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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과 열정(6)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 신재영 한국포스증권 대표 

‘잘 만들고’, ‘잘 파는’ 증권업 30년 동반자 

세상의 변화를 먼저 읽고 남들보다 먼저 가치를 발굴해 수익을 내는 이가 있다. 이를 정확하게 알아보고 ‘부의 기회’를 나누려는 자도 있다. 강방천(59)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과 신재영(58) 한국포스증권 대표 얘기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을 보며 파란만장한 한국 증시를 견뎌낸 지 20년이 넘은 업계 동반자”라고 말한다.

“형님, 회사가 새롭게 태어나겠다는데 임원부터 앞장서야죠.” - 신재영 한국포스증권 대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용단을 내렸구먼….” -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2017년 말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사무실에서 짤막한 대화가 오갔다. 당시 펀드온라인코리아 부사장이었던 신재영 대표가 주주였던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수장인 강방천 회장에게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털어놓는 순간이다. 펀드온라인코리아는 2013년 47개 자산운용사가 오프라인 판매채널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펀드판매 플랫폼을 선보이기 위해 야심 차게 공동 출자한 회사다.

하지만 매년 적자를 이어오면서 자본 확충이 여의치 않았던 펀드온라인코리아는 2017년 8월 새로운 최대 주주를 찾아 나섰다. 그로부터 4개월 후 신 대표도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최대주주가 되기로 했던 기업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문제가 생기면서 인수작업이 흐지부지됐다. 그렇게 수개월을 보낸 후 2018년 말 대주주 공모신청과정을 다시 거쳐 한국증권금융이 한국포스증권의 최대주주로 선정됐고, 400억원을 투입하며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후 치러진 사장 공개모집 심사에서 신 대표가 펀드온라인코리아(현 한국포스증권) 제3대 사장에 선임되며 다시금 인연을 맺게 됐다. 지난달 판교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두 사람은 당시를 떠올렸다.

강 회장은 “조직 생활을 하면서 권한과 자리를 내려놓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기득권을 내려놓기는 어렵지만, 회사 살리자는 대의명분 앞에 선뜻 자리를 내놓는 사람이 원래 더 귀해 보이는 법”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가 맡은 후 펀드온라인코리아는 이름을 한국포스증권으로 바꾸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2018년 말 성장통을 겪었던 한 회사를 사이에 두고 주주와 임원은 그렇게 또 마주하게 됐다. 신 대표는 “파란만장했던 한국 증권업계에서 햇수로 30년을 버텼다”며 “그 옆엔 고교 선배이자 업계 선배인 멘토(강 회장)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둘은 목포고 1년 선후배 사이다. 증권업계 입문도 강 회장이 1년 빨랐다. 강 회장은 1987년 증권회사에 입사 후 1994년 SK증권과 쌍용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서 매니저를 시작했다. 1995년에 독립 후 ‘이강파이낸셜서비스’란 자문사를 차렸다. IMF 외환위기 당시 1억원으로 증권사 우선주와 한진해운 주식을 사들여 156억원을 번 신화를 썼다. 이를 종잣돈으로 1999년 2월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설립한 뒤 2008년 자산운용사로 전환했다. 업계에선 20년 동안 가치투자 명가로 꾸준한 성과를 내는 독립계 운용사로 자리 잡았다.

신 대표는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승승장구했다. 손복조 현 토러스증권 회장이 대우증권 사장으로 근무했던 2004년, 업계 4~5위 수준이던 회사를 6개월 만에 1위로 끌어올린 신화의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손 회장의 리더십 뒤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이가 신 대표다. 대우증권에서 전략 기획과 리테일 마케팅 등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미시간대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증권 업계에서 전략과 실무를 겸비한 샐러리맨으로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셈이다.

걷는 길은 좀 달랐지만, 증권업계에서 각자 영역을 구축하고 입지를 굳혀왔다. 한 사람은 오너와 운용 전문가로, 한 사람은 기획·영업·마케팅 등을 두루 거친 경영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물론 고교 선후배지만, 고등학교 다닐 땐 서로 몰랐다. 강 회장은 “증권업계 바닥이 좁아서 고교 후배가 대우증권에서 일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며 “1999년 대우증권에 강의하러 갔을 때 처음 만났다”고 했다.

자리 앞에 마주 섰던 주주와 임직원


이후 업계에서 20년 이상 만남을 이어왔다. 신 대표가 지점 영업을 돌면서 강 회장과 만나는 일이 잦아졌고, 몇 년 전부터는 자전거 모임도 종종 함께하고 있다. 두 사람은 단순히 고교 선후배 사이라서가 아니라 만날수록 생각이 닮아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금융투자문화 개선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신 대표는 “증권사 지점에서 영업할 때 고객의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한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그때 강 회장은 회사의 사적 이익보다 장기적으로 주주가 되고 주식으로도 함께 부자가 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서 속으로 ‘아차’ 싶었다”고 털어놨다.

펀드 판매구조가 문제라는 얘기는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한국 공모펀드 시장도 10년째 200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투자자들이 한국 공모펀드 투자라면 손사래치며 돈 넣기를 꺼리는 탓이다. 실제 한국 기업은 수십 년간 성장해왔지만, 한국 증시에서 주주로서 성공했다는 이가 드물다. 왜일까. 여기서 한국 투자문화와 펀드 판매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 사람은 생각과 행동도 비슷했다. 강 회장은 10년 넘게 밀어내기식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직판을 고집하고 있다. 그는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려줄 수 있을 만큼 투자자들이 펀드에 장기투자하는 문화가 중요하다”며 “더불어 대형 은행 같은 일반적인 판매 창구를 통하지 않고, 펀드를 안정적으로 꾸려나가겠다는 믿음을 주는 것도 우리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 대표도 일부 판매사나 운용사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기존 펀드 판매채널이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수익 중심의 잦은 펀드 교체와 높은 수수료 위주의 상품 판매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며 “그래야 투자자들이 꼬박꼬박 저축해 종잣돈 만들 듯 펀드도 장기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거들었다.

강 회장은 13년간 딱 3개 펀드만 굴렸다. 글로벌리치 투게더 펀드 외에 한국 시장 1등 기업에 투자하는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우량한 중국 현지 기업에 투자하는 ‘에셋플러스차이나리치투게더’만 운용했다. 최근에야 아시아 신흥국 10여 개국에 투자하는 슈퍼아시아리치투게더펀드와 로보어드바이저를 적용한 알파로보펀드를 내놨을 뿐이다. 강 회장은 “펀드 상품 구성은 총 10개로 내 구상이 드디어 완성됐다”며 “상품 기획보다 펀드 운용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이 상품은 에셋플러스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영업장, 한국포스증권의 펀드슈퍼마켓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1999년 대우증권 강연에서 첫 만남


두 사람의 인연은 ‘투자자와 판매자 간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공통 인식에서 비롯된다. 물론 오랫동안 같은 증권업계에 있었어도 걸어온 길은 상당히 다르다. 강 회장은 ‘상상력’이 풍부한 오너로, 신 대표는 열린 마케팅과 조직화에 능한 전문경영인으로 경험을 쌓았다. 실제 강 회장의 상상력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숱한 투자 성공 사례가 그의 능력이 ‘뭔지’ 말해준다. 그는 “20년 전 미래 온라인 유통망에서 배송의 힘을 느껴 한진 주식을 샀고, 자전거도로가 깔리자 삼천리에 투자했다”며 “내가 주식을 내놓을 때는 주주로서 내 상상력이 투자 기업에 제대로 투영되지 않을 때뿐”이라고 했다.

신 대표는 강 회장의 상상력에서 배운 게 많다. 그는 “증권업계 샐러리맨은 자칫 잘못하면 좁은 사고에 갇히거나 오만에 빠지기 쉬운데 이런 걸 막아준 사람”이라며 “지점 영업 현장에서 발로 뛸 때 기업의 미래 비전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 사람이었고, 강 회장의 투자 철학은 고객에게 장기투자를 설득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움은 열정을 자극하는 법이다. 신 대표는 대표 자리에 오른 후 강 회장의 투자 철학부터 떠올렸다. 그는 “펀드 판매 구조 혁신을 이끌 변화관리팀을 신설해 직원들이 비전을 공유하고 열정적으로 뭔가 추진할 수 있게 돕고 있다”며 “펀드를 잘 팔아보겠다는 것보다 제대로 된 펀드를 알리고, 나무보다 숲을 보자는 심정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는 등 시야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주주인 강 회장도 그를 지지한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2017년부터 최대 주주가 두 번이나 바뀌는 와중에도 지분을 내놓지 않았다. 운용사 주주 세 곳 중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미래에셋자산운용(4.5%), 삼성자산운용(4.26%)보다 많은 4.7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친분 때문이 아니다. 강 회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포스증권이 금융사 이익에 치우친 펀드 판매구조를 고객 중심으로 바꾸는 실마리가 돼줄 것이라 믿었다. 최근 파생결합상품(DLS·DLF)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공급자 중심의 판매문화가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금융권에 팽배해 있는 성과 중심 문화가 무분별한 초고위험 상품 판매를 부추긴 셈이다. 올해 NH투자증권이 자산관리(WM)사업부 인사평가에서 핵심성과지표(KPI)를 폐지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투자문화 개선에 의기투합

주주로서 기업가치를 따져보는 본분도 잊지 않았다. 강 회장은 “난 기업을 볼 때 지속성, 확장가능성, 예측가능성, 변동가능성 이렇게 4가지 측면에서 이익의 질을 들여다본다”며 “한국포스증권이 앞으로 카카오, 토스 같은 금융 플랫폼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할 거란 확신도 있고, 고정비가 확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기에 이익의 확장성 측면에서 탄력이 붙기 시작할 것”이라 내다봤다.

신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그는 “한국포스 증권은 전통 금융대기업보다 몸짓이 가벼우면서도 IT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금융산업만의 노하우가 있다”며 “실제 많은 금융기관이 디지털사업부를 만들지만, 지점 수익을 갉아먹는다는 이유로 해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반해 한국포스증권은 IT 회사들보다 엄격한 룰 베이스 시장에 대한 노하우가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무엇보다 일반 투자자가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시장의 변화 속에서 막대한 부가 나올 것”이라며 “불모지에서 반도체, 조선업을 세계 1위로 만든 한국인의 저력으로 변화를 읽고, 일반 투자자들과 그 기회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펀드를 굴리는 일은 강 회장이, 일반 투자자들을 장기투자로 이끄는 일은 신 대표 몫으로 남았다. 신 대표는 “어떻게 하면 이들이 주식·채권·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펀드에 저축할까를 고민한다”며 “취업도 어려운 20대와 30대 소비자층이 부를 쌓을 여유조차 없는 현실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 생애주기에 맞춤 목적별 펀드를 라인업해 온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금융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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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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