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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5) 

오프라인으로 플랫폼 장악 나선 아마존의 양공 작전 

온라인이 대세라지만 오프라인 시장이 완전히 사라질 리는 없다. 세계 최대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아마존 고 메장에서 쇼핑하고 있는 손님. 매장 안에 있는 물건을 집어들면 무게 센서가 작동해 스마트폰 내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올라간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이다. 애플 같은 초대형 브랜드부터 소규모 비즈니스까지 다양한 제품과 중개 상품을 아마존에서 판매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없던 시절에 대체 어떻게 쇼핑했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모두가 아마존을 이용한다. 매달 돈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구독 멤버십인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의 경우 2019년에만 32% 성장세를 기록했고, 멤버십 회원 수만 무려 1억5000만 명에 이른다. 아마존으로 인해 기존 오프라인 쇼핑을 주름잡던 백화점 체인뿐 아니라 뉴욕의 소호처럼 유명한 상권들조차 피할 수 없는 위기를 맞았다. 급기야 뉴욕의 대표적 명품 백화점인 바니스 뉴욕(Barney’s NewYork)은 온라인 커머스로의 진화에 실패해 파산했으며, 뉴욕 소호의 터줏대감 슈프림(Supreme) 매장도 임대료 비싼 소호를 떠나 브루클린으로 터전을 옮겼다.

아마존이 보유한 4개 오프라인 매장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문제를 해결할 테스팅 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아마존은 2017년 인수한 식료품점 홀푸드(Whole Foods)를 제외한 네 가지 다른 오프라인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아마존의 이름을 딴 첫 오프라인 스토어인 서점 아마존 북스(Amazon Books), 아마존의 모든 카테고리에서 별 4개 이상을 받은 상품만 취급하는 아마존 포스타(Amazon 4-star), 아마존판 편의점으로 볼 수 있는 아마존 고(Amazon Go), 아마존의 팝업 형태 매장인 아마존 팝업(Amazon Pop up)이다. 상거래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이 시점에 아마존은 대체 왜 오프라인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면 해당 분야 고객층과 잠재 수요층에 대한 조사가 선행된다. 특히 오프라인의 경우, 지역 고객층을 대상으로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조사가 필수다. 그런데 아마존은 이미 진출한 국가와 도시의 고객들에 대해 그 어떤 조직보다 소비 패턴을 잘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검색광고 시장의 규모는 550억 달러였다. 그중 1위는 단연 73.1% 시장을 장악한 구글이지만, 놀라운 것은 2위(12.9%)가 일반 검색엔진 업체가 아니라 아마존이었다는 사실이다. 광고 점유율 3위인 검색엔진 빙(Bing)의 6.9%를 거의 두 배 정도 앞지른 수준이다. 게다가 세상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구글 검색 키워드와 달리 아마존에서 검색하는 키워드는 거의 모두 구매와 직간접적 연관을 지닌다. 데스크톱, 랩톱, 모바일 등 어떤 플랫폼을 사용하든 간에 아마존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사람들의 소비 패턴에 대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아마존이 상대방 손에 무슨 카드가 들려 있는지 알고 포커 게임을 하는 셈이다.

지난 2018년 아마존은 시애틀에 아마존 북스 1호점을 열었다.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시애틀에서 중고 도서 매매 사이트로 시작한 것을 오마주한 듯한 행보였다. 아마존 북스에서는 온라인 상점에서 인기가 높고 잘 팔리는 책들과 함께 그들의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제품들을 판매한다. 어떤 이들은 흥미로운 책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배송받기까지 며칠씩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며 반겼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오프라인 시장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 아마존이 이제는 오프라인 시장까지 잠식하려 한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여러 우려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2020년 현재 아마존 북스 매장은 미국 전역에서 17개가 성업 중이다.

최고의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애플은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소수의 제품을 마치 명품을 큐레이션하듯 진열해놓고 판매한다. 당장 구매하지 않아도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애플 제품의 가치와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애플 매장의 존재 이유다.

하지만 아마존 포스타 매장의 전략은 애플과 정반대다. 아마존 포스타는 이미 온라인에서 검증된, 구매 확률이 높은 상품들로 매장을 촘촘하게 구성한다. 책, 주방용품, 가전제품, IoT 상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진열돼 있다. 더욱이 아마존 포스타에 들어오는 고객에게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 혹은 방향성 같은 걸 굳이 설득할 필요도 없다. 아마존 포스타 스토어가 이미 해당 지역 사람들의 선호도를 데이터로 파악해 제품 라인업을 구성한 만큼, 특별한 브랜드 경험과 제품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실제 구매가 이루어질 때마다 아마존이 보유한 상품들에 대한 판매율 데이터와 구매자의 소비 패턴이 더욱 정교해지는 구조다.

오프라인은 온라인의 테스팅 베드

아마존의 편의점인 아마존 고에 입장하려면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이 있어야 한다. 매장은 100% 무인 결제 시스템이어서 진열된 제품을 그냥 들고 나오면 자동으로 계산이 된다. 이용자가 물건을 훔치는 것 같은 묘한 감정을 주기도 하지만, 매장 전체를 감싸고 있는 센서와 데이터 비컨(Beacon) 같은 근거리 통신 기술이 고객이 들고 나오는 물건의 종류와 수량을 정확하게 계산해 결제하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아마존 고의 시스템은 사람들이 무슨 제품을 구매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뿐 아니라, 어떤 제품 앞에서 얼마나 머물렀고, 이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이후에 어떤 제품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소비를 계속했는지와 같은 사용자 구매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파악할 수 없었던 고객의 심리적 갈등과 구매를 촉진한 작용 기제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판매가 저조한 상품이 오프라인에선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거나 반대 현상이 발생했을 때도 그 이유를 분석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아마존 팝업 매장의 경우 오프라인 임대료에 대한 부담 없이 다양한 시도를 위한 테스팅 베드 역할을 한다. 새로운 상권에 진출하거나 새로운 브랜드 혹은 기능을 테스트할 때 팝업이라는 이름을 달고 부담 없이 오프라인 스토어를 여는 것이다. 아마존은 2019년 중반까지 미국 전역에 87개 팝업 매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2020년 중반 현재 7곳을 제외한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태다.

오프라인 매장이 계속 늘고 매출이 증가한다 해도 여전히 아마존 상거래의 중심은 온라인 플랫폼일 것이다. 아마존은 온라인 상거래의 최강자로 군림하며 초고속 발전과 확장을 이루어왔지만,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이 더 유리한 신선식품 같은 카테고리도 존재한다. 또 월마트 같은 기존 강자들이 아마존과 승부를 겨루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단행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아무리 온라인 시장의 발달이 거침없다 해도, 오프라인 시장이 완전히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존은 산적한 온라인 플랫폼의 문제를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관찰하고, 해결책을 시험하는 테스팅 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 이상인 MS 디렉터는… 이상인 마이크로소프트(M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현재 미국의 디지털 디자인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인 디자이너로 꼽힌다. 딜로이트컨설팅 뉴욕스튜디오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일한 그는 현재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서 디자인 컨버전스 그룹을 이끌고 있다.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 속해 있는 55개 서비스 프로덕트에 들어가는 모든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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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호 (20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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