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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문가 재산관리법, 패밀리 오피스 

 

최근 패밀리 오피스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관리를 전담하는 서비스다. 단순히 재산관리를 넘어서 자산가들의 투자관리나 상속·증여, 세금문제 등 금융자본 관리까지 맡는다. 더 나아가 가업승계 서비스로 진화할 기세다.

세계적인 부자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스위스은행(UBS)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첫 번째가 부의 보전이고, 두 번째는 자녀들의 미래, 세 번째는 부의 성공적인 세대이전이다. 결국 자신의 세대에 축적한 부를 잘 보존해서 다음 세대에 잘 이전하여 자녀들의 미래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바람을 이룰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전 세계 모든 언어권에 표현은 다르지만 이와 동일한 의미의 속담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아일랜드에서는 ‘나무 신발도 3대를 물려줄 수 없다’고 표현한다. 왜 이런 속담이 전 세계에 존재하는 것일까?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부가 3대를 넘어 4대까지 유지되는 비율은 고작 3%정도밖에 안 된다. 게다가 이 비율은 어느 나라에서나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 마치 보편타당한 자연의 법칙과도 같다.

각국에서 발견되는 유사한 속담이 오늘날에도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재산 보존의 여부를 평가할 때 부동산이나 금융자산과 같은 경제적 자본(Economic Capital)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산관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수익률이나 절세방법 등에 치중한다. 이 외에도 가족재산이 인적자본(Human Capital)과 사회적자본(Social Capital)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인적자본이란 무엇인가? 이는 가족 개개인이 보유한 능력이나 지식 등 각 개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특성이다. 반면, 사회적자본은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 존재한다. 미국 사회학자 제임스 콜먼(James S. Colmen)은 ‘신뢰’를 자본의 한 형태로 보았다.『트러스트』의 저자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도 신뢰를 사회적자본과 동일시했다. 결국 사회적자본이란 사람들 간에 서로 신뢰하고 협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신뢰가 높은 사회는 거래가 안정되므로 상업이 발달한다. 또 신뢰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즉 신뢰는 국가나 사회, 기업, 개인 등 모든 차원에서 자원으로서 큰 영향력을 갖는다.

경제적 자본: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 부동산, 가족기업 등 금액이나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물리적 자산이다.

인적자본: 가족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스킬, 능력, 꿈, 열정 등이다. 여기에는 개인의 성품이나 가치관, 도덕성, 윤리의식 등도 포함된다. 아무리 지식이나 능력이 월등해도 도덕성이나 윤리의식이 낮으면 궁극적으로는 인적자본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회적자본: 가족 간 신뢰 및 좋은 관계 등 가족들이 화합하고 서로 협조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지역사회에 기여하여 얻은 평판, 명성 등도 사회적자본이다. 이는 쉽게 사고팔거나 거래할 수 있는 자본과 구별되며,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이 세 가지 자본은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재산관리나 세대 간 재산 이전 문제는 이 세 가지 자본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사실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경제적 자본이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이는 인적자본과 사회적자본으로부터 창출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형성하고 확대하는 것은 수면 아래에 있는 빙산, 즉 보이지 않는 인적자본과 사회적자본에 달렸다. 그러므로 인적자본과 사회적자본의 확충 없이 가족재산이 수대에 걸쳐 오랫동안 보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족의 사회적자본, 즉 가족 간의 신뢰가 깨진다면 가족재산은 파괴되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3세대 함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대에 걸쳐 부를 유지하고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세계적 명문가들의 비법은 무엇일까?

최근 세계적으로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 산업이 각광받으며 크게 성장하고 있다. 패밀리 오피스란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관리 등을 전담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하지만 기존 금융권에서 제공하는 웰스 매니지먼트(Wealth Management)와는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웰스 매니지먼트는 자산가들의 투자관리나 상속·증여, 세금문제 등 금융자본 관리를 전담한다. 하지만 패밀리 오피스는 여기에 더해 가족의 라이프스타일, 리스크 관리, 전략적 자선사업, 자녀 교육 및 가문의 영속성을 위한 지배구조 등 대를 이어 가족의 재산을 보존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인을 관리한다. 앞서 소개한 세계적 부자들의 니즈(Needs)인 부의 보존과 돈 때문에 자녀들의 미래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대처하고, 대를 이어 부를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즉, 경제적 자본 외에도 인적자본과 사회적자본의 관점에서 부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가족자산의 구성


패밀리 오피스는 6세기 유럽에서 왕실 관리인이 왕실의 재산관리를 담당했던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중에 귀족들도 자신의 재산관리인들에게 이러한 서비스를 요구했고, 이것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자산관리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19세기 들어서는 현대적 개념으로 발전했다. 1838년, 금융가와 미술품 수집가였던 J.P. 모건의 가족이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최초로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했고 1882년에는 록펠러 가족들이 설립했다. 이는 아직까지도 여전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다른 가문들에게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후 케네디, 카길의 맥밀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문을 비롯하여 오프라 윈프리 같은 유명 연예인들까지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하고 있다.

패밀리 오피스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꾸준히 발전해왔고 최근에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가족기업과 가족재산의 보존을 위한 계획 수립에 대한 니즈 증가와 세대 이전에 따른 가족 내 분쟁을 줄이려는 욕구뿐만 아니라 부를 관리하는 복잡성이 커지면서 상당한 부를 가진 가족들의 패밀리 오피스 설립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밀리 오피스는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초기에는 한 가족이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단독으로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하여 자산관리를 전문화했는데 이런 형태를 SFO(Single Family Office), 즉 독립 패밀리 오피스라고 한다. 하지만 세대가 흐르며 자녀와 손자가 늘어나고 가족의 기반이 복잡해지면서 가족의 분가(分家)로 인해 기존 SFO 내의 투자 활동이 가족별로 분리되며 여러 세대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MFO(Multi-Family Office)가 출현하는 초석이 됐다. 최근에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서로 관련이 없는 가족들에게 MF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MFO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SFO가 있는지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적어도 1만 개에 이르는 독립 패밀리 오피스가 존재하며 이 중 적어도 절반이 지난 15년 동안 설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향후 아시아 및 신흥 시장에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패밀리 오피스는 투자관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에 대한 깊은 지식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SFO를 운영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서비스의 종류와 수에 따라 직원 수가 한두 명에서 많으면 100명 이상을 두고 있는 곳도 있다. 따라서 SFO 설립을 위해 이상적인 금융자산 기준은 최소 약 1억5000만~2억 달러(1700억원~2300억원) 정도다. 그리고 그 이하의 경우라면 여러 가문이 함께 자산을 관리하는 MFO 형태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패밀리 오피스에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을 매각하여 자산을 현금화한 몇몇 재력가가 SFO를 설립했다는 기사도 종종 눈에 띄고, 금융권에서 MFO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몇 곳 생겨났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 내역이나 서비스를 살펴보면 투자나 상속·증여 등 경제적 자본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기타 인적자본이나 사회적자본과 같은 무형자산을 관리해준다고 표방하는 곳도 있지만 형식적인 구색일 뿐 그런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다.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3세대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이제 눈에 보이는 자산의 관리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지는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 자기 가족만 잘 먹고 잘 사는 이기적인 가족이 아니라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이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등 사회적으로 존경받아야 한다.

-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201912호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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