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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바뀌는 주세(酒稅) 

 

한국 주류 과세체계가 내년부터 맥주와 막걸리를 중심으로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뀐다. 50여 년 만의 개편이다. 가격 기준 과세체계에서 주류의 양이나 알코올 분에 비례해 세금을 매긴다는 뜻이다.

지난 7월 25일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및 재정 확대에 따른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금번 세법 개정에서는 경제활력 회복 및 혁신성장 지원, 경제·사회의 포용성·공정성 강화, 조세제도 합리화 및 세입기반 확충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딱딱한 내용은 잠시 접어두고 주당(酒黨)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주세법 개정안을 소개할까 한다.

맥주·막걸리(탁주) 과세체계 개편 배경


현행 주세법에서는 발효주(예: 막걸리, 와인, 맥주), 증류주(예: 소주, 위스키), 기타 주류 등 종류별로 술의 가격에 일정한 세율을 곱한 금액을 과세하는 방식인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다. OECD 35개국 중에 우리처럼 주류 가격에 연동하여 세금을 매기는 국가는 멕시코, 칠레 정도다. 반면 나머지 30개 국가에서는 술의 양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의미다.

현행 주세법상 맥주와 소주, 위스키의 세율은 72%로 동일하다. ‘아니, 맥주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소주가 위스키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니 뭔가 이상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거다. 실제로 1968년 종가세를 도입한 이래 2000년까지 소주는 30~35% 세율을 적용받은 반면 위스키는 그보다 훨씬 높은 100~250% 세율을 적용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소주와 위스키의 차별대우에 미국과 EU가 문제를 제기했다. 왜 국산주류(소주)와 수입주류(위스키) 사이에 차별을 두어 주류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냐는 것이었다. 결국 이러한 문제 제기는 WTO 분쟁으로까지 이어졌고, 1999년 1월 우리나라가 패소함으로써 2000년부터 모든 증류주의 세율을 통일하게 된 것이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주세 논쟁을 다시 끄집어낸 것은 반대로 국내 맥주 제조업체들이었다. 최근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사이의 과세체계 불균형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현행 주세법상 국산맥주에는 출고가격에 72%의 주세를 부과하는 반면 수입맥주에는 수입신고가격에 72%의 주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출고가격에는 국내 맥주 회사의 이윤이나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고 이를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수입신고가격은 수입맥주 회사가 마케팅 비용을 반영하지 않는 등 조정이 가능하므로, 이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면 구조적으로 가격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OECD 국가 대부분이 종량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간 과세체계 불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점 등을 고려하여 전반적인 주류체계를 종량세로 개편해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현재의 주류 시장이나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우선 맥주와 탁주부터 종량세로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부 개편안에 비판적인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소주·맥주의 가격인상은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를 종량세 도입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산맥주의 주세 부담만 경감해주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요지다.

국산 캔맥주 세부담 줄어

현행 정부 개편안에 따를 경우 2020년 1월 1일 이후 제조장에서 반출하거나 수입신고 하는 분부터는 맥주의 경우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동일하게 1㎘당 83만300원, 탁주의 경우 1㎘당 4만1700원의 주세가 붙게 된다. 국내맥주 회사를 기준으로 세부담의 증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렇게 되면 국산 캔맥주의 세부담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병맥주와 페트용기에 든 맥주의 경우 일부 가격 상승 요인이 있지만 소폭 오르는 정도다. 반면 생맥주의 경우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20% 경감 혜택을 주어 1㎘당 66만4200원의 주세를 매김으로써 가격인상 요인을 완화해줄 예정이다. 수입맥주의 경우 저가맥주는 세부담이 늘어나고 고가맥주는 세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세제개편에 따른 세부담 증감이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맥주 가격에 반영될 것이다. 선호하는 맥주 종류나 취향에 따라 우리 살림살이에도 조금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정부는 이번에 주류 과세체계를 개편한 목적이 고품질 주류 개발 및 생산 확대 등 주류산업 경쟁력 강화에 있다고 하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박재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1909호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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