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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포브스코리아 휴브리스 포럼] 휴브리스 포럼 현장 스케치 

“자아 성찰의 기회로 삼겠다” 

기업의 오만, 경영진의 오만, 리더의 오만을 다룬 제2회 포브스코리아 휴브리스 포럼은 참가자들로부터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주제”라는 호평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이날 리더의 오만을 사전에 캐치할 수 있다는 새들러 교수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리더의 오만을 경계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2019 포브스코리아 오만 포럼에 각계각층 리더들이 모였다. 중견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규모와 구성의 기업체를 이끌고 있는 리더들은 오만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스스로 오만했는지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포럼의 문을 연 이는 유진 새들러 스미스 영국 서리 경영대학원 교수였다. 영국에서는 정·재계 사례를 중심으로 리더의 오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새들러 교수는 오만 포럼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오만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는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과 그에 동의한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의 독선과 오만이었다”고 말했다.

2016년 영국에서는 2003년 영국군의 이라크 참전 결정 과정을 조사한 ‘칠코트 보고서(Chilcot Report)’가 발표됐다. 무려 5년 5개월에 걸쳐 12권으로 발간된 이 보고서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어떻게 참전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적합했는지 여부를 상세하게 담고 있다.

새들러 교수는 “이런 심각한 사안을 결정하는 배경에 인간의 자만심과 오만이 깔려 있음을 인지하고 오만과 관련된 연구에 뛰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에서도 최근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등 리더들의 오만에 시민들의 분노가 큰 것으로 안다”면서 “어떤 기업이든 지속가능한 발전을 원한다면 최고결정권자들의 위선, 독선, 오만, 자만심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보잉(Boeing)과 닛산(Nissan) 사태에서 나타난 리더의 오만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했다. 지나친 자신감, 거만, 조언과 비판에 대한 무시, 무모함, 과거의 성공에 대한 도취 등 오만을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들을 제시해 청중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새들러 교수는 리더의 오만과 기업 내부의 엘리트 문화, 강점 등 오만의 씨앗이 자라나는 과정들을 설명하면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비책도 소개했다. 한 참가자는 “‘장점은 그 사람을 성공으로 이끌지만, 성공은 그를 오만하게 만들고, 오만이 장점이었던 요소를 약점으로 바꾼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토롤라는 아날로그 기술로 성공했고, 성공에 도취돼 디지털 기술로 넘어가는 데 실패하면서 쇠락한 사례다. 또 다른 참가자는 “과거보다 변화 속도가 훨씬 빨라진 현시대에서 조직 리더의 오만은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가 되는 것 같다”며 “강연 후 다양한 업체 리더들과 의견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가장 이목을 끌었던 세션은 새들러 교수와 최광철 SK디스커버리 고문의 대담이었다. 포브스코리아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처음 대담 형식의 세션을 마련했다. 한국과 미국 기업에서 CEO로서 조직을 이끈 경험이 있는 최광철 SK디스커버리 고문이 대화를 이끌었다. 최 고문은 서구권 리더들의 오만 사례를 연구해온 새들러 교수에게 본인이 직접 현장에서 느낀 사례와 문제점을 중심으로 질문했다.

두 사람은 자신감과 겸손이 적절한 조화를 이룰 때 리더와 조직 모두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데 동의했다. 그러나 자신감과 겸손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누가 리더 자리에 앉든 객관적으로 오만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담에 이어 2부 강연에서는 정은경 강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인간이 권력을 갖게 되면 어떻게 오만해지는가를 설명했다. 문제는, 오만한 사람은 본인의 도덕성이 평균 이상으로 높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걸 교육으로 바꾸기는 힘들다”면서 “외부에서 어떠한 충격요법을 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고 덧붙였다.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신문선 명지대학교 기록정보 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팀을 4강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은 과거에 자아 성찰의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으로 본 휴브리스 포럼


▎(왼쪽부터) 최광철 고문이 새들러 교수, 조지선 전문연구원과 함께 강연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조지선 연세대학교 인간행동연구소 전문연구원. 최광철 SK디스커버리 고문, 유진 새들러 스미스 교수, 신문선 명지대 교수, 정은경 강원대 교수.



▎포럼에 초청받은 참가자들이 도착해 데스크에 마련된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연사들의 강연이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다.



▎참가자들이 포럼 마지막 순서인 신문선 명지대 교수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사회를 맡은 조지선 연세대학교 인간행동연구소 전문연구원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이어진 시간 동안 연사들을 소개하며 포럼을 이끌었다.



▎참가자들이 통역기를 통해 전달되는 새들러 교수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강연이 끝날 때마다 네트워킹 시간을 가졌다. 포럼장 한쪽에 정통 수제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가 행사주로 마련돼 참가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201908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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