로젝트 패션 화보. / 사진:송지오옴므
프랑스 파리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송 대표는 수년간 글로벌 금융 회사들을 두루 거친 경제 전문가다. 2012년 악사 뱅크 유럽(AXA Bank Europe)을 시작으로 2013년 HSBC 프랑스와 언스트&영(Ernst & Young), 2014년 BNP 파리바에서 경험을 쌓은 송 대표는 2017년 송지오옴므 총괄이사를 거쳐 지난해 송지오옴므 대표에 취임했다. 송 대표는 “전공을 살려 시작한 금융맨 시절의 경험이 패션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된다”며 “정형화되고 획일화된 패션 콘텐트에 피로감을 느끼는 고객들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시다시피 최근 남성복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황이 썩 좋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불황에도 살아남는 브랜드는 늘 있다. 요즘 트렌드가 ‘개인의 행복’이라고 하더라. 워라밸, 욜로 같은 개념이 각광받고 있다. 경기는 안 좋은데 해외여행 인구는 오히려 느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국내 패션 시장이 갈수록 어렵고 더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한 의류 사업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객들에게 생필품 같은 옷만 파는 것이 아닌 행복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는 고객들이 거울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의 침체기가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SPA 브랜드나 스포츠 브랜드에는 없는 우리만의 확실한 콘텐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대기업 제품에 피로감을 느끼는 고객들에게 우리 브랜드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디지털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패션 시장에서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계획인가?

젊은 세대들은 이미 너무 많은 온라인 정보에 노출돼 있다. 웬만해선 그들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그들은 쇼핑몰이든 SNS든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로망이나 워너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부터 서울시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월간 송지오×서울(Monthly Songzio × Seoul)’이 좋은 사례다. 매달 콘셉트와 장소를 선정해 서울의 아름다운 모습을 패션 화보에 담는 프로젝트인데 여기에 참여하는 모델들이 우리 브랜드를 알리는 훌륭한 인플루언서 역할을 하고 있다.

송지오옴므의 올해 매출 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밝혀달라.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송지오옴므만 65억~75억 정도 예상한다. 여기에 지오송지오 남성 라인이 360억, 여성 라인이 220억 정도니 전체 매출은 640억~650억 정도 될 것 같다. 올해는 송지오옴므 100억, 지오송지오 남성 390억~400억, 여성 250억으로 잡고 있고 전체 매출 700억을 넘기는 게 목표다. 특히 송지오옴므는 내년에 200억, 후년에 300억을 달성하기 위해 백화점 매장을 20~23개까지 늘려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프리미엄 아웃렛 5~10곳에도 입점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 진출 계획도 궁금하다.

올해 하반기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 중이다. 현재 상하이와 홍콩에 기반을 둔 파트너들과 다양한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중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후에는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싶다.

취임 2년 차를 맞이한 송재우 대표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송지오’라는 브랜드를 글로벌 패션 하우스로 만들고 싶다. 명품의 대명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탈리아의 아르마니가 롤 모델이다. 패션은 물론 리빙, 카페, 바, 호텔 등 고객들의 모든 삶을 아우르는 토털 브랜드가 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조만간 우리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방향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카페나 바도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달라.

201904호 (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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