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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 기술의 미래 

인공지능이 열어젖힌 광학 기술의 황금기 

주로 카메라에 많이 사용되던 렌즈가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 그 활용 폭을 크게 넓히고 있다. 자동차부터 로봇까지 다양한 기계의 ‘눈’이 되어주고 있는 광학렌즈 기술의 현황과 미래를 짚어봤다.

▎광학 산업의 새로운 시장은 자율주행차 등 주행보조 기술이다. 전방충돌방지, 후측방 경보 등 운전자보조시스템 (ADAS)은 이미 주류 시장에 진입했다. 욜디벨롭먼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약 1억2400만 개 이미지 센서가 차량용 카메라로 출하됐다.
모든 도구가 그렇듯 렌즈도 인간을 위한 것이었다. 과거 수정이나 석영 등을 손으로 깎아 만들었던 원시적 형태의 렌즈부터 최첨단 소재와 기술을 적용한 오늘날의 렌즈에 이르기까지, 만드는 재료와 비법은 다르지만 모두 인간의 시력과 기록을 보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메라에 아무리 좋은 렌즈를 달아서 천 리 밖의 물건을 볼 수 있다 한들 그 카메라는 렌즈에 비친 물건을 보여주기만 할 뿐이며,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활용하는 일은 결국 인간의 영역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지금까지 인간의 눈을 보조해왔던 광학렌즈가 이제는 명실상부한 컴퓨터의 눈이 되어가고 있다. 컴퓨터에 달린 렌즈가 사물을 비추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대상을 분류하고, 해석하고, 대응하는 단계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인간뿐 아니라 컴퓨터도 사물을 봐야 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렌즈는 자율주행,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드론과 로봇 등 각종 첨단기술의 핵심 요소로 급부상하며 그 중요도가 과거와 비할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과거 광학 산업의 주력 매출이었던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그 이후 매출을 견인했던 스마트폰 시장마저 포화 상태에 이르자 광학 업체들은 앞다퉈 새로운 시장 개척을 모색하고 있다.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 겸 CEO는 지난 8월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 저하 등 기존 사업의 전망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신규 사업의 성장이 순조롭다. 미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타라이는 “의료 산업용 제품을 확대해나가고, 감시 카메라 소프트웨어 관련 제품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며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차량의 ‘눈’이 되는 렌즈와 센서가 필요해진다. 광학 산업의 미래는 무한히 뻗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캐논을 비롯한 광학 기술업체들이 엔비디아 등 AI 컴퓨팅 기업과 앞다퉈 제휴에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AI 업체에는 눈이, 광학 기술 업체에는 두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캐논, 세코닉스, 벨로다인 등 광학기기 및 센서 제조업체와 잇따라 제휴를 맺고 있다.

“광학 산업의 미래는 무한하다”


▎지난 3월 미국 북애리조나대학 캠퍼스 구내식당에서 한 직원이 배달 로봇에 배달할 음식을 담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아이스박스 크기의 배달 로봇 수십 대가 베이글스, 아인슈타인 브라더스 등의 음식을 매일 학생 수백 명에게 배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신사업 영역은 주행보조 기술이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부푼 기대는 올해 초를 전후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운전자보조시스템(ADAS)만큼은 뚜렷한 성과를 내며 서서히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 전방충돌방지, 후측방 경보 등 기초적인 ADAS 기술은 웬만한 완성차 제품에 기본으로 탑재되어 나올 정도다.

지난 6월 시장조사 업체 욜디벨롭먼트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약 1억2400만 개 이미지 센서가 차량용 카메라로 출하됐다. 지난해 자동차 카메라 모듈 시장 규모는 30억 달러에 달했으며, 2024년까지 11% 안팎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규모가 총 57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아만 마독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현재 자동차에 주로 부착되는 것은 후방 주차용 센서가 대부분이지만 커넥티드 자동차로 산업이 변화하면서 자율주행 등의 기술이 도입되고, 주행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센서가 부착될 것”이라며 “카메라 센서는 ADAS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모든 차량에 후방 카메라 장착이 의무화되어 있다. 향후 다양한 센서가 더욱 일반화되고 기술이 발전하면 의무 장착 센서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ADAS에 주로 사용되는 센서는 비디오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센서, 라이다(lidar) 등 네 가지다. 이 중 비디오카메라와 라이다에는 성능이 뛰어난 광학필터와 렌즈가 필수적이다. 특히 ADAS의 발달과 함께 각광받고 있는 라이다 센서는 빛을 목표물에 비춘 다음 반사되는 신호를 측정해 물체를 감지하는 장치인데, 빛을 여러 방향으로 빠르게 송수신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센서 하나에 수십 개 렌즈가 들어간다.

이에 따라 한때 이미지 센싱 산업의 곁가지 정도로 인식됐던 자동차 전장 부문이 이제는 많은 기업에서 핵심 사업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욜디벨롭먼트는 분석했다. 매출과 시장 규모가 모바일과 비교해도 유의미한 수준까지 올라왔으며, ADAS를 뒷받침하는 AI 기술의 영향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피에르 캄보 욜디벨롭먼트 이미지 부문장은 “차량 이미징 기술은 최초의 풀 스케일 에지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으로서 이미징에서 센서 애플리케이션으로 넘어가는 이미지 기술 전환의 중심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과 기능이 오늘날 자동차 산업 전체를 뒤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이미징 센서 부문은 앞으로 기술 발전의 여지가 큰 시장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차량에 원적외선 카메라를 추가로 장착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기존 센서만으로는 야간이나 악천후에 탐지 능력이 크게 제한되는데, 원적외선 카메라가 이를 극복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9월 26일 자 보도에서 차량 센서 분야에 원적외선 카메라를 비롯한 새로운 센서들이 매달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아직 혁신의 여지가 많다”고 보도했다.

자율주행 다음은 로봇의 시대

주변 환경과 사물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는 ‘눈’은 비단 자동차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 공장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머신비전 장치와 산업용 로봇도 이미징 분야의 발전 덕분에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한국의 머신러닝 벤처 수아랩이 미국의 세계적인 머신비전 기업 코그넥스에 국내 스타트업 역대 최대 액수인 2000억원 규모로 인수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스마트 공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머신 비전 장치는 주로 기계가 부품이나 설비를 살펴본 뒤 결함을 찾아내는 외관 검사 영역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공장에서 로봇의 활용 범위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중제비를 도는 이족보행 로봇을 선보여 유명해진 미국 로봇제조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 9월 로봇 개 ‘스팟’을 출시했다.

실제 개처럼 네 다리로 움직이는 이 로봇은 이동은 물론 계단을 오르거나 문을 여닫는 등 생활에 필요한 기초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또 전후방에 여러 개 스테레오 카메라를 장착하여 주변 360도 환경을 탐지할 수 있고, 30배 광학 줌이 가능한 PTZ 카메라도 탑재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측은 스팟의 가격을 일반에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미 여러 기업이 이 로봇을 활용해 석유 및 가스 시설이나 공사 현장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AI 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가 지난해 말 도요타자동차와 공동으로 선보인 방 정리 로봇은 산업 현장이 아닌 가정에서 로봇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높이 130㎝, 중량 37㎏ 정도인 이 로봇에는 수평 250도 각도를 탐지하는 레이저 범위 센서, 속도와 방향·중력·가속도를 탐지하는 IMU센서, 물체의 색상과 형태를 인식하는 RGB-D 카메라, 좌우 렌즈의 각도 차이로 거리를 측정하는 스테레오 카메라 등 10여 개 센서와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이 로봇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 장난감, 페트병 등 다양한 재질의 물체를 인식하고 집어서 알맞은 위치에 가져다 놓을 수 있다. 펜처럼 가는 물건도 형태를 올바르게 파악해서 그에 알맞은 손 모양을 만들어 집어들 수 있다.

도요타의 생활 지원 로봇 HSR에 PFN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더해 만든 이 로봇은 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던 로봇을 일반 가정으로 옮겨놓겠다는 야심을 보여준다. 니시카와 도루 PFN CEO는 컴퓨터,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사업으로 개인용 로봇을 꼽으며 로봇용 애플리케이션, 로봇 개발을 위한 시스템 사업화를 계획하고 있다. 마치 과거 공장에서나 쓰던 컴퓨터가 개인용 컴퓨터로 자리했듯이 로봇도 그렇게 되리라는 것이다.

니시카와는 “누구나 자신의 로봇을 소유하고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시대가 언젠가는 온다”고 말했다. 언제가 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때가 되면 오늘날 전 세계 휴대전화에 들어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렌즈가 로봇에 내장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이기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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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호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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