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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를 빛낸 CEO들 

 

포브스코리아는 창간 첫해 구글의 성공 신화를 집중 조명하고, 전설의 투자가로 불리는 워런 버핏을 한국 언론 최초로 인터뷰하는 등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경제 리더들을 조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2000년대 초반은 이미 국내 가구의 컴퓨터 보유율과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2위에 달하던 때다.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서버 2003을 출시하고, NHN이 지금의 블로그 서비스의 시초인 ‘네이버 페이퍼’ 서비스와 네이버 카페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인터넷을 활용한 각종 서비스가 생겨났다. 전국의 유무선 인터넷망이 완전히 마비된 ‘1.25 인터넷 대란’이 발생한 것도 이해다. 포브스코리아는 2003년 12월호에서 올해의 CEO로 이해진 NHN 공동대표,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김승유 하나은행장을 선정했다. 또 국내 최초로 한국부자물가지수를 조사해 발표하면서 경제계에 새로운 지표를 제시했다.

한국이 IT 강국으로 거듭나던 시기, 포브스가 주목한 또 한 명의 인물은 양덕준 레인콤 대표였다. 1999년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아이리버’를 만들며 일약 ‘벤처스타’로 떠오른 양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제패하면서 소니의 콧대를 눌렀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손잡고 애플과 소니를 견제했을 정도로 아이리버는 브랜드 가치와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았다. 국내 최초로 소니를 누른 기업으로 칭송받았지만, 애플이 아이팟을 선보이면서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시 애플은 아이리버보다 세련된 디자인에 자체적으로 음원을 공급하는 플랫폼 ‘아이튠즈’를 더한 혁신품을 선보이면서 시장 판도를 180도 바꿨다. 이후 아이리버는 적자를 이어가다가 2014년 SK텔레콤에 매각됐다. 포브스코리아는 2004년 올해의 CEO로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 황영기 우리은행장과 함께 양 대표를 선정했다.

광복 60주년을 맞은 2005년 이후에도 코스닥시장을 호령하는 벤처부자들의 승승장구가 계속됐다. 선박엔진을 가동하는 핵심 부품을 국산화한 이창규 현진소재 사장과 CCTV(폐쇄회로TV)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디지털로 바꿔 컴퓨터에 저장하는 DVR(디지털 저장 장치)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김영달 아이디스 대표가 포브스코리아 표지에 ‘한국의 벤처부자’로 얼굴을 알렸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한류의 원조 격 아이돌을 배출해낸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도 벤처부자로 커버를 장식했다. 이수만 대표는 2006년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 진출에 앞서 동남아 시장의 가능성을 눈여겨보며 ‘K팝 열풍’을 이끌 주역들의 육성 계획을 내비쳤다. 당시엔 K팝이라는 말조차 없었지만, 아시아권 멤버를 포함해 현지를 공략하거나, 아시아인을 한국의 ‘매니지먼트’로 키워 자국에서 스타로 만드는 전략을 통해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거머쥐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발 빠르게 ‘신성(新星)’에 주목

포브스코리아는 2006년 태평양에서 화장품, 생활용품, 식품 부문을 분할해 아모레퍼시픽을 설립한 서경배 회장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며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가장 잘할 수 있는 화장품에만 집중한 서 회장은 2002년 글로벌 브랜드 ‘AMOREPACIFIC’으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헤라와 아이오페, 설화수, 려 등 히트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IMF 외환위기에도 승승장구하는 몇 안 되는 본보기로 각인됐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포브스 조사에서 매년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을 넘어 ‘아시안 뷰티’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포브스코리아가 주목한 또 한 명의 라이징 스타는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이었다. 포브스코리아는 2006년 7월호에서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던 유니클로를 조명하며 ‘자라(ZARA)’와 함께 패스트패션을 주도하던 유니클로의 가능성을 분석했다. “유니클로 ‘유니크’해질까”라는 제목으로 야나이 회장의 해외 진출 목표를 다룬 기사는 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벗어나 아시아로 발을 넓혀야 한다던 그의 선견지명을 다뤘다. 야나이 회장은 그로부터 3년 뒤인 2009년 포브스가 발표하는 일본 부호 1위에 올랐다.

포브스코리아는 밀착 취재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조기업 오너들을 재조명하면서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2005년 10월호에서 한국 100대 부자 5위(1조 261억원)에 오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당시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공식 행사 등 언론에 노출되는 자리를 피해왔다.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한 뒤 15년여간 경영 수업을 거쳐 2004년 그룹의 정책본부장을 맡은 그는 당시 포브스의 부자 순위 5위에 오른 것에 대해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신동빈 회장은 친형과의 경영권 분쟁을 매듭짓고 롯데그룹 CEO로서 경영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2007년 8월호에서는 박용만 두산 부회장을 이틀에 걸쳐 인터뷰하며 “두산을 제너럴일렉트릭(GE)과 같은 인프라 1위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비전과 계획을 속속들이 기사화했다. 그러나 기사가 나간 다음 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은 증시 사상 최악의 날을 맞았다. 결국 이 사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면서 건설 중장비 수요가 급감, 매년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결국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의 20대 사원 희망퇴직 논란을 불렀다.

포브스코리아는 2009년 12월 전문경영인 구학서 회장에 이어 신세계 대표이사로 취임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언론 최초로 인터뷰했다. 정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7개월 만이었다. 그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경영관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싶다”면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비전을 공유했다. 또 당시 화제를 모았던 ‘트위터 경영’에 대해 “고객과의 장벽을 허물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트위터 경영을 인스타그램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다. 이 밖에도 최신원 SKC 회장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등 재계 오너들이 포브스코리아를 통해 성공 DNA를 공유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

2011년 포브스가 뽑은 미국 최고 부자 400명 중 88위에 이름을 올린 장도원 장진숙 부부의 성공 스토리는 국내 기업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무일푼이던 장씨 부부가 미국에서 막노동부터 시작해 30여 년 만에 ‘포에버21’을 글로벌 패션의류업체로 일궈낸 스토리는 ‘아메리칸 드림’ 자체였다. 포브스코리아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던 이민자 출신 억만장자 부부를 이메일로 인터뷰했고, 커버스토리로 소개했다. 이들 부부의 재산은 2011년 포브스가 발표한 한국 40대 부자 리스트에서 4위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3조5970억원)을 뛰어넘는 4조1400억원이었다. 심지어 2011년은 삼성전자 주가가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어선 해였어서 그들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2012년에는 대한민국을 ‘카카오톡’ 열풍에 빠트린 김범수 카카오톡 의장이 처음으로 커버 인터뷰에 등장했다. 2010년 3월에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단 이틀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유치하더니, 세 달 뒤 아이폰4와 갤럭시S 출시를 계기로 이듬해 1월까지 국내 회원만 550만 명이 가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스마트폰 가입자가 600만 명 정도였으니 열에 아홉이 카카오톡을 사용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한 것이다. 그는 당시 포브스코리아에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모바일 빅뱅이 시작됐다”며 카카오를 ‘상생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정주 넥슨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나성균 네오위즈 대표, 천양현 전 NHN재팬 대표 등 당시 국내 IT업계 거물 CEO 14명이 53억원을 투자하면서 카카오에 힘을 보탰다. 카카오톡의 성공과 반대로 내리막길을 걸은 기업도 많았다. 대한민국 1세대 통신 벤처기업으로 한때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꿰찼던 팬택이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졌으며, 국내 PC 시장 개척자로 불리던 삼보컴퓨터도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다. 야후코리아는 영업 부진으로 1997년 한국 진출 15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포브스코리아는 어느 국내 언론보다도 발 빠르게 동남아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2007년 창간 4주년 특집에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베트남의 신흥부자들을 조명했다. 특히 베트남의 삼성전자로 불리던 FPT의 쯔엉 자 빙 회장을 인터뷰하면서 베트남 IT 시장을 심층 분석했다. 이듬해인 1월에는 신년특집으로 베트남을 새로운 유망 투자처로 소개해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눈을 돌리던 한국 파워를 조명했다. 2014년 11월호에서는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초로 국민투표를 통해 당선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그는 한국 기업들에 인프라 건설과 첨단 제조업 등 꾸준한 투자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밖에도 인도와 터키, 카자흐스탄, 베네수엘라 등 신흥경제국의 가능성을 현지에서 생생하게 담았으며, 기회의 땅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해 ‘라오스의 정주영’이라 불렸던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을 현지에서 인터뷰했다. 또 포브스 선정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 오른 일본 최대의 파친코 회사 마루한 한창우 회장의 성공 신화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기 위해 도쿄로 날아가기도 했다.

포브스코리아만의 기획, 차별화로 빛 보다

한국 50대 부자 순위는 포브스코리아가 가장 오랫동안 연재해온 기획이다. 2005년부터 시작된 이 기획은 포브스코리아의 자체 조사를 거쳐 포브스 아시아와 미국 포브스에 공유한다. 한 달에 걸친 조사와 수정 작업을 거친 결과물은 매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항상 가장 많은 화제를 모으는 분야는 새로 순위에 오른 신흥부자들이다. 2005년 제조업 기반의 전통 부호들이 줄지었던 한국 50대 부자 순위는 최근 수년간 바이오, 제약, 모바일 분야에서 성공한 젊은 CEO들이 합류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50대 부자 순위와 함께 포브스코리아가 매년 발표하는 ‘한국의 파워 셀러브리티 40’ 순위도 올해로 10년 차를 맞았다. 2009년부터 조사하기 시작한 한국의 파워 셀러브리티 40은 연예계와 스포츠계를 통틀어 화제를 모았던 스타들의 영향력을 수치화하며, 한국의 문화 트렌드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한 ‘한국을 빛낼 2030 유망주’ 시리즈에서는 혁신 기술로 기존 산업 생태계를 바꾼 ‘digital disruptor’들의 열정을 담으며 스타트업업계와 투자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의 룰이 더는 적용되지 않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새로운 룰을 개척하며 앞서 나가고 있는 젊은 리더들의 노하우는 창업을 꿈꾸는 예비 기업인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2015년은 유럽을 중심으로 테러가 급증하고, 세계 경제에 크고 작은 이슈가 많은 해였다. 국내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라 1995년부터 개방이 유예되었던 쌀 시장이 20년 만에 개방됐으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통합법인인 삼성물산이 진통 끝에 출범했다. 한국을 뒤흔들었던 ‘메르스 사태’와 ‘땅콩회항 사건’도 2015년에 발생했다. 포브스코리아는 한 해를 통틀어 한국 10대 기업 창업주들의 기업가정신을 되돌아볼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재계의 굵직한 재벌총수들의 뿌리를 재조명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황창규 KT 회장의 현재 경영 노선을 새로운 시각으로 정의했다.

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오너들의 행태를 ‘오만’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2018년부터 ‘오만 포럼’을 개최, 오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국내외 석학들을 초청하며 국내 산업계에 차별화된 관점을 제시해오고 있다. 여성 기업인들의 활약도 커버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포브스코리아는 2014년 4월 국내 최초로 제약업계에서 매출 1조원 신화를 쓴 조선혜 지오영 회장을 커버스토리로 다뤘으며, 같은 해 10월호에서는 유리천장을 깬 여성 CEO 31인을 소개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정수정 이랜드 월드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장인아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대표, 조정열 한독 대표, 윤영미 하이랜드푸드 대표, 최승옥 기보스틸 회장 등 자수성가 경영인과 전문경영인, 오너가로 나눠 업적을 조명했다.

올해 들어서는 3월호에서 한국 제조업 2세 경영자들의 위기돌파 프로젝트를 기획, ‘부울경(부산, 울산, 경북)’ 지역의 젊은 후계자들의 도전을 커버스토리로 다뤄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아울러 4월호에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단독으로 만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복론’을 자세히 다루며 국내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밖에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문화를 사무실 풍경으로 분석하는 ‘글로벌 혁신 오피스,’ 독일 기업들의 경영 철학을 소개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독일기업에서 배운다,’ CEO가 CEO를 직접 만나는 ‘박혜린이 만난 경영 구루,’ ‘김익환이 만난 혁신기업가’ 등 포브스코리아만의 퀄리티 높은 연재물을 선보이고 있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201910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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