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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빅 5’의 WM 대격돌] NH투자증권 

고객특성 감안한 지점 다원화 주력 

NH투자증권이 지난 7월 운용자산 6400조원인 뱅가드그룹 자회사와 손잡았다. 뱅가드의 투자 노하우로 고객 자산을 제대로 불려보겠다는 포석이다. NH투자증권은 제대로 해보겠다며, 올해 초부터 자산관리(WM) 부문의 조직구조부터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초 WM 영업직원 평가방식을 변경하는 결단을 내렸다. 증권사 점포들이 고액자산가나 법인을 대상으로 기존 위탁매매 중심에서 IB와 WM 역량을 더 강화하고 있으며, NH투자증권 삼성동금융센터는 그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갓투증권’(God+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붙는 별명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56)이 국내 금융 업계 최초로 영업직원 평가 때 수수료·수익 등 실적 중심 지표를 모두 배제하기로 한 직후다. 당장 핵심성과 지표(KPI)를 폐지했고, 고객 중심의 평가지표인 ‘과정 가치’를 도입했다. 과정 가치는 ‘상품 판매’ 같은 실적보다 얼마나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시황 분석과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학습활동, 고객 대면접촉 횟수, 자산운용보고서와 데일리 정보자료 발송 등 고객이 원하는 활동 전부가 지표에 포함된다.

영업보다 고객 만족 우선

정 사장의 전략이 통했는지 NH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당초 WM 부문은 ‘은행의 전유물’, ‘기업금융(IB)이나 트레이딩보다 돈을 못 버는 분야’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영업 압박을 줄인 실험으로 실적 우려와 부정적인 인식까지 한꺼번에 떨쳐낸 셈이다.

NH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으로 각각 3896억원, 2792억원을 올렸다. 특히 WM사업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상반기 총수익은 2772억원, 경상이익(총수익-총비용)은 432억원을 기록했다. 경상이익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보다 무려 70% 가까이 급증했다. 글로벌 사업도 보폭이 한층 넓어졌다. NH투자증권은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뱅가드그룹의 자회사인 뱅가드 인베스트먼트 홍콩과 WM 비즈니스 협업에 나선다. 5조4000억 달러(약 6400조원)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뱅가드그룹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ETF를 운용하고 있다.

뱅가드는 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 교육 리서치 자료를 NH투자증권에 제공하고, NH투자증권은 뱅가드에 한국 퇴직연금 제도 노하우 등을 제공한다. NH투자증권은 앞으로 뱅가드 포트폴리오 모델을 활용해 자산 배분 노하우를 WM 부문에 투영할 계획도 세웠다. KPMG 삼정회계법인과 업무협약을 맺고 가업승계 분야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잠재 고객인 중견기업 후계자를 겨냥한 컨설팅을 위해서다.

전략을 세웠으니 펼칠 곳이 필요하다. 실제 법인 영업을 전담하는 지점을 늘렸다. 올해 1분기까지 82개였던 WM센터도 3곳 더 생겼다. 센터를 늘렸을 뿐만 아니라 프리미어블루 등 초고액자산가 전담 점포 등 고객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지점을 운영하기로도 유명하다. 점차 다원화되고 있는 고객의 요구를 하나라도 더 수용하겠다는 의지다. 업계에선 NH투자증권의 이런 노력으로 자산관리 부문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테헤란로에 있는 삼성동금융센터는 NH투자증권의 전체 지점 중 기업고객, CEO 고객 등 초고액자산가 컨설팅에 최적화된 점포다. 해외주식, 달러 투자를 비롯한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도 강하지만, 기업 인수합병(M&A), 메자닌 투자, 기업 자금조달·기업공개와 같은 IB 서비스에서 발군의 성과를 거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엔 본사 전략에 발맞춰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WM 4곳이 한데 모여 있는 이곳에서 만난 신윤종 삼성동금융센터 WM3센터 센터장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들은 해외 자산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고, 직접투자에도 관심이 많다”며 “최근엔 해외 주식·채권 투자 비중을 높여 절세 효과를 거두고,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주식과 달리 매매차익에 비과세되는 해외채권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적절히 활용하는 식이다.

지역 특성상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기업 고객이나 CEO 고객들이 시장과 상품을 이해하는 수준이 다른 어떤 고객보다 높기 때문이다. 덕분에 새로운 해외 투자상품군을 발굴하거나 없던 제도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노력을 이곳에선 ‘스터디’라 부른다. 신 센터장은 “전환사채(BC)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담는 메자닌에 투자하는 블라인드 신탁 펀드를 결정해 절세한 바 있다”며 “더불어 해외주식에 장기로 투자하는 고객이 자금 조달이 급한 경우 해외주식담보대출을 업계 최초로 시행했다”고 말했다. 본사도 센터의 이런 요구에 적극 나서서 유권해석을 도왔고, ‘진성’ 고객을 유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삼성동금융센터 ‘스터디’ 파워

‘스터디’가 힘을 발휘했던 적은 또 있다. 신 센터장은 “올해 초 글로벌 금리인하 상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센터 직원끼리 관련 상품을 스터디하면서 미국 리츠 상품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타깃 종목으로 GNL(글로벌 넷 리스) 리츠를 골랐고, 달러 투자를 원하는 고객에게 권했다”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분기당 배당률 10.53%를 자랑하는 인기 상품이었다. 스터디를 통해 국내 주식, 금융상품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 리츠 상품까지 모색해 고객에게 더 큰 수익을 안겨준 셈이다. 실제 지난해 이곳 센터가 미국 주식 투자를 권하면서 상당수 고객이 해외주식 투자로 상당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의 ‘파격실험’이 곳곳에서 효과를 내고 있었다. 삼성동금융센터는 자율적인 분위기가 더 강해졌고, 직원들은 고객 만나는 횟수를 점점더 늘려나가고 있다. 당장 상품 하나를 더 파는 영업보다 고객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는 셈이다. 신 센터장도 “삼성동금융센터는 그 흔한 간판도 없이 테헤란로에서 비싼 임대료를 물고 있지만 입소문으로 고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 전략, 기업금융, 가업승계, M&A 등 차별화된 서비스가 좋은 평가를 받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910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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