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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이그 그룹의 승계 비결 

 

프랑스 부이그 그룹은 세계적인 건설사 ‘부이그 건설’을 중심으로 성장한 대그룹사다. 한국이 도입한 고속철도차량 테제베를 설계한 알스톰 최대주주도 부이그 그룹이다. 3세대에 걸쳐 영역을 확장 중인 부이그 그룹의 승계 비결을 알아본다.

▎ 사진:HTTPS://WWW.BOUYGUES.COM/EN/GROUP/BOUYGUES-IN-BRIEF/
프랑스 부이그(Bouygues) 그룹은 1952년 프랑시스 부이그(Francis Bouygues)가 설립한 ‘Enterprise Francis Bouygues(EFB)’라는 작은 건설회사가 모태다. 지금은 세계적인 건설회사로 성장한 ‘부이그 건설’을 주축으로 하는 프랑스의 대표적 기업그룹이다. 부이그 그룹에는 건설부문 외에도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인 ‘TF1’과 프랑스 3대 통신회사인 ‘브이그 텔레콤’이 계열사로 편제되어 있다. 부이그 그룹은 한국이 도입한 고속철도차량 테제베(TGV)를 설계한 알스톰에 대해서도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최대주주 지분을 보유하는 등 프랑스의 대표적인 기업집단이다. 부이그 그룹은 건설, 미디어, 통신 분야의 사업을 통해 전 세계 92개 국가에 진출, 2019년 12월 말 기준으로 종업원 수 13만 명, 매출액 379억 유로(약 52조원), 당기순이익 11.8억 유로에 이른다.

부이그 그룹의 성장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1956년에 ‘Stim’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부동산개발 분야 진출했는데, 이 회사가 현재 그룹의 부동산개발을 담당하는 ‘부이그 부동산’이다. 1970년에는 그룹의 주력 회사인 ‘부이그 주식회사’가 파리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1986년에는 당시 프랑스 최대 도로 건설 그룹이었던 ‘Screg’을 인수함으로써 세계적인 건설회사로 도약했다.

1987에는 프랑스 국영방송 ‘TF1’의 민영화 과정에 참여하여 25% 지분을 취득하여 1대 주주가 돼 미디어 사업 분야에 진출했다. 현재 부이그 그룹의 ‘TF1’에 대한 지분율은 43.7%다. 1994년에는 프랑스에서 세번째로 무선통신 사업면허를 획득하여 ‘부이그 텔레콤’을 설립하면서 통신산업에 진출했다. 1999년에는 그룹의 모회사인 부이그 주식회사에서 ‘부이그 건설’을 분사하여 건설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편제하고, 부이그 주식회사는 그룹의 총괄 지주회사 역할을 맡는 그룹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2006년에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엔지니어링 회사인 알스톰에 대한 프랑스 정부 지분 23.26%를 20억 유로에 인수했다. 현재 부이그 그룹의 알스톰에 대한 지분율은 14.7%다.

현재 부이그 그룹은 지주회사인 부이그 주식회사 아래 부이그 건설, 부이그부동산, 꼴라, TF1, 브이그 텔레콤 등 5개 자회사가 있으며, 알스톰에 대한 전략적 투자 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이그 그룹의 지배구조는 그룹 지주회사인 부이그 주식회사에 대한 지분율 및 의결권의 구성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부이그 주식회사의 지배구조에서 가장 큰 특징은 차등의결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으로, 1주 당 1의결권을 갖는 일반 주식 이외에 1주에 2의결권을 보장하는 이중의결권(double voting right) 주식이 있다. 단순지분율로 보면 부이그 가문의 지분관리회사인 ‘SCDM’이 21.2%, 종업원지주가 19.3%, 기타 프랑스 주주가 23%, 외국인주주가 36.5%이지만, 이중의결권을 고려한 의결권 측면에서 보면 ‘SCDM’이 29.2%로 가장 높고, 종업원지주가 25.6%, 기타 프랑스 주주가 18%, 외국인주주가 27.2%다.

‘SCDM’은 창업주인 프랑시스 부이그의 아들인 마르텡과 올리비에 형제가 각각 66.7%와 33.3%씩 나누어 소유하고 있다. 이중의결권을 부여해 부이그 가문과 종업원지주 등 기업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 주주가 의결권의 54.8%를 보유함으로써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중의결권은 1969년 12월 31일 주주총회 정관 개정에서 도입돼 1972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중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에 대해서 무상증자로 신주가 발행되는 경우에는 이중의결권이 자동으로 부여된다.

창업주 프랑시스 부이그는 슬하에 3남 1녀를 두었는데, 그의 사망 이후 2남인 마르텡과 3남인 올리비에는 ‘SCDM’이라는 지분관리회사를 통해서 그룹의 지주회사인 부이그 주식회사의 지배권을 보유하고 있어서 현재 2대에 걸쳐 승계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4월에는 마르텡의 장남인 에드와흐와 올리비에의 아들인 시릴이 지주회사의 이사로 각각 임명되어 3세대 승계 작업이 시작되었고 볼 수 있다.

부이그 그룹 승계 과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창업주의 두 아들이 부친으로부터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받지 않고 19년에 걸쳐 그룹 내 다양한 회사 설립 및 이 회사와의 자본투자거래를 통하여 그룹 지주회사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며 승계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창업주 프랑시스는 회사 성장과 함께 수많은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그 과정에서 지분율이 계속 희석돼 그가 사망한 1993년에는 5%에 불과했다. 이 지분은 그의 부인에게 상속되었으며, 미망인의 지분율은 2006년에는 1.6%에 불과했다. 창업주로부터 2세대 자녀들에게 직접적으로 상속된 지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세대 자녀들이 현재 부이그 그룹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 1978년부터 1997년까지 19년 동안 이들 형제가 설립한 회사들에 대한 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이들 회사들과 그룹의 주요 회사와 관련한 순환출자구조를 활용한 수많은 자본거래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2세대 형제가 설립한 ‘SCDM’으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넘어갈 때 당시 부이그 그룹의 최대주주였던 프랑스 최대 은행인 크레디 리요네 은행이 이를 허용했다. 이 은행이 최 대주주 지위를 잃을 수도 있었지만, 법적으론 문제가 없었다. 1997년 최종적으로 그룹의 순환출자구조가 해소되면서 ‘SCDM’을 정점으로 5개 자회사가 편제되는 형태로 그룹의 지배구조가 변경되면서 2세대 부이그 형제는 그룹 경영권을 확보했다.

둘째, 차등의결권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2세대 자녀들이 설립한 회사와 그룹의 자본거래 과정에서 지주회사인 부이그 주식회사 지배력 확보에 활용됐다.

부이그 그룹의 기업승계는 별도의 주식상속 없이 이루어진 사례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자녀들은 승계를 위한 회사를 설립하고 그룹의 지원하에 재원을 확보해 장기간 다양한 자본투자거래를 실행하며 순환출자구조를 형성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그룹 지주회사의 지분을 점진적으로 확보했다. 이러한 부이그 그룹 승계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의 이익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승계 이후 상당한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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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호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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