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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자본주의 

 

코로나19 팬데믹이 경제 시스템을 시시각각 바꿔놓고 있다. 더욱 공정하고 스마트한 경제의 탄생이 눈앞에 펼쳐진다.
초현실적인 2020년이 사람들을 반복적인 일상으로 몰아넣고 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가운데 직소 퍼즐처럼 시간을 때울 만한 소품과 효모처럼 늘 필요한 생필품 같은 물건들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 그와 동시에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로 유례없는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일하고, 배우고, 거래하는 방식이 불과 몇 달 만에 급격하게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경제 시스템 자체에서 일어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번영과 혁신의 동력인 자본주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골치를 앓고 있었다.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놀라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루어냈지만 여전히 상당수 미국인은 시스템이 왜곡되었으며 열심히 일하고 규칙을 준수해도 성공을 이룰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 “최저 실업률, 최저 아프리카계 미국인 실업률, 최저 히스패닉 실업률, 최저 여성 실업률을 기록했을 때가 가장 무섭다”고 이런 주기를 여러 번 겪은 마이클 밀켄은 말했다. “그게 사람들의 감정이다.”

이런 감정은 지난봄, 특히 젊은 층이 더 격하게 느꼈다. 2월 말 코로나19 사태가 도래하기 직전 포브스는 30세 미만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절반은 전자를, 43%는 후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0주가 지나 8만 명이 사망하고 2000만 명이 실직한 뒤 포브스는 설문조사를 다시 실시했다. 이번에는 결과가 뒤집혔다. 47%는 사회주의를, 46%는 자본주의를 옹호했다. 보편적 기본소득, 임대료 면제, 일자리 보장 등의 개념이 빠르게 주류로 떠오르며 이처럼 변화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혼란과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한 가지 의미심장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신속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수호성인 중 하나로 꼽히는 조지프 슘페터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옛 시스템을 파괴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이 남긴 유산 또한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산소호흡기로 겨우 연명하는 상태다. 고루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조차 지난여름 프리드먼의 주주우선주의가 더는 회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선언했다. 이런 장례 의식은 한때 ‘미숙련 노동자’라 불렸던 식료품점이나 택배 트럭의 저임금 영웅들이 이제 필수적인 인력으로 존중받기 시작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분기 배당금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노동자들에게 최대한 적은 임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CEO들에겐 안된 일이다.

지난 경제위기의 공식이었던 대마불사 또한 낡은 생각임이 입증됐다. 크라우드펀딩부터 암호화폐에 이르기까지 경제활동은 2010년대에 들어 훨씬 더 상향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게다가 팬데믹으로 특히 많은 타격을 받은 음식점, 이발소 등 기업에는 들고 일어날 준비가 된 사람이 많다.

쉐이크쉑 설립자 대니 메이어는 밀턴 프리드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메이어의 고객, 직원, 이웃, 투자자는 대체로 메이어를 숭배했다. 그러나 메이어의 거대하고 자본이 풍부한 상장 햄버거 제국이 연방 ‘급여보호 프로그램(PPP, Paycheck Protection Program)’ 대출을 신청하자 대중의 분노는 밀크셰이크 거품처럼 터져 나왔고 메이어는 즉각 돈을 반납했다.

마지막으로 점진적 성장주의에도 종말이 찾아왔다. 서서히 조금씩 성장하는 것으로는 이제 충분하지 않다. 현상 유지 정도로는 안 된다.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급진적인 솔루션을 필요로 한다. ‘더 큰 자본주의’를 말이다.

프리드먼이 무엇보다 이윤을 우선시했다면 더 큰 자본주의는 모든 면에서 투자 대비 수익을 측정한다. 그렇다. 지난 수년 동안 서서히 주도권을 차지했던 주주 중심 경제가 상당 부분 포함된다. 그러나 그 뿌리는 대기업이 아니라 공정한 기회와 평평한 운동장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하는 중소기업 및 기업인에게 내리고 있다. 제대로 실행되기만 한다면 더 위대한 자본주의는 영리하고 장기적이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행동, 영구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행동을 장려한다.

PART 1. 평등한 기회 〉평등한 결과

유색인종 공동체가 부당한 죽음과 질병, 실직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바이러스는 이 나라를 뒤흔드는 더 큰 균열을 드러냈다. 순자산 50억 달러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로버트 스미스는 젊은 흑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이미 주력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조치는 2019년 전 세계인이 들었던 모어하우스 칼리지 졸업 연설에서 학생들의 학자금을 탕감해준 일이었다. 지난 4월 게임의 규칙을 잘 아는, 거대하고 연줄 좋은 대기업들이 엉망이었던 첫 PPP 3500억 달러 분할 발행 금액을 집어삼키는 모습에 스미스는 분노했다.

두 번째 분할 발행이 실시되기까지 3주 동안 스미스는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문제의 핵심은 PPP 자금이 중소기업협회의 전자 시스템을 통해 분배된다는 것이었다. 이 시스템에는 주요 은행들만 접근할 수 있었다. 스미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 70%가 은행 계좌가 없다”고 말했다. 설령 계좌가 있더라도 아프리카계 미국인 기업의 90% 정도는 더 큰 고객을 끌어다줄 장벽이 높은 은행 연줄을 보유하지 못한 개인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스미스는 신용조합, 소수자 예금 기관, 1000개 이상의 공동체 개발은행 등 중소기업이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는 창구를 찾아가서 이들을 중소기업협회의 어음 교환소에 접근할 수 있는 대형 기관과 연결했다. 동 시대 최고의 소프트웨어업계 해결사인 스미스는 자신의 핀테크 기업 가운데 하나인 핀아스트라를 활용하여 패치를 만들고 전미 흑인교회위원회 산하 3만 개 지부에 호소문을 보내 그들 또한 이 생명줄을 붙잡을 수 있음을 알렸다. 5월 있었던 PPP의 두 번째 분할 발행에서 대출 9만 건이 이 방식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이타주의적인 억만장자들이 모든 장벽을 빠짐없이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토록 많은 사람,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가 21세기의 자본주의 변형에 신물이 나 있는 이유다. 현재 시스템이 성공을 위한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불평등한 결과가 나라를 휩쓸게 될 것이다. 젊은 세대가 미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게 하려면 불평등의 뿌리를 지금 당장 뽑아버려야 한다.

이는 교육 시스템에서부터 시작된다. 한때 대학 입학은 중산층으로 향하는 거의 확실한 티켓을 제공했다. 오늘날 학자금에 허덕이며 냉소주의에 빠진 대학 졸업생들과 GI 법안 덕분에 가장 높은 계층 이동성을 누렸던 ‘가장 위대한 세대’를 비교해보라. 무료 대학 교육이 갑자기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미시간이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는 ‘팬데믹 도중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들에게 무료 대학 학위 과정 또는 기술 자격증을 제공하는 ‘최전방 인재를 위한 미래’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개입 없이도 보이지 않는 손은 할 일을 하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대학은 학자금이라는 무한한 자금줄을 마음껏 활용했기 때문에 비용 절감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원격 교육이 순식간에 보편화되자 세상이 바뀌었다. 밀켄은 “많은 사안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품질 높은 경험을 누리는 데 정말 1년에 5만 달러나 필요한가?”

정답은 ‘아니다’다. 이번 세기 들어 처음으로 고등교육이 시장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더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력이다. 현재 밀켄 아메리칸 드림 개발 연구센터를 총괄하는 뱁슨 칼리지 전 총장 케리 힐리는 “교육의 경제 모델이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힐리는 소규모 대학 4분의 1이 궁극적으로 합병하거나 폐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주 건강한 현상이고, 좀 더 빨리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다. 살아남는 대학은 아메리칸 드림으로 향하는 사다리의 첫 단계를 제공해야 한다. 더 적은 빚으로 대학 학위와 미래의 일자리 보장, 교육 기회를 18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제공해야 한다.

똑같은 변화가 또 다른 미국의 거대 괴물인 의료 체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교육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의료 또한 몇 달 만에 미래의 이론에서 보편적인 현실로 자리 잡았다. 좋은 경험은 더 빠른 채택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 결과는 거의 정해져 있다. 더 높은 포용성과 더 낮은 비용이다. 패러다임이 변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무너지게 되면 미국 중산층을 괴롭히는 또한 가지 고충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때 중요한 것은 평평한 운동장을 시스템에 영구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스미스가 낸시 펠로시, 스티브 므누신, 척 슈머, 이방카 트럼프 등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과 함께 자신의 소프트웨어 패치를 단순한 ‘상자 속 대출업체’ 인프라로 만들고자 하는 주요 원인이다.

스미스는 중소기업협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전제 조건인 대형 은행들이 도시 주민이든 시골 주민이든 관계없이 계좌가 없는 사람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의 매개체가 되는 시스템을 꿈꾼다. 통일된 소프트웨어가 절차를 매끄럽게 연결하고 전통적으로 채무 불이행 비율이 낮은 소규모 대출을 묶어서 2차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면 은행은 새 사업 부문을 갖게 되고 소규모 채무자들은 막대한 새 자금을 얻게 된다. 스미스는 “투자 대비 수익이 막대하다”며 “전체 중소기업 생태계에 원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미스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은 ‘상자 속의 기업’ 소프트웨어 제품군으로 뒷받침된다. 매달 50달러 정도일 이 소프트웨어는 임금 처리, 지급 시스템, 일정 처리, 기타 힘든 잡무를 처리하여 기업가정신을 보편화할 것이다. 이런 제품은 은행이 대출을 해줄 때 필요한 투명성을 자동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상자 속 대출업자 모델이 완전히 자금을 갖추고 금융시스템에 영구적으로 편입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스미스는 “지금부터 9개월이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위기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걸렸을까? 스미스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알겠어요?”

PART 2. 이해관계자 〉주주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뉴욕 노동자들이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래 버라이즌 CEO 한스 베스트버그는 매일 오전 8시에 가상 전쟁위원회를 주재한다. 그는 “의사결정의 흐름이 전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버그는 최소 이틀에 한 번은 5년 뒤에 평가를 받을 전화를 건다. 베스트버그의 10인 팀은 처음부터 모든 문제를 특정 계층 구조로 4가지 측면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직원, 고객, 사회, 주주 순이다.

베스트버그는 “이런 시기일수록 나침반이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버라이즌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모습은 어떨까? 베스트버그는 직원 14만5000명 가운데 아무도 해고하지 않았다. 현장에 나가는 직원은 위험 수당을 받는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직원은 누구나 유급 병가 26주를 받는다. 직원 12만 명이 재택근무를 하며, 현재 존재하지 않는 업무로 인해 고용된 직원 다수는 전사적인 프로젝트 지원으로 파견되거나 버라이즌의 자원봉사 활동에 동원된다. 그 목표는 단순한 급여가 아니다. 힘든 시기에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활동이다.

베스트버그는 선출직 공직자가 지역구 주민을 대하듯이 직원을 대한다. 2주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성과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고 자신이 집중해야 할 문제를 결정하게 한다. 뉴욕주지사 앤드루 쿠오모 식의 브리핑을 매일 정오마다 실시하면서 투명성도 확보한다. 베스트버그는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 일을 하는 절차, 그 무엇도 숨길 것이 없다”고 말했다. 베스트버그는 자신의 ‘브리핑’을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중계하여 고객, 판매자,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청중을 확장했다. 5만 명 정도가 그의 브리핑을 본다.

고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버라이즌은 요금을 내지 못하는 고객이라고 해도 당장은 계약을 종료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개인의 인터넷 연결이 전기만큼이나 필수적인 이런 시기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고객의 수로 가치가 매겨지는 기업으로서 현명한 처사이기도 하다. 베스트버그는 “지금 쫓아내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를 위한 측면에서 버라이즌은 미국 내 모든 고등학교 학생에게 뉴욕타임스 구독을 제공하고, 350개 학교 어린이를 위한 인터넷 연결과 기기를 제공하고, 빌리 아일리시나 챈스 더 래퍼 같은 유명 연예인이 공연하는 ‘선행 나누기’ 콘서트를 매주 무료로 스트리밍한다.

주주들은 어떨까? 월스트리트는 자신들의 입지를 잘 받아들이는 듯하다. 베스트버그는 “아직까지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브스가 고객 보호부터 긴급 지원책까지 22개 항목에 대해 저스트 캐피털이 제공한 자료를 통해 선정한 첫 25대 기업 구조대 명단에서 버라이즌이 1위를 차지한 것에 고개가 끄덕 여지는 대목이다.

물론 버라이즌처럼 마진이 높고 기술 중심적인 기업에서는 올바른 일을 행하기가 더 쉽다. 그러나 달러 제너럴, 월마트, 타깃 같은 저마진 유통업자도 기업 구조대 명단에 올랐다. 버라이즌에 이어 2위를 기록한 타깃은 30만 명이 넘는 현장 직원의 시급을 2달러 올리고 유급휴가 혜택을 추가하여 증상이 있을 경우 억지로 출근하지 않도록 했다. 또 아동 및 노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을 위한 자금 지원도 확대했다.

직원들에게만 너무 신경 쓴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게 미국인들이 원하는 바다. 포브스 저스트 100 순위의 일환으로 포브스의 조사 협력업체 저스트 캐피털은 미국인 10만 명을 대상으로 좋은 기업 시민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물었다. 압도적인 다수가 매번 똑같이 답했다. 직원들에게 어떻게 급여를 지급하는지,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본다는 것이다.

더 큰 자본주의에서는 직원을 잘 대우하는 것이 기업의 우선순위와 상충하지 않는다. 그저 직원들을 합당하게 존중하는 것일 뿐이다. 몇 주 전 에어비앤비 설립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역사에 남을 결정을 내렸다. 약 1900명, 전체 인력의 25%를 정리해고했다. 그리고 그 일로 칭찬을 받았다. 해고 수당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최소 14주치의 기본급과 규정보다 빠른 주식 지급, 애플 노트북 컴퓨터, 12개월의 사설 의료보험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체스키가 보인 공감이었다. 체스키는 자신이 왜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했고, 전 직원을 기업의 부속품이 아닌 친구처럼 대했다. 체스키는 인력을 새로 채용하는 대신 인사 부문 직원들을 재배치하여 해고된 직원들의 자리로 보내고 해고된 직원들이 포함된 연락처 명단을 만들었다. 체스키는 “기업 논리가 아니라 원칙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고 포브스에 말했다. “기업의 의사결정은 성과를 최대화하지만 원칙에 입각한 의사결정은 성과에 개의치 않는다.”

이와 유사하게 원칙에 입각한 시민의 자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CEO인 앨버트 볼러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화이자의 수장인 볼러는 올해 취약 계층을 위한 대량 배포용 백신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18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기존의 예측을 깨뜨렸다.

볼러는 두 가지 위험을 감수했다. 우선 한 가지 제품에 10억 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볼러는 “속도가 너무나도 중요하다. 투자 대비 수익이나 비용이 문제가 아니다. 그래봐야 숫자 몇 개가 바뀌는 것일 뿐이다. 중요한 건 백신을 내놓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둘째로 볼러는 자신의 체면 손상을 무릅썼다. 약속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볼러는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지가 모든 의사결정의 기반이 된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서 볼러는 “지금은 모든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백신을 만드는 다른 업체가 우리에게서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위기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분열을 조장하고 관대함을 불러일으킨다. 그리스 태생인 볼러는 분명 후자를 노리고 있다. 요원해 보이는 화이자의 백신 도전은 터키인 우구르 사힌이 운영하는 기업 바이오엔테크와 공동으로 진행된다. 두 사람의 모국은 서로 혐오하는 관계로 유명하지만 CEO들은 백신이 개발되면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로 약속했다. 볼러는 “적은 단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와 시간이다.”

PART 3. 오늘의 해결책 〉내일의 해결책

팬데믹이 닥치자 미국 최대 규모, 최고의 합리성을 자랑하는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코네티컷 출신으로 어린 시절 멀리 학교를 다녔던 달리오는 경제 취약 계층이 더 뒤처질 운명이라고 내다봤다. 대다수는 식량이 부족하고, 밀집해 있어 개인 공간이 부족하며 병에 걸릴 위험도 컸다. 22%는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할 수 없으며 컴퓨터를 소유하지도 못했거나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망이 없었다.

달리오는 “진정한 비극을 봤다”며 “수많은 사람이 ‘이대로 둘 수는 없다’고 하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달리오가 코네티컷 주정부와 공동 부담한 초기 1억 달러 기부 서약에 자극을 받은 ‘수많은 사람’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컴퓨터 6만 대를 공급했다. 여기에는 빌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클 델과 델 컴퓨터, 코네티컷주의 정부 및 교육계 주요 인사들도 포함됐다.

포브스가 자산을 180억 달러로 추정하는 달리오에게 그 결정은 생각할 여지도 없는 결론이었다. 더 큰 자본주의 방식으로 ROI에 입각한 결과였다. 현재 자선사업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주는 조짐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자선사업에 몰수적 과세를 매겨서 부자들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형편없는 경제정책이다. 대다수 억만장자는 2020년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세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무작정 따지기만 하는 정책은 매출을 창출하기보다 성장을 억누르기만 할 것이다.

형편없는 공공정책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장기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에 구조적으로 부적합하다. 사람을 감옥에 집어넣는 재정적 비용은 그 사람을 적절하게 교육하고 양성하는 비용보다 몇 배나 많다. 즉각적인 성과에 목을 매는 정치인들에게 20년 뒤의 성과를 보라고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선사업은 문제에 대한 위험자본 역할을 하며, 정부는 감히 시도하지 못할 개념을 입증하고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실시되는 자선사업이 어느 정도 그런 비판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세금 감면 등 여러 형태의 막대한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4조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오늘날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먼 훗날의 문제를 기다리고 있다. 법적으로 자선 재단은 최소 5% 자산을 매년 투입해야 한다. 대다수 자선 재단은 이 5%라는 최소선을 최고 액수로 삼는다. 한편 73만 개에 달하는 트렌디한 기부 자금 계좌는 최소한의 비용조차 지불하지 않고 동일한 세금 혜택을 받는다.

팬데믹은 이 문제를 드러냈다. 우리 생애에 이처럼 기부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높았던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시장과 함께 기부도 축소되면서 자선사업의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그래서 주요 플레이어들은 이 시기를 기회로 삼아 투명성과 ‘살아생전에 주자’는 철학에 중점을 두는 자선사업으로 변모를 꾀한다. 그 사례 중 하나가 잭 도시(43)다. 트위터, 스퀘어 공동 설립자 도시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된 문제에 1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그리고 자신의 기부 내역을 구글 문서에 공개적으로 하나씩 작성하고 있다.

지난 5월 자선사업가와 전문가 275명은 1억 달러 규모 월레스 글로벌 펀드의 주도하에 자선사업의 연간 최소 기부 액수를 향후 3년 내에 10%까지 높일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이렇게 하면 추가로 2000억 달러가 풀린다. “관(棺)을 장식할 묘비를 세우려는 게 아니다”라고 서명인 중 한 명인 애비게일 디즈니는 말했다. “세상이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기억할지가 중요하다.”

한편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부 서약의 서명인 다수가 언제, 어디에 기부할지를 묻지 않는다는 단체의 유명한 철칙을 바꿔야 할지 논의 중이다. 현재는 최소 절반을 죽기 전이나 죽을 때 기부하도록 되어 있다. ‘살아생전에 주자’는 원칙을 장려하기 위해 코로나와 관련된 문제에 대응할 자금을 모으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경제위기가 소외된 사람들을 더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 대공황 때는 공산주의, 고립주의, 보호주의가 득세했다. 소셜미디어가 없던 시절에도 그랬다. 대공황이 지나고 10년 뒤 미국 기업은 전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대상이 됐으며, 미국 노동자들은 부모나 조부모가 상상하지 못했던 삶의 질을 누리게 됐다.

지금 우리는 그와 동일한 교차로에 서 있다. 더 큰 자본주의로 향할까, 아니면 지속적인 사회 갈등으로 나아갈까. 이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 달리오는 “어떤 식으로든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며 “나빠지거나, 아니면 모두 함께 문제를 잘 해결하거나. 둘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25개 기업 구조대 순위

포브스가 조사 협력업체 저스트 캐피털과 함께 미국의 100대 상장기업 고용주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맞이하여 직원과 고객, 공동체를 어떻게 지원하고 보호하는지 조사했다. 유연한 출퇴근 정책부터 공동체 지원 자금까지 22개 항목에서 이 기업들의 노력을 분석하고 1점에서 5점까지 점수를 매겼다. 그런 다음 이 점수로 평균을 내서 총점을 산출했다. 이 순위는 3월 중순부터 5월 7일까지 기업들이 공개한 정책들을 한눈에 보여준다. 기업들은 실제 행동보다 의도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했다. 팬데믹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대응 또한 전례 없이 강력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그러나 그 효과가 일시적일지 지속적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1.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 | 소매

 현장 또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전일제 노동자들에게 추가 수당 지급

 팬데믹 때문에 요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의 서비스 중지 잠정 중단

 최대 8주 동안 급여의 100%, 이후 최대 16주 동안 급여의 60%를 지급하는 코로나19 특별 휴가 정책 실시

2. 타깃 | 소매

 현장 노동자 30만 명 이상에게 급여 인상

 65세 이상, 임신부, 기저질환이 있는 노동자에게 유급휴가 30일 지원

 고객과 직원을 위해 안전하고 깨끗한 쇼핑 환경을 보장하는 조치 시행

3. AT&T | 통신

 부모들에게 휴가 제공

 임금 인상

 온라인 학습 확대에 1000만 달러 기부

4. 월마트 | 소매

 시간제 노동자들에게 특별 현금 수당 10억 달러 약속

 임시직 절반 이상을 포함해 노동자 20만 명 고용. 일부는 음식점과 숙박업 등 타격이 큰 업계 출신

 최대 2주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코로나19 병가 정책 수립

5. T모바일 US | 통신

 6월까지 데이터 요금제 사용 중인 현재 고객에게 스마트폰 데이터 무제한 제공

 노동자를 위한 유연 출근 정책

 추가 유급휴가 제공

6. 로위 컴퍼니 | 소매

 3월 이후 1억6000만 달러를 투입해 노동자들에게 급여와 보너스 추가 지급

 긴급 휴가 확대

 구호 자금 확보

7. 스타벅스 | 소매

 새로운 정신 건강 복지 혜택 추가

 돌봄 정책 확대

 직영 매장에 체온계 배치

8. 홈디포 | 소매

 65세 이상 또는 CDC가 고위험군으로 판정한 전일 시간제 노동자에게 240시간 유급휴가 제공

 매장 및 물류센터의 직원들에게 체온계 배포하여 근무 전 건강 점검 실시

 의료 서비스 제공자에게 N95 마스크 기증

9. JP모건 체이스 | 금융 서비스

 창구 직원에게 1000달러 보너스 제공

 다수의 구호 자금 확보

 모든 직원에게 추가 유급휴가 제공

10. 크로거 컴퍼니 | 소매

 병가 및 긴급 유급 휴가 정책 확대

 현장직 노동자들의 검사 지원

 시급 2달러 임시 인상 또는 5월 중순 동안 ‘영웅 보너스’ 지급

11. 맥도널드 | 패스트푸드

 4월 9일까지 310만 달러 규모의 음식을 지역 공동체에 기증

 유급휴가 정책 확대

 기업 경영진의 기본급 삭감

12. 차터 커뮤니케이션 | 통신

 모든 시간제 근로자의 임금을 1.5달러 인상, 최소 6월 19일까지 정리해고 금지

 코로나 관련 질병에 대해 2주 유급휴가 지원

 코로나19 때문에 경제난을 겪는 고객에게 서비스 중단 및 연체료 청구 금지

13. 뱅크 오브 아메리카 | 금융 서비스

 지역 공동체를 위한 구호 자금 1억 달러 마련

 2020년 중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정리해고 금지 선언

 노동 시간이 줄더라도 전일제 근로에 해당하는 임금 지급. 콜센터 직원의 야근수당을 평시의 두 배로 인상

14. 센테네 | 의료보험

 피딩 아메리카와 함께 12개월 동안 매달 100만 끼니의 식사 기증 약속

 공공 의료보험 및 민간 의료보험 회원에게 코로나19 관련 치료 비용 지급

 추가 유급휴가 10일 지원.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는 750달러 보너스 지급

15. 안뎀 | 의료보험

 구호 자금 5000만 달러 약속

 고객의 코로나19 진단 및 치료 비용 면제. 직원의 유급휴가 최대 80시간 제공

 시간제 노동자의 인터넷 이용료 지급

16. 알파벳 | IT

 구호 자금으로 8억 달러 이상 약속

 2020년 내내 노동자의 원격근무 허용

 9월 30일까지 G스위트 고객에게 구글 미트 화상회의 무료 제공

17. CVS헬스 | 소매

 5만 개 일자리 창출 계획 발표

 의약품 배송비 면제

 돌봄 지원 정책 발표

18. 애플 | IT

 전 세계 매장 자발적 운영 중지 및 시간제 노동자 급여 지급

 마스크 3000만 개를 현장 의료 종사자들에게 기증

 코로나19 대응에 도움이 되는 모빌리티 데이터 트렌드 도구 배포

19. 월그린스 부츠 얼라이언스 | 소매

 일부 직원 대상 일일 건강검진 실시

 유연 출근 정책 및 유급 병가 확대 실시

 매장과 물류센터의 전일 시간제 노동자에게 300달러 보너스 지급

20. 포드자동차 | 자동차

 휴직 대상 직원에게 건강보험 지원 약속

 상위 임원 300명의 급여 20~50% 지급 연기

21. 시그너 | 의료보험

 직원들에게 코로나19 관련 긴급 유급휴가 10일 제공

 무료 의약품 배송 제공 및 코로나19 검사 비용 면제

 미국 내 필수 현장 종사자들의 급여 20% 임시 인상

22. 다덴 레스토랑 | 음식점

 시간제 노동자의 유급휴가 승인

 고위 임원의 임금 삭감

 휴직 중인 시간제 노동자 위한 긴급 급여 프로그램 확립

23. 펩시코 | 음료

 유급 병가 정책 확대

 전 세계의 취약한 공동체에 5000만 달러 투자 약속

 모든 미국 직원에 대한 복지 강화 및 현장직 노동자를 위한 추가 수당

24. 달러 제너럴 | 소매

 계산대에 재채기 방지 장치 설치

 취약한 노약자를 위한 특별 매장 시간 마련

 직원 보너스로 약 6000만 달러 준비

25. 웰스파고 | 금융 서비스

 주택 부동산 압류, 퇴거 및 비자발적 자동 압류 일시 중지

 주당 40시간 이상 일한 미국 비면제 노동자의 시급 두 배로 지급

 미국 내 최대 영업점 56개소에서 임시 현장 간호사 서비스 실시

- RANDALL LANE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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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호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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