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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가업상속공제제도 

 

대다수 중견기업은 승계를 꺼린다. 높은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 탓이다. 현재 기업의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상속·증여할 때 세율은 최고 60%에 이른다. 조건도 까다롭다. 하지만 올해부터 조금 완화된다고 한다. 뭐가 달라졌을까.

“죽음과 세금을 제외하고는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But in this world nothing can be said to be certain, except death and taxes).”

미국 건국의 아버지 가운데 한 사람이자 100달러 지폐의 인물로 유명한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의 말이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사망과 함께 납세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위 격언에 가장 부합하는 세금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대기업 경영인들이 잇따라 별세하면서 상속세 절세 방안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에 달하기 때문에 몇 세대만 거쳐 상속이 이루어지더라도 기존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법은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두고 있다. 특히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한도는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으며, 2020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세법에서도 가업상속기업이 경영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 기간, 고용유지 요건 등 주요 사후관리 요건이 완화됐다. 가업상속공제제도의 개관과 올해부터 바뀌는 개정 내용을 함께 살펴보도록 한다.

다른 공제보다 파격적인 가업상속공제제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피상속인이 사망한 이후에도 상속인과 그 가족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하여 다양한 상속공제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 가운데 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마련된 것이 바로 ‘가업상속공제제도’다. 구체적으로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생전에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법정 요건에 따라 승계한 경우, 피상속인의 가업영위기간에 따라 ① 10년 이상 시 200억원, ② 20년 이상 시 300억원, ③ 30년 이상시 500억원을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해준다. 이는 일괄공제나 배우자공제 등 다른 일반적인 상속공제 한도가 5억원 이하라는 점에 비추어보면 엄청난 혜택이다.

사례를 들어 보자. 예를 들어 상속인 자녀는 1명이고 일괄공제만 있는 경우에서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는 경우와 아닌 경우의 세 부담을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다(3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으로 상속재산가액을 600억원으로 가정).

위 사례에서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해 무려 약 238억원의 상속세를 줄을 수 있다. 이처럼 가업상속공제의 혜택이 매우 큰 만큼 세법은 상속 이후 최장 10년간 정상승계 여부를 엄격하게 사후관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세법은 ① 가업용 자산을 일정 비율 이상 처분한 경우, ② 상속인이 가업에 종사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③ 상속인의 지분이 감소한 경우, ④ 기준고용인원에 미달한 경우 등을 대표적인 사후관리 의무이행 위반사유로 규정한다. 만약 사후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이미 공제받은 가업상속공제액은 물론 여기에 일정한 추징률을 곱한 금액까지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해 다시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므로 특히 유의해야 한다.

올해부터 완화된 사후관리 요건


가업상속공제로 인한 절세 혜택이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사후관리 요건이 까다롭고 또 이를 장기간 동안 준수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실무상 널리 활용되지 못한 면이 있었다. 이에 2020년부터 시행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사후관리 요건 일부를 완화됐다. 아래에서는 세법 개정으로 완화된 사후관리 요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①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기간 및 고용유지 의무 요건 완화(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

우선 세법 개정에 따라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기간이 종전 10년에서 7년으로 3년 단축됐다. 나아가 고용유지 의무 요건도 기존의 중견기업에 대한 인원수 유지 요건 일부가 완화됐고, 여기에 총급여액 유지 요건이 새롭게 추가돼 두 요건 가운데 하나를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가업상속기업이 사후관리 요건으로 인해 경영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는 기존의 비판을 적극적으로 수용·반영한 것이다. 한편, 법 개정으로 단축된 사후관리기간은 2020년 1월 1일 이후 상속분부터 적용되나, 완화된 고용유지의무 요건은 법 시행 전에 공제를 받은 부분이라도 2020년 1월 1일 이후부터 적용할 수 있다.

② 가업상속공제 후 업종 및 자산유지 의무 완화(동법 시행령 제15조 제8항)

다음으로 동법 시행령 개정 내용 가운데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해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업종 및 자산 유지 의무가 완화되었다는 점이다. 먼저 업종유지 의무와 관련하여 살펴보면, 개정 전에는 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 내의 업종변경만 허용했으나, 개정 후에는 중분류까지 이를 허용하고 있으며, 전문가위원회 심의를 거칠 경우 중분류 이외의 대분류 내의 변경 등도 가능하도록 했다. 나아가 자산유지 의무와 관련해서도, 가업의 주된 업종 변경을 위해 기존 자산을 처분한 후 변경된 업종의 자산을 대체취득하거나, 가업용 자산의 처분금액을 연구인력개발비로 사용한 경우도 예외적인 자산 처분 허용 사유로 새롭게 추가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그간 가업승계기업의 변화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던 업종변경 제한이 큰 폭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동 개정 규정은 시행령 시행 전의 법률에 따라 사후관리를 받고 있는 상속인에게도 적용된다. 2020년 개정 세법이 시행되면서 가업상속공제에 따른 사후관리 요건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 이를 상속세 절세 방안으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세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후관리 요건이 남아있고, 이행하지 않았을 때 받을 불이익도 크다는 점은 여전히 유의해야 할 점이다.

- 안재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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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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