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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가족이 운영하는 프랑스 대표 기업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는 전통과 트렌드를 엮어 세계 최대의 명품 제국을 세우고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를 일궜다. 이제 베르나르는 한 발 더 내딛을 준비가 됐다.
“베르나르 아르노는 제게 영감을 줘요.” 셰론 바버가 말했다.

38세인 바버는 자신의 우상인 명품 대기업 LVMH의 수장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가을 패션위크가 절정에 달한 기간 동안 로스앤젤레스에서 파리 방돔광장에 있는 루이비통의 궁궐 같은 매장을 찾았다. 바버는 굉장한 멋쟁이다. 바짝 깎은 자홍색과 노란색 머리에 달러 기호를 검은색으로 염색했고, 치아에는 번쩍이는 장신구를 끼웠으며, 목에 건 스테인리스 스틸 체인에는 수많은 루이비통 가방 자물쇠가 매달려 있었다. “그는 지난 1년간 루이비통에 족히 수백 시간은 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버는 미고스, 포스트 말론 등 음악인들의 외형을 꾸며주는 대가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린다. 바버가 올린 최신 동영상 ‘세인트 트로페즈’에서는 포스트 말론이 까만 갑옷을 입고 등장한다. 바버가 검은 가죽과 루이비통 가방을 섞어서 만든 옷이다. 바버는 아르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르노는 혼자서 현대의 명품을 규정했죠.”

아르노는 프랑스어 억양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영어로 방돔광장 매장에 대해 “가장 뛰어난 루이비통 매장”이라고 말했다. “이 브랜드의 세계 전체를 볼 수 있죠.” 2년 전 문을 연 이 공간은 박물관과 프라이빗 클럽의 교차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루이비통 제품들이 빛나는 유리 진열장과 선반에 예술적으로 놓여 있다. 유리 난간이 있는 대리석 계단은 재봉사 6명이 레이디 가가나 엠마 스톤 같은 유명 인사를 위한 맞춤형 드레스를 생산하는 4층 프라이빗 아틀리에로 이어진다. “내가 디자인에 깊이 관여했다”고 아르노는 말했다.

아르노는 자신의 주요 브랜드, 특히 루이비통을 집요하게 살핀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이 대기업의 돈줄인 루이비통은 2018년 LVMH 매출 540억 달러에서 4분의 1 가까이를 차지했고, 수익에서는 47%나 담당했다. LVMH는 상위 5개 부문의 재무 정보를 공개하지만 개별 브랜드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결코 도매나 할인 대상이 되지 않는 루이비통의 가방, 의류, 액세서리 상품은 고전과 현대 간 끊임없이 변하는 융합이다. 할렘 출신 29세 아티스트 차발랄라 셀프가 디자인한 8600달러짜리 한정판 청록색 가죽 카퓌신 가방이 대표적이다. 루이비통의 새 남성 제품 디자이너인 미국인 버질 아블로(39)는 올해 초 광섬유를 사용하여 어둠 속에서 루이비통 로고가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가방 컬렉션을 선보여 화제를 일으켰다.

LVMH의 성장

“왜 루이비통이나 디오르 같은 브랜드가 성공했을까요?” 아르노가 물었다. “이 브랜드들은 언뜻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양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이죠.… 마치 물과 불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역설은 펜디, 불가리, 돔페리뇽, 지방시 등 70여 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LVMH의 기록적인 매출과 수익으로 이어졌다. 이는 LVMH의 주가 상승을 주도했고, 4년도 채 되지 않아 LVMH의 주가는 3배 가까이 상승했다. 가족과 함께 회사 주식의 47%를 소유한 아르노의 자산은 2016년보다 680억 달러가 늘어난 1020억 달러에 달한다. 제프 베조스(1110억 달러)와 빌 게이츠(1060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 부자다.

70세인 아르노는 멈출 생각이 없다. 지난 10월 LVMH는 182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에 145억 달러 인수를 제안했다. 이 거래가 성사된다면 아르노의 역대 최대 인수가 된다. 아르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비교하면 우리는 작은 기업”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LVMH의 시장가치 2140억 달러는 1조1000억에 달하는 마이크로소프트에 한참 못 미친다. 아르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북부 공업 지역에서 시작된 아르노의 여정은 지금 아르노가 거느리는 화려한 제국과 거리가 멀었다. 아르노의 첫사랑은 음악이었지만, 전문 피아니스트가 될 재능은 없었다. 그 대신 아르노는 1981년 프랑스 최고의 공학학교를 졸업한 뒤 자신의 할아버지가 프랑스 루베에 설립한 건설회사에 취직했다.

같은 해 뉴욕의 한 택시 운전사와 나눈 대화가 LVMH를 낳는 씨앗이 됐다. 아르노는 택시 운전사에게 프랑스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를 아느냐고 물었고 드라이버는 “몰라요. 하지만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알죠”라고 답했다.

25세 나이에 아르노는 가족기업을 맡게 됐다. 사회주의자인 프랑수아 미테랑이 1981년 프랑스 대통령에 취임한 뒤 아르노는 미국으로 이주하여 그곳에 지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아르노의 야망은 건설보다 더 컸다. 아르노는 프랑스의 뿌리를 가지고 전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거대 기업을 꿈꿨다.

1984년 크리스찬디올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아르노는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디올의 모기업인 섬유 및 일회용 기저귀 기업 부삭(Boussac)이 파산하자 프랑스 정부는 매수자를 찾아 나섰다. 아르노는 가족의 돈 1500만 달러를 쏟아부었고 자산관리 회사인 라자르가 인수가의 나머지인 8000만 달러를 댔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아르노는 사업을 되살리고 일자리를 보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9000명을 해고하고 사업 부문 상당수를 매각했다. 고상한 프랑스인보다는 미국인처럼 보이는 아르노의 뻔뻔함에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매체들은 아르노를 ‘캐시미어 코트를 입은 늑대’에 빗댔다.

아르노의 다음 먹잇감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에 매각된 디올의 향수 부문이었다. 회사의 브랜드를 둘러싼 다툼 도중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우선 아르노는 설립자가 나폴레옹 3세의 아내인 외제니 황후의 맞춤 바지를 만들었던 가죽 기업 비통의 최고 책임자와 힘을 합쳤다. 아르노는 비통 사장이 모에 사장을 몰아내게 한 다음 비통 사장도 쫓아냈다. 1990년 또 한 번 라자르의 도움을 받아 부삭의 현금을 활용한 아르노는 모에와 유명 샴페인 제조업체 샹동, 1765년 설립된 코냑 제조업체 헤네시까지 포함하여 비통의 경영권을 획득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를 정복한 아르노는 수십억 달러를 들여서 유럽의 주요 패션, 향수, 보석, 시계, 와인과 주류 기업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2008년 이후 LVMH는 20개 브랜드를 더 인수하여 총 79개 브랜드를 거느리게 됐다. 2011년에는 이탈리아 보석업체 불가리의 주식 거래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다. 2년 뒤에는 고급 울 공급업체 로로피아나를 26억 달러에 인수했다.

아르노의 가장 최근 인수는 지난 4월 LVMH가 32억 달러를 지불한 런던 소재 호텔 그룹 벨몬드다. 벨몬드는 베니스의 치프리아니 호텔, 고급 열차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보츠와나의 초호화 사파리 롯지 3개 등 호화로운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아르노의 직감

부삭 거래를 잘 아는 한 은행가는 “베르나르 아르노는 창작자가 아니라 포식자”라고 말했다.

아르노가 모든 정복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다. 2001년에는 저명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를 둘러싼 소위 ‘핸드백 전쟁’에서 프랑스 명품 라이벌인 프랑수아 피노에게 패배했다. 그 후로 10년 동안 LVMH는 헤지펀드에서 흔히 사용하는 은밀 기동 전략으로 182년 된 고급 실크 스카프 및 버킨 백 제조업체 에르메스의 지분 17%를 취득했다. 에르메스는 아르노를 몰아내기 위해 긴 싸움을 벌였고, 결국 2017년 말 LVMH는 에르메스의 주식 대부분을 포기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아르노의 깔끔한 외모는 마치 갑옷처럼 느껴진다. 지난해 9월 말 구름이 낀 어느 금요일 아침 아르노는 셀린느의 핀 스트라이프 양복과 로로피아나의 군청색 넥타이, 베를루티의 검은 가죽 슬립온, 가슴 부분에 자신의 이니셜이 새겨진 디올의 하얀 커프스 셔츠 등 LVMH 브랜드 제품을 착용하고 나타났다. 날씬한 몸매에 키 185㎝인 아르노는 매주 몇 시간 테니스를 치면서 몸매를 관리한다. 때로는 친구인 로저 페더러와 함께 경기를 하기도 한다. 아르노는 “보다시피 나는 항상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스포츠를 즐긴다”고 말했다.

스포츠는 아침 6시 30분부터 파리 서쪽의 아롱디스망 7번가에 있는 고급스러운 17세기 맨션에서 시작되는 아르노의 바쁜 업무 스케줄 가운데 유일한 휴식 시간이다. 아르노는 매일 아침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업계 뉴스를 훑어보고 가족과 브랜드 대표들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아르노는 “매일 아침 제가 생각하는 것은 한 브랜드의 매력이 10년 동안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 성공의 핵심 비결”이라고 말했다. 아침 8시에는 몽테뉴가 22번지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여 저녁 9시까지 일한다. 가끔 20~30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9층 사무실 아래에 있는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를 친다.

아르노가 첫 결혼에서 낳은 첫째로, 현재 루이비통 부사장을 맡고 있는 델핀 아르노는 “아버지는 24시간 일한다”며 “잘 때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꿈꾼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이면 아르노는 매장을 산책하며 가방 배치를 다시 조정하고 직원에게 제안을 한다. 하루아침에 경쟁사를 포함해 최대 25개 매장을 돌아본다. “의식과도 같다”고 아들 프레데릭(25)은 말했다. 프레데릭은 LVMH의 상위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에서 일한다.

아르노는 매장을 방문해 파악한 세부 정보를 각 브랜드 대표들에게 전달한다. 최근에는 루이비통 CEO 마이클 버크에게 새로운 ‘잇’ 가방인 2480달러 온더고 토트의 재고가 방돔광장 매장에 없다는 사실을 알렸다. 1980년부터 아르노와 함께 일한 버크는 “아르노는 재고가 너무 많이 팔려 나가면 불평을 한다”고 말했다.

아르노는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자신의 봉바르디에 제트기를 타고 자신의 제국 어딘가로 향한다. 지난 10월에는 미국 텍사스주 키니의 한 작은 마을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향후 5년간 일자리 1000개를 창출할 계획인 루이비통 작업장 2곳 중 한 곳의 시공식에 참석했다. 루이비통은 이미 캘리포니아에 2개 작업장이 있다. 아르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평가하러 온 것이 아니다. 나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사내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루이비통의 여성 제품 아트 디렉터 니콜라 게스키에는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썼다. “나는 이 둘의 관계를 거부하는 패션 디자이너다. #트럼프는사기꾼 #동성애혐오.” 아르노는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아르노, 버크, 디올 CEO인 피에트로 베카리가 서울을 찾아 매장을 방문했다.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새 루이비통 매장도 찾았다. 이 매장은 LVMH가 자금을 대는 루이비통 재단의 소장품 일부를 전시하는 아트 갤러리가 포함된 6번째 매장이다. 이 재단은 게리가 디자인한 1억3500만 달러 규모 파리박물관의 소장품을 순회 전시한다.

이 대기업은 전 세계 68개국에 4590개 매장을 두고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매장을 열고 닫는 결정은 아르노의 직감, 그리고 더욱 전통적인 평가 기준인 단위면적당 매출과 같은 주변 환경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LVMH의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에서는 루이비통의 매장 수를 제한해서 확장을 조절하고 있다.

2018년 루이비통은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의 매장 하나를 폐점했다. 인근 매장과 식당, 공원이 충분히 호화롭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아르노는 샹젤리제에 있는 한 건물을 수차례 방문하고 이전 입주자의 매출이 시원치 않다는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개선문 근처에 새 디올 매장을 열었다. 디올 사장인 베카리는 “아르노는 강력한 확신을 요구한다”며 “임직원에게 도전하는 것이 아르노의 전술”이라고 말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경쟁사에 나타나는 것도 아르노의 전술 중 하나다. 지난 7월 의류 브랜드 사이에 가장 환경 친화적인 기업을 가리는 경쟁이 벌어졌을 때 아르노는 오랜 기간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해온 영국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폴 매카트니의 딸)와 제휴를 발표했다. 매카트니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동물 시체를 끓여 접착제를 만든다는 이유로 자신의 스니커 제품군에 접착제 사용을 거부했다. 아르노는 2018년 피노 가문의 커링 럭셔리 그룹(구찌의 소유주)과 17년 계약이 만료된 매카트니를 초대하여 자신의 ‘특별고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매카트니는 LVMH가 가죽과 퍼, 접착제를 계속 사용하고 있음에도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또 아르노는 커링과 샤넬, 에르메스, 패스트 패션 대기업 H&M과 심지어 매카트니까지 참여해 저탄소 배출을 서약한 ‘패션헌장’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그런 다음 아르노는 언론이 취재를 위해 파리로 모여든 패션위크 기간 동안 자체적인 친환경 시리즈를 제작했다. 화요일 디올의 쇼에서 모델들이 흙을 담은 포대 가방에 담긴 나무 170그루로 장식된 무대 위를 걸었다. 언론에는 이 쇼의 테마가 지속가능성이며 이 쇼에 사용되는 전기는 카놀라유로 생산된다고 밝혔다. 다음 날 저녁 LVMH는 기자 50명을 초청하여 2시간 30분 동안 본사 강당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아르노와 LVMH 브랜드 대표 10명은 차례로 밝게 조명이 비치는 무대에 올라 환경에 대한 자신들의 헌신을 발표했다. 그들의 발표 중간중간에는 패션쇼 런웨이를 걷는 영상과 캐시미어 염소가 몽고 초원에서 뛰노는 영상이 삽입됐다.

행사 도중 아르노는 16세인 그레타 툰베리 같은 젊은 기후변화 운동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르노는 “나는 천성적으로 낙관론자”라며 “툰베리처럼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말도 안 되는 비관주의를 퍼뜨리는 문제적 인물과 다르다”고 답했다.

기업인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아르노는 문제를 곱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보그 편집장을 지낸 안나 윈투어는 “아르노는 ‘안 된다’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며 “아르노의 사전에는 없는 말”이라고 말했다. 경쟁사, 인수 대상, 심지어 환경운동가에게서도 마찬가지다.

매카트니는 아르노가 섭외한 인물 가운데 거물로 꼽힌다. 2017년 LVMH는 화장품 라인인 펜티 뷰티를 팝스타 리애나와 함께 출시하고 제품을 자사의 소매 화장품 체인 세포라 2600개 매장에 배포했다. 40가지 색조의 파운데이션 등 펜티의 폭넓은 상품 제안과 설립자의 7700만 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활용해 이 부문은 올해 5억50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아르노는 지난 5월 LVMH가 리애나와 함께 출시한 의류 컬렉션 펜티 패션도 유사한 성공을 거둘 것으로 믿는다. 아르노는 “리애나는 패션에 남다른 비전을 가지고 있다”며 “향후 우리가 밀레니얼과 연결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이 이끄는 LVMH

브랜드를 모던하게 유지하기 위해 아르노는 두 번의 결혼에서 얻은 다섯 자녀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다. 자녀 중 4명, 델핀(44), 안투안(42), 알렉상드르(27), 프레데릭(25)은 LVMH에서 일하고 있다. 알렉상드르에 따르면 막내인 장(21)은 학교를 마치는 대로 회사에 합류할 계획이다.

13개월 전 전략 및 디지털 이사로 스위스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에서 경력을 시작한 프레데릭 아르노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저녁 식사 때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골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의 스마트워치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3만9000개 코스에 대한 상세한 지형 데이터를 갖춘 앱을 만든 프랑스 스타트업 펀 골프를 인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골프를 하는 사람은 이를 활용해 자신이 벙커나 그린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프레데릭은 “M&A 부서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를 아버지에게 말하자, “아버지가 ‘해봐라’고 말했다”고 프레데릭은 전했다.

알렉상드르 아르노는 자신이 가족의 투자 기업인 그룹 아르노에서 IT 투자를 하려고 할 때마다 곧장 허가를 내줬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 슬랙, 에어비앤비, 우버, 리프트 등이다. 2016년에는 LVMH를 설득해서 121년 된 독일 여행가방 제조업체 리모바의 지분 80%를 7억19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데이비드 베컴이나 앤젤리나 졸리 같은 최고 유명 인사들이 애용하는 브랜드다. 이후 알렉상드르는 리모바에서 미국 스케이트보딩 라인 슈프림 같은 브랜드와 컬래버 제품을 주도했다.

델핀은 6년 전 시작된 LVMH 젊은 패션 디자이너상을 주관하며 매년 수천 명에 달하는 지원자 가운데 한 명을 선정해 상을 수여해왔다. 루이비통의 버질 아블로는 2015년에 이 상의 최종 후보였다. 아블로는 친구 카녜 웨스트와 함께 2009년 펜디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또 LVMH는 명품 부문에서 최대 50개에 이르는 유망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파리의 스테이션F에서 개시했는데, 이를 고안한 사람이 델핀의 오랜 파트너이자 델핀과의 슬하에 두 자녀를 둔 프랑스 억만장자 사비에 니엘이다.

아르노의 자녀들은 누가 회사를 이끌게 될 거라고 생각할까? 모두가 마치 입을 맞춘 듯 답변을 유보했다. 델핀은 “아버지는 아주 젊다”고 했고, 알렉상드르는 “아버지는 30년은 더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LVMH 기업 커뮤니케이션 대표이자 베를루티의 사장인 안투안은 “아버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데릭은 “아직 그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아버지가 지금 역할을 되도록 오랫동안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노는 “사람들이 늘 그 질문을 한다”며 “우리 그룹에 가장 중요한 건 최선의 적임자를 찾는 것이고, 그 적임자가 회사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는 앞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노는 언제까지 일할까? 이에 아르노는 “은퇴를 정해놓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아르노는 자신의 자녀들 중 누가 승진하게 될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자녀들의 재능에 대해서는 열정적으로 말하려 했다. 아르노는 자신의 아이폰 11으로 프레데릭이 자신의 엄마와 함께 파리 교외의 음악제에서 공연할 리스트 소나타를 연습하고 있는 영상을 보여줬다.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인 헬레네 메르시에-아르노(59)는 단독 연주자 또는 실내악 연주자로 정기적으로 공연한다. 아르노는 “마치 프로 같다”고 프레데릭을 칭찬했다. “저는 저렇게 연주하지 못합니다.”

프랑스의 자랑으로

자녀들 사이의 경쟁은 어떨까. 아르노와 그 자녀들은 가족 간의 화합을 그린다. 자녀들은 종종 토요일 점심에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8월에는 생트로페에 있는 아르노 별장에서 함께 지낸다. 가족 간 불화가 있다고 말한 이는 프레데릭뿐이었다. 바로 테니스장에서다. 프레데릭은 “아주 긴장이 고조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경쟁심이 매우 강해요. 지는 걸 좋아하지 않죠. 그런 자세가 우리한테도 이어졌습니다.”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 중에 그 누구도 공개적으로 승계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르노 집안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사람의 말에 따르면 아르노가 물러나는 날 ‘왕좌의 게임이 펼쳐질 것’이다.

아르노는 남들과 다른 미래를 본다.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가 향후 LVMH의 강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의 마음속에서 경쟁사는 단지 명품 기업뿐 아니라 모든 글로벌 대기업이다. 아르노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아름다운 기업’이라고 평하면서도 게이츠가 주식을 소량만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르노는 “장기적으로는 밀려날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자신의 그룹의 비전을 선포하기에 앞서 아르노는 스스로를 절제했다. “사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되겠죠. 제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그러더니 갑자기 솔직해지기 시작했다. “LVMH는 프랑스의 기념비적 기업입니다. 전 세계에 프랑스를 알리니까요. 사람들이 프랑스 하면 떠올리는 것이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 돔페리뇽, 셰발 블랑입니다. 그 밖에 또 뭘 알까요? 나폴레옹? 드골 장군? 프랑스 가족이 이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중요해질 겁니다.”

[박스기사] FASHION CIRCLES

LVMH는 79개 브랜드를 5개 그룹으로 나눴다. 아래의 원그래프는 각 그룹에서 규모가 가장 큰 사업들이다.

[박스기사] 좁혀지는 간격

LVMH 주식이 급등하면서 아르노는 자산이 1000억 달러가 넘는 3인 중 한 명이 됐다. 현재 빌게이츠보다 40억 달러, 제프 베조스보다 80억 달러 뒤처져 있다.

- SUSAN ADAMS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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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호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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