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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E-페이스 시승기 

야생 재규어의 심장 박동을 느끼다 

세단도 아닌 SUV가 스포츠카의 디자인과 역동성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재규어 E-페이스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 사진:재규어
역동적이다. 재규어의 콤팩트 SUV E-페이스(PACE)는 다른 재규어 라인업의 중후함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느낌이다. 하지만 재규어 스포츠카의 DNA를 계승하며 운전 자체를 즐기는 이들을 충분히 매료한다. 시승에 동승했던 후배 기자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느낌”이라며 “야생 재규어의 등 위에 올라타서 숨결과 심장박동을 느끼는 것 같다”고 승차감을 묘사했다.

가장 캐주얼한 재규어


▎ 사진:재규어
E-페이스의 라이벌은 볼보 ‘XC40’, BMW ‘X1’, ‘X2’, 아우디 ‘Q3’ 정도다. 콤팩트 SUV로서 전장 4395㎜는 아담하다. 하지만 전폭 1900㎜는 경쟁 모델들에 비해 ‘과연 콤팩트 SUV인가’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아우디 Q3는 1830㎜, BMW X1과 X2는 각각 1820㎜와 1825㎜. 조금 널찍하다는 볼보 모델도 1875㎜다. 1900㎜ 전폭은 BMW ‘X5’라든지, 볼보 ‘XC90’에 가까운 수준이다. 디자인적으로 넓은 전폭은 노면에 넓게 붙어서 달리는 스포츠카의 느낌을 준다. E-페이스는 재규어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2인승 스포츠카 ‘F-TYPE’의 본질을 SUV로 승화했다. 실제 프런트 마스크와 리어 펜더는 F-TYPE을 계승한 디테일이 엿보인다. 전반적으로 E-페이스의 디자인은 세련됐다기보다는 사랑스럽다. 윈드실드 하단에 베이비 재규어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어서인지 실제 그런 느낌이 물씬 난다.

시승 구간은 서울에서 가평 호명산 정산까지 왕복 120㎞. 개인적으로 꽤 애용하는 드라이브 코스다. 북한강 변을 따라 달리며 수려한 경관을 즐길 수 있고, 호명산을 굽이굽이 오르며 엔진의 힘과 핸들링도 테스트할 수 있다. 다이내믹 드라이빙을 즐기기에는 최적의 코스로 추천한다. E-페이스의 이 구간 테스트는 꽤 흡족했다. 경쾌하고 빠른 가속이 전율케 한다. 재규어XJ가 주는 부드러운 승차감은 잊어라. 특히 스티어링이 SUV치고는 꽤나 빠른 편이어서 스포츠카 못지않다.


▎ 사진:재규어
이는 E-페이스의 강력한 엔진 성능과 정교함 덕분이다. 재규어 랜드로버가 직접 설계한 인제니움 엔진이 탑재돼 있다. 이 엔진은 자동차 전문지 워즈오토가 ‘2018 10대 베스트 엔진’으로 선정했다. 2.0리터 터보차저 4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49마력, 최대토크 37.2kg.m의 힘을 발휘하면서도 연비, 정숙성도 나쁘지 않다.

재규어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2차 세계대전 이전 창업 초기에는 ‘저렴하면서도 멋있는 차’로 인기를 얻었지만, 전후에는 각고의 기술개발 노력 끝에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 역사를 고려하면 E-페이스는 상당히 획기적인 모델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부 디자인과 실내 인테리어를 보면 전반적으로 ‘가장 캐주얼한 재규어’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옵션이나 내부는 품격 있는 콘셉트와는 다르다는 의미다. 하지만 안전과 관련한 기술은 놓치지 않았다. 자동 주차 보조, 차선 유지 보조,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 첨단 운전자 보조 기술을 적용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007호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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