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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균·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 

두 젊은 의사, 의료 시스템을 혁신하다 

의사 출신 소프트웨어 개발자 두 명이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의료정보 플랫폼을 개발했다. 병원에 보관된 채 활용되지 못했던 의료 정보들이 ‘메디블록’ 플랫폼을 타고 환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다.

▎1월 14일 강남구 학동로 JustCo 더피나클강남 15층 메디블록 사무실에서 만난 고우균(왼쪽)·이은솔 대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0%로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손해율 증가는 곧 보험사의 영업손실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중복청구, 허위청구 등 피보험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4년 5900억여원대에서 2018년 7900억여원대로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 이는 비단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 허위 보험 청구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 금액은 연간 800조원에 달하며, 2015년 미국 내에서 해킹된 의료 기록 숫자는 1억1200만 개로 집계됐다. 메디블록의 고우균·이은솔 대표는 보안에 취약한 의료정보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했다. 블록체인 특성상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내역을 조회할 수 있어 완전무결한 공공 의료정보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환자가 전치 1주를 10주로 조작해 보험사에 허위로 청구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의사 출신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두 사람은 의료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IT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성능 블록체인 메디블록을 개발했다. 메디블록은 전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의료정보 플랫폼이다. 환자들은 각 의료기관에 묶여 있는 개인 건강 정보들을 메디블록에서 자유롭게 열람하고 활용할 수 있다.

의료 산업계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블록체인 기술이 전 세계 의료 생태계를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돼왔다. 그동안 병원, 약국, 보험사별로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와 기술적인 한계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적으로 환자 중심의 개인 건강기록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의료 시스템의 국제 표준이 정착되고 있는 것도 청신호다. 고우균·이은솔 공동대표는 5년 뒤에는 개인별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이 정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솔 대표는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관리하듯, 하나의 플랫폼에서 의료 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방문 기록, 진료 결과, 복약 지도, 실손보험 청구 등 현재 환자가 발로 뛰며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고우균 대표는 “여기에 향후 AI 기술이 결합되면 의료 데이터들이 실시간으로 전부 수집되고 궁극적으로는 환자들의 건강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발자→의사→창업가가 되기까지

이 대표는 서울과학고에 프로그래밍 특기자로 입학할 만큼 어릴 때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다. 의대에 진학해 서울아산병원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할 땐 병원의 낙후된 IT 시스템에서 다양한 개선점을 발견했다. 같은 서울과학고 출신인 고 대표는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입사했다. 이후 더욱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치과의사로 전향했지만, 10년 이상 뒤떨어진 병원 IT 시스템을 마주하며 실질적인 솔루션을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치아교정 전문 병원에서 일했던 그는 프로토타입 형태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환자의 치아 상태를 분석한 리포트를 배포했고, 환자들의 치료 이행률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정보를 제공받은 환자의 만족도도 올라가고, 병원도 환자에 대한 고지 의무를 쉽게 이행할 수 있었다.

고 대표는 “병원 데이터를 활용하면 훨씬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도 현장에서 놓치는 게 많았다”면서 “먼저 의료 데이터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만 했다”고 말했다. 같은 고민을 가진 두 사람을 연결해준 사람은 서울과학고 동기인 김서준 해시드 대표다. 당시 두 사람은 먼저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김 대표에게 각자의 고민을 털어놨고, 김 대표는 두 사람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후 1년여간의 스터디 끝에 2017년 4월 메디블록을 설립했다. 메디블록은 설립과 동시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 의료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업체는 세계적으로 전무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당시 비트코인 열풍에 이어 국내에 상륙한 이더리움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비트코인은 송금을 위한 블록체인이고, 암호화폐로만 생각했는데 이더리움은 분산화된 시스템 안에서 프로그래밍이 가능했다”면서 “이더리움을 활용하면 단편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의료 데이터를 통합하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의 ‘토스’ 되겠다


메디블록이 타 의료 관련 플랫폼들과 다른 점은 환자의 모든 의료 정보를 통합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실현된다면 태어나기 전 엄마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나의 의료 정보가 안전하게 보관되고 필요에 의해 유통될 수 있다. 한현욱 차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헬스케어 분야에서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 유통 채널이 없었다”며 “메디블록은 전 세계 헬스케어 데이터 유통의 생태계를 새롭게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까지 각 의료기관이 저마다 개발한 앱은 많지만, 앱끼리 데이터 교류가 불가능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진료 받을 때마다 의료기관별로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기 번거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굿닥(전국 7만여 개 병원과 2만1000개 약국이 등록된 의료 정보 플랫폼)’, ‘똑닥(병원 예약접수 서비스)’, ‘의사랑(전자의무기록 솔루션)’, ‘비트유차트(전자차트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 관련 앱은 사용자가 용도별로 찾아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두 대표는 현재 금융 업계가 ‘핀테크’라는 혁신바람을 타고 급변하고 있는 것처럼, 의료계에도 IT 기술이 빠르게 접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 대표는 “토스의 등장이 금융업계를 뒤바꾼 것처럼, 메디블록도 의료계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기술과 비전을 갖고 있다”면서 “천편일률적인 상품을 판매하던 은행과 금융사들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개인맞춤형 상품들을 내놓고 있는 것처럼, 메디블록은 환자의 모든 의료 정보를 통합해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개인별로 질병을 예측하며, 맞춤형 치료법을 제공하는 주치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우균]
사업개발 총괄, 치과의사, 소프트웨어 개발자
2006년 카이스트 컴퓨터공학과 졸업(학사)
2008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석사)
2008~2012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2016년 경희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졸업

[이은솔]
의료정보시스템 총괄, 영상의학과 전문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2009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학사)
2014년 울산대학교 의학과 졸업(석사)
2010~2014년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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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호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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