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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선의 ‘리더 습관’(12) 

성공 습관의 열쇠는 내 안에 있다 

새벽에 일어나 공부한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늦잠을 자야 성공할 확률이 높은 사람도 있다. 자신에게 맞는 습관이 따로 있다는 뜻이다. 시중에 세계적인 리더의 성공 습관을 다룬 책이 많다. 이들의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잘 맞는 행동을 선택해 꾸준히 반복하면 된다.

‘성공한 CEO들의 습관’을 다룬 글들을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메시지가 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 해야 할 중요할 일들을 조용한 새벽 시간에 계획한다. 밥을 굶지 않았다면 마음의 양식도 거를 수 없다. 매일 30분 이상 독서한다. 하루 계획엔 혼자 생각하는 ‘빈 시간’이 있다. 정신없이 일하는 데 시간을 다 써버리지 않는다.”

필자의 후배는 종종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진다. 특히 새벽 시간을 지배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라는 내용을 담은 『변화의 시작 5AM』이란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습관’에 관심이 많았다. 성공하기 위해 어떤 습관을 들여야 할지 목록을 만들고 ‘언젠간 모두 정복할 것’이라고 다짐해왔다. 최근엔 ‘매일 퇴근 후 전문 분야의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 읽기’가 목표다.

그가 오랜 시간 관심을 쏟은 것에 비해 성과는 신통치 않다. 바짝 달아올랐다가도 바쁘거나 우울한 일이 생기면 결심한 일을 미뤘기 때문이다. 성공에 대한 경험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른 까닭에 그가 가슴에 품은 습관 목록이 ‘아니면 말고’식의 버킷 리스트가 돼버렸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세계 고전 명작 리스트처럼.

그렇다면 후배가 말로만 떠벌리는 구제불능 인간일까. 혹은 게으른 일 미루기 달인일까. 그는 학교를 그만둔 적도 없고 입시도 잘 견뎠으며 대학을 문제없이 졸업한 사람이다. 가끔 폼 나게 퇴사하는 꿈을 꾸지만 사실은 결근도 하지 않는 성실한 일꾼이다. 일을 제때에 마치지 못해 남에게 피해를 준 적도 없다. 때로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끈기도 발휘한다. 일 년에 한두 번쯤은 목구멍 위까지 울컥 올라오는 뜨거운 비전도 지녔다.

그런데도 간절히 원하는 ‘좋은 습관들이기’는 좀처럼 이루지 못한다. 포기도 못 한다. 그 후배에게 습관이란 어떤 의미일까. 대체 습관이 뭐길래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하고 짝사랑했던 대상처럼 미련을 남길까.

‘습관이 문제인 것 같다.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에겐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대충 살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지녔다. 삶에 대한 열의를 어느 정도 갖고 있다. 둘째는 충분히 기능적인 사람이다. 새로운 습관을 들이지 않아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건강·성취·인간관계 등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하루가 무리 없이 굴러간다. 당연히 행동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지 않다. 다만 마음 한구석이 빈 듯 허전함이 느껴진다. ‘이게 다일 순 없다’는 작은 외침이 나지막한 배경음악처럼 마음속에 흐른다. 지금 모습 이대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비로소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이 왔을 때 후회로 남을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생활’이 아닌 ‘성취’고 ‘유지’가 아닌 ‘성장’이다. 마음엔 뜨끈한 무언가가 있는데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해줄 행동의 부재가 뼈아프다. 마음은 원하나 몸이 따르지 않는, 그 어긋남에 괴롭다. 이럴 때 입가를 맴도는 단어가 ‘습관’이다. 습관을 잘 들여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반복해 읽는다. 다시 마음을 잡기 위해서다.

#.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은 작업 루틴을 칼같이 지키기로 유명하다. 그는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물 한 컵을 들고 작업실로 들어가 같은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쓴다. 대개 오후 1시 30분까지 2000개 단어를 쓴다. 작성한 원고는 항상 똑같은 방식으로 정리한다. 그는 한동안 크리스마스, 독립기념일, 생일을 제외하고 매일 글을 쓴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나중에 놀라운 사실을 고백했다. “일 중독자로 보이기 싫었어요. 실은 생일을 포함해서 매일 글을 씁니다. 어차피 제 나이가 되면 그 망할 놈의 생일 따위는 잊어버리고 싶으니까요.” 그의 습관은 1년 365일 변함없는 것이었다.

#. 세계적인 무용가 트와일라 타프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난다. 단체 연습과 별개로 매일 아침 혼자 두 시간씩 스트레칭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가장 중요한 아침 의식은 ‘택시’에서 이뤄진다. 운전기사에게 “펌핑 아이언 체육관으로 가자”고 말하는 순간이 그 의식이다. 매일 아침 곧바로 택시에 올라탐으로써 체육관에 갈까 말까 망설이는 마음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른 저녁식사 후엔 조용히 몇 시간 동안 독서하는 습관도 들였다. 빡빡한 시간표 때문에 사교적인 삶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는 창작에 유리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사례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필자의 후배가 실패를 반복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첫째, 그들의 일상에서 배워야 할 것은 엄격한 시간 관리도, 새벽 기상 습관도, 사교를 포기한 삶도 아니다. 기억할 점은 오직 하나다. ‘가장 중요한 것만 반복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 나는 스티븐 킹도, 트와일라 타프도 아니다. 내게 가장 적합한 방식은 따로 있다.

둘째, 역사에 족적을 남긴 사람이라고 해서 남다른 의지력을 타고나진 않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일상의 작업에 충실하지만 자신의 성장을 확신하지 못하고 노심초사하는 사람이었다. 그들도 자신만의 작업 방법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다.

“기가 꺾이지 않고 용기를 얻길 바란다.” 저널리스트 메이슨 커리가 지난 400년간 가장 위대한 창조자로 손꼽히는 161명의 일상을 정리한 후 독자들에게 전했던 조언이다. 그의 저서 『리추얼: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을 읽고 성공 습관 7가지를 뽑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상을 바꾼 사람들이 성취를 이뤄낸 방식은 그들의 얼굴 생김새만큼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한숨도 안 자고 20시간 이상 일했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처럼 근면의 화신도 있었지만 르네 데카르트처럼 오전 11시까지 침대에서 뒹구는 늦잠꾸러기도 있었다. 그는 정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빈둥거리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었다. 반면 어떤 이는 치밀한 계획으로 자신의 하루를 통제했고 다른 이는 즉흥적이고 규칙 없는 삶을 살았다.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정해진 시간표를 따르지 않았지만 겨를이 날 때마다 새로운 작품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가졌다.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자신의 정체성과 맞춤형인 한두 가지 일상적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대가 무엇을 먹는지 말해보시오.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소.” 프랑스 대법원 판사 출신이자 『미각의 생리학』을 저술한 미식평론가 장 앙텔므 브리야사바랭이 한 말이다.

이 문장은 이렇게 바꿀 수 있겠다. “당신의 삶을 돌아보세요. 그리고 당신의 습관을 몇 줄로 요약해주세요.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씀드릴게요.”

개인의 열망이 구체적인 형태로 실현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다. 습관이라고 정의되는 반복되는 행동이다. 평범한 일상은 개인의 꿈과 어떤 형태로든 맞닿아 있어야 한다. 스티븐 킹과 트와일라 타프의 일상에서 취해야 할 교훈은 촘촘한 시간 관리가 아니다. 그들이 매일 반복한 행동이 스스로 정한 삶의 목적에 밀착돼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반복해야 할 핵심 행동은 무엇이고 반복을 멈춰야 할 행동은 무엇일까. 먼 훗날 누군가 나의 습관을 몇 줄로 요약한다면, 그것이 표현해줄 나의 ‘영혼’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을 곱씹어보자. “We’re what we repeatedly do. Excellence then is not an act, but a habit.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하나의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 조지선 전문연구원은…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을 전공했고 연세대 객원 교수, 인간행동연구소 전문연구원(심리학 박사) 이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타임워너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연세대에서 사회심리학, 인간행동과 사회적 뇌, 사회와 인간행동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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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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