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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퍼포먼스 플랫폼 액티브인터내쇼날 

재고와 광고의 ‘스마트한 딜(Deal)’ 

액티브인터내쇼날은 골칫덩이 재고를 필요자산으로 교환하는 ‘물물거래 비즈니스’ 모델로 꼽힌다. 유형의 재고와 무형의 서비스 등 내다팔 수 있는 모든 것이 거래되는, 기업 간 거래 플랫폼이다.

사례1. “창고에서 잠자던 의류, 판매 손실 없이 전량 처분”: 수년 동안 성장세를 이어오던 스포츠의류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던 A사는 시장이 급랭하면서 곤경에 처했다. 처치 곤란한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인 것. 광고 비용 역시 부담이었지만 브랜드가치 하락을 우려해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A사의 재고 의류를 정상가에 해당하는 트레이드 크레디트를 지불하고 사들였다. 의류는 A사가 제시한 재판매 제한조건(특정 지역, 특정 유통 채널 판매 금지)을 지키면서 해외에 재판매했다. A사는 악성 재고를 판매 손실 없이 제값에 판매했고, 트레이드 크레디트로 신규 광고를 집행했다.

사례2. “추가 물류비용 압박 벗고 광고예산 절감까지”: 우수한 품질과 다양한 구성의 식품 선물세트를 시장에 공급해온 B사. 명절을 겨냥해 물량을 대폭 늘렸으나 예상보다 판매가 부진해 많은 재고를 떠안게 됐다. 식품 특성상 시간이 흐를수록 처리 방안은 더욱 막막한 상황. 액티브인터내쇼날은 B사의 선물세트 재고를 정상가에 인수했다. 인수한 선물세트는 액티브인터내쇼날의 폭넓은 기업 네트워크를 통해 판촉물과 임직원 선물용으로 재판매됐다. B사는 재고를 판매하고 받은 트레이드 크레디트로 케이블TV의 신제품 광고 비용을 지불했다. 판매 손실은 물론이고 물류·관리 비용의 압박에서도 벗어났다.

액티브인터내쇼날(액티브)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려면 무역회사, 제조·판매회사, 미디어랩사, 재무회계컨설팅 회사 등 다양한 개념이 등장한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혁신적인 미디어 퍼포먼스 플랫폼’이다. 액티브 미디어 퍼포먼스 플랫폼 내에서 통용되는 액티브 머니인 트레이드 크레디트(Trade Credit, T/C)를 매개로 재화와 용역의 잉여 자산 또는 부실 자산을 정상가로 판매하고, 광고 미디어를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

제값에 재고 넘기고 광고로 교환


전종환 액티브 대표는 “어떤 기업에는 재고에 불과하지만 다른 기업에는 유용한 자산일 수도 있다는 점을 활용해 기업 간 거래를 중개한다”며 “악성 재고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우리 솔루션을 활용하면 재무적인 손실을 막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비즈니스 혁신가, 업계 리더, 미디어 및 재무 전문가로 구성된 글로벌팀을 구축해 새로운 차원의 재무 유연성과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액티브는 현재 미주, 유럽, 아시아 14개국에 현지 법인을 둔 글로벌 기업이다. 기업 간 거래 솔루션은 글로벌 500대 기업의 70% 이상이 재고관리의 한 툴로 활용할 만큼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난해 기준 액티브의 기업 자산 매입액은 15억 달러(약 1조6000억원), 미디어 취급 규모는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하며 관련 시장점유율은 55%로 업계 1위다. 2011년 설립된 한국법인은 국내 150여 개 기업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액티브의 비즈니스는 두 가지 고민에서 시작됐다. 수익률 개선, 생산공정이나 SCM(공급망 관리) 과정의 효율성 향상 등 내부 비효율을 극소화하는 방법으로 무한 경쟁의 시대를 이겨낼 수 있을까? 광고는 하고 싶으나 광고비가 부담인 기업들, 유휴 재고나 악성 재고를 덤핑으로 넘겨야 하는 기업들이 합리적인 가치로 재평가받을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전 대표는 “액티브 플랫폼은 외부 참여자를 더 확장하고, 상호작용을 더 도우며, 가치를 생성할 필요가 있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해결 과제는 재고 또는 유휴자원을 시장에서 가치 있는 가격으로 유통하는 것이었다. 액티브는 기업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제휴사의 네트워크를 통해 유휴 자원의 교환가치를 환산하고, 수요자를 찾아 파트너들 간의 거래를 돕는다. 유휴자원을 액티브 플랫폼 내에서 교환가치로 환산하는데 그 가치만큼 기업이 원하는 광고 미디어 또는 상품,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두 번째 과제는 광고비를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내는 문제다. 액티브는 자체 통화인 트레이드 크레디트(T/C)를 개발했다. 기업은 재고를 판매하고 받은 T/C를 광고 미디어, 재화와 서비스 구매 시 현금과 함께 지불할 수 있다. 즉 쓸모없던 악성 재고를 경상비용 지출을 위한 재원으로 교환한 것이다. 액티브는 각종 매체와 접촉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광고할 수 있는 시간대와 지면을 파악한 뒤 고객사와 연계해준다. 광고 외 사용처는 경상비용 지출 항목이 대부분이다. 고객 행사에 쓰일 기념품을 구매하거나 인쇄포장·비품·물류서비스·렌터카·보험 등을 T/C로 구매할 수 있다. 호텔 객실, 비행기 좌석, 빈 사무실 공간, 공연 티켓도 구매할 수 있다.

B2B 연결해 이윤 만들어내는 ‘촉매기업’


▎전종환 대표는 “유휴자원을 액티브 플랫폼 내에서 교환가치로 환산하는데 그 가치만큼 기업이 원하는 광고 미디어 또는 상품,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전민규
그러나 기업 입장에선 ‘액티브 플랫폼을 활용하면 자사의 유통망이 교란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액티브는 ‘기업이 제한하는 유통 채널이나 여러 제약조건을 고려해 기업의 유통망을 교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전 대표는 “우리는 세계 각지 법인 등 강력한 네트워크가 경쟁력이다. 중국 생산기지에 쌓인 악성 재고를 현지 액티브인터내쇼날에 처리하고, 매매대금으로 받은 T/C로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광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 마케터들은 왜 브랜드 관리에 많은 비용을 지불할까? 기업전략의 최상위 목표는 최고 브랜드를 육성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최고 제품을 만들고, 강한 유통망과 역량 있는 인력조직 구성을 추구하는 것도 이러한 목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엄청난 연구개발비와 광고비를 쏟아부어 개발한 제품도 브랜드 관리를 제대로 못 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스웨덴의 소비자 조사기관 SCSB는 “소비자 만족도가 1점 올라갈 때마다 5년간 현재가치로 748만 달러의 가치가 창조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업 경영에서 소비자 만족도, 고객 충성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마케팅의 대부 피터 드러커는 혁신을 “기존 자원이 부를 창출하도록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활동”이라 정의했다. 결국 혁신의 목표는 가치 창출이다. 창출된 가치가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을 만족시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간다. 혁신이 개선과 다른 점은 기존에는 없었거나, 인지되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들을 새롭게 만들어내거나 체계화함으로써 발생한다.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는 그의 저서 『적의 칼로 싸워라』에서 “비즈니스에서 적의 칼로 싸운다는 것은 ‘기존의’, ‘시장의’, ‘타인의’ 전략과 전술, 상품과 서비스를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해 새롭게 활용한다는 뜻”이라며 그 예로 액티브인터내쇼날을 꼽았다. 전자회사의 TV 재고를 리노베이션하는 호텔과 연결해주는 식으로 이윤을 만들어내는 ‘촉매기업’이라고 표현했다. 세상에 있던 것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설명이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911호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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