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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혼과 세금 

 

‘졸혼(卒婚)’이란 말이 유행이다. 하지만 부부가 황혼기에 이혼하면 재산 관계가 좀 복잡해진다. 재산을 나누는 데서 끝이 아니라 세금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 상속과 증여가 얽히면 따져볼 일이 배로 늘어난다.

최근 몇몇 유명인이 ‘졸혼(卒婚)’ 사실을 밝히면서 졸혼이 새로운 결혼 형태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결혼생활을 졸업한다’는 의미를 가진 졸혼은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杉山由美子)가 『졸혼의 권유(卒婚のススメ)』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졸혼을 고려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서로가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지향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작이 함께였던 것처럼, 홀로서기도 함께 준비한다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부부 별산제의 현실

부부의 재산 관계에 대하여 민법은 ‘별산제(別産制)’를 취하고 있다.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배우자의 재산으로 한다.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때에만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 그러나 부부 별산제는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다. 부부 별산제에 따르면 직장에 다니는 남편이 월급을 받아 육아와 가사를 하는 아내에게 건네주는 것은 증여가 된다. 그렇지만 증여라고 쉽게 와닿지는 않는다. 증여세를 내라고 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최근 외벌이인 남편이 월급으로 받은 돈을 가사를 전담하는 아내에게 송금하고 아내는 그중 일부를 생활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자기 명의의 금융상품에 가입한 것에 대하여 증여세가 부과된 적이 있다. 과세관청은 남편이 아내에게 월급을 송금한 행위가 증여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부부간 계좌이체에는 증여 외에도 생활비 지급 등 여러 가지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계좌이체 사실만으로 증여라고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혼인 중인 부부는 재산의 귀속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 경제공동체라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부부가 이루는 경제공동체는 증여, 이혼, 일방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 등으로 변화를 맞을 수 있다. 이들은 경제적 상태는 유사하지만, 과세상 취급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혼인 관계가 유지되는 중에 일방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재산을 대가 없이 이전하면 증여세가 과세된다. 10년간 6억원까지 배우자공제가 인정될 뿐이다. 반면에, 이혼 시의 재산분할에는 증여세는 물론 양도소득세도 과세되지 않는다.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한 공동재산에 대한 잠재적 지분을 현실화하는 절차이자, 경제적 능력이 있는 일방 배우자에게 이혼 후 곤궁하게 될 상대방에 대한 부양의무를 지우는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방 배우자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 배우자는 1순위 법정상속인으로서 당연히 포괄적으로 상속재산을 승계하고 그에 따른 상속세를 내야 한다. 역시 일정한 금액(최소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의 배우자공제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부부 별산제 원칙에 따라 배우자 간의 상속과 증여는 인정하면서도 이혼하는 경우에는 명의에 상관없이 본래 부부 공유재산임을 전제로 재산분할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상속과 증여에서도 부부 공동재산의 청산이나 부양의 성격이 있음을 고려하여 배우자공제를 인정하고 있지만, 애당초 이혼시 재산분할처럼 과세대상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는 이유다.

상속 시 생존 배우자의 보호

혼인 종료 시에 각자에게 재산이 얼마나 돌아올지의 문제도 세금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혼 시 재산분할 비율은 통상 혼인기간이 길수록 실제 경제활동과 관계없이 50:50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상속 시 생존 배우자는 공동상속인이 되는 자녀의 상속분보다 1.5배를 법정상속 받을 수 있다. 공동상속인이 많을수록 배우자의 상속분은 줄어들게 돼 배우자의 지위가 약화된다.

생존 배우자가 피상속인과 동거하며 간호를 한 경우라면, 법정상속분 외에 ‘기여분’을 주장해볼 수 있다. 민법 제1008조의2에서 규정하는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 법정상속분에 더하여 추가로 인정하는 상속분이다. 최근 대법원은 배우자가 상당한 기간 동안 투병 중인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부로서 법률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여 ‘특별히 부양’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판례를 보면, 법원은 배우자이든 자녀이든 기여분 인정에 다소 엄격한 입장을 취해왔다. 하급심을 중심으로 기여분이 인정된 사례도 있지만, 기여분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경향은 이혼으로 재산을 분할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여전히 생존 배우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2014년 법무부 산하 상속법 개정특별위원회가 상속재산의 50%를 배우자에게 먼저 주고 나머지를 자녀와 나눠 갖도록 하는 개정 시안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법제화되지는 못했다.

부부는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단위다. 근래 사회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어느덧 부부가 생활하는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졸혼’은 하나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제도와 사회 변화에는 시차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제도를 이해하면 미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제도의 미비점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므로 함께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유경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002호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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