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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 

“VR·AR이 만드는 빅마켓 열린다”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이가 어느 날 눈앞에 살아 돌아온다면?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지난 2월 방영된 한 다큐멘터리는 천국으로 떠난 아이를 가상현실(VR) 기술로 재현하는 과정을 담아 화제가 됐다.

너무도 황망히 세상을 등진 아이. VR 헤드셋을 끼고 3D 이미지로 부활한 아이를 만난 엄마는 그제야 비로소 “더는 아파하지 않고 더 사랑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아이를 떠나보낸다. 지난 2월 방영된 MBC 스페셜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속 이야기다.

방송이 던진 파장은 엄청났다. 다큐멘터리 장르임에도 유튜브 조회수가 1000만 건을 훌쩍 뛰어넘었고 BBC와 로이터 등 해외 언론이 직접 제작사를 찾아 취재에 나섰다. VR 콘텐트를 제작한 비브스튜디오스는 ‘초창기 반짝했다가 끝물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던 VR 비즈니스를 새로운 모델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비브스튜디오스를 이끄는 수장은 김세규 대표다. 지난 2003년 창업에 나선 김 대표는 VR 사업에 뛰어들기 훨씬 전부터 광고·영화·게임 등에 사용되는 비주얼 콘텐트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컴퓨터그래픽 이미지(CGI) 전문가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VR 제작에 나선 비브스튜디오스는 자체 IP(지식재산권)와 세계관을 갖춘 VR 전용 영화 [볼트(VOLT)]로 세계 유수 영화제 트로피를 거머쥐기도 했다. VR 및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한 ‘몰입 경험(Immersive Experience)’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VR 휴먼다큐멘터리’라는 방송 타이틀에서 드러나듯, [너를 만났다]는 그간 오락이나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소재에 그쳤던 VR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같은 딥테크 분야에 치우쳤던 디지털 휴먼이 얼마든지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비주얼 콘텐트로 구현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간 VR을 접목한 자체 스토리텔링과 IP 제작에 공을 들여온 김 대표의 노력이 빛을 본 셈이다.

유명 아티스트 VR로 복원해 팬들과 소통

“방송사가 제작비 1억원을 제시하며 제작을 의뢰했어요. 1년 넘는 기간 동안 스태프 20여 명이 달려들다 보니 실제 제작비는 20억원이 넘었죠. 수익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VR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어요. 기존 VR 업계가 시도하지 못했던 영역을 개척한다는 욕심도 컸고요. 방송에 나온 것보다 엄마가 느끼는 현실감이 훨씬 컸다고 해요.”

다큐멘터리에서 선보인 VR 콘텐트는 디지털 휴먼이 실제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영감을 주는 계기가 됐다. 비브스튜디오스는 챗봇이나 음성 인식, 2D 이미지에 국한돼 있는 디지털 휴먼을 눈앞에 실재하는 비주얼로 재탄생시키는 데 특화된 능력을 지닌 비주얼 전문 기업이다.

김 대표는 비브스튜디오스가 가진 비주얼라이제이션(visualization)이란 강점에 기존 AI, 빅데이터 업체와 협업해 새로운 디지털 휴먼 비즈니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됐듯이 디지털 휴먼과 인간이 서로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콘텐트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콘텐트 사용자가 VR이나 AR 영상을 통해 현실감을 극대화하고 서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스토리텔링만 강조한 기존 영상 콘텐트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접근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엔 이르지만 <너를 만났다〉와 비슷하게 휴머니티를 강조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이와 함께 음악을 소재로 한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도 선보일 예정이고요. 세상을 떠난 유명 아티스트를 VR로 복원할 계획인데, 단순한 홀로그램 수준이 아니라 복원한 아티스트가 팬들과 교감하고, 심지어 아티스트의 친구를 만나 서로 대화하는 수준이 될 거예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이 열리리라는 기대가 큽니다.”

김 대표는 최근 VR과 더불어 AR 기술을 활용한 콘텐트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언텍트(untact)’가 주요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AR 비즈니스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비브스튜디오스는 글로벌 유명 뮤지션과 함께 AR 기반 온라인 콘서트를 기획 중이다. 아티스트의 개성과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AR 콘텐트를 가미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이미 밀레니얼 세대는 오프라인 무대보다 온라인 디지털 미디어가 더 익숙한 세대”라며 “전통적 엔터테인먼트 환경에 익숙한 세대와는 AR 콘텐트에 대한 선호도를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VR·AR 시장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장애물로 하드웨어를 꼽았다. 머리에 착용하는 대형 VR 헤드셋의 경우 아무리 해상도가 높은 영상물을 제작해도 하드웨어 자체가 그만큼의 퀄리티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AR의 경우 애플과 구글, 삼성 등 유수의 ICT 기업들이 저마다 전용 글라스(안경)를 선보이고 있어 시장 확대 가능성이 VR에 비해 더 크다는 전망이다.

“당장 내년에 애플이 AR 글라스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스마트폰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꿔놓았듯이, AR 글라스가 이제껏 없었던 엄청난 시장을 또 한 번 열 거라 확신합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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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호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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