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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기업에서 배운다 | BRITA 

‘안전한 물’로 변화의 시대를 넘어서다 

매년 200억 리터, 초당 630리터. 현재 브리타(BRITA) 정수기를 통한 세계인의 물 음용량이다. 주전자 형태의 브리타 정수기는 66개국에서 팔리고 있다.

▎독일 비스바덴 시 근처 타우누스슈타인에 위치한 브리타 본사. / 사진:브리타
1966년 독일. 평소 수돗물을 끓여 차를 마시는 하인츠 핸커머는 가끔 차 맛이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그는 석회질을 줄이고 물맛을 좋게 하는 방법으로 이온교환수지와 활성탄소를 이용한 여과장치를 고안했다. 자택 마당의 배나무 아래서 시작한 실험은 아주 간단한 저그(주전자) 형태의 정수기로 탄생했고, 세월이 흘려 66개 국에 진출한, 작지만 강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 비결이 뭘까. 답은 간단했다.

“브리타의 명확한 비전과 현대 소비자의 요구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지난 7월 30일 서울 용산구 브리타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조선혜 대표가 말했다. 브리타는 직원 1800명을 둔 독일의 대표적인 ‘미텔슈탄트(중소·증견기업)’이다. 브리타는 핸커머의 딸 이름이다.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세계 66개국 소비자들이 브리타 정수기를 이용한다.

브리타 제품은 흔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정수기가 아니다. 전기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독일 본사에서 생산한 교체형 필터를 끼워 사용한다. 브리타는 개인용과 가정용 제품(저그 타입, 직수형, 텀블러 등)을 비롯해 식당이나 카페 등 업소용 제품을 판매 중이다. 학교, 사무실, 의료시설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수도 파이프 연결식의 디스펜서 솔루션도 제공한다. 위생에 좋은 것은 물론 기계 고장의 원인인 석회질 발생을 방지한다.

브리타가 한국에 진출한 지는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순항 중이다. 조 대표는 구체적인 매출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저그 판매 대수의 경우 매년 1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정수 시스템의 이슈도 한몫했다. 지난 8월 인천과 경기, 서울시내 수돗물에서 벌레 유충이 발견되며 정수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앞서 2016년 한 정수기 업체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니켈이 검출됐고, 유해물질이 나오면서 소비자 불신은 커진 상태였다.

“소비자의 신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안전한 물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물을 마시는 방식을 바꿔나갈 것이다’라는 브리타의 비전이 우연히 맞아 들어가는 것도 이러한 이유였습니다.” 조선혜 대표는 이런 브리타의 경영 철학이 50년간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자부한다.

워터소믈리에를 연구진으로


▎브리타 생산 공장 / 사진:브리타
역시 핵심은 ‘안전하고 깨끗한 물’이다. 물맛을 향상하고 오염물질을 거르는 필터 기술은 브리타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아기 손바닥만 한 크기의 필터에는 미세한 입상 활성탄과 이온교환수지가 포함돼 있다. 물이 정수되는 과정에서 탄산염 경도를 낮추고, 물의 맛과 향을 떨어뜨리는 유기물질과 염소를 걸러주며, 구리와 납 등 금속과 불순물을 줄여준다. 수돗물 약품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 수도관 노후화에 따른 금속 물질도 거를 수 있다.

브리타는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한다. 브리타의 물 연구소는 근본적인 성분뿐 아니라 풍미 등 물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진행한다. 이곳에서 전문 워터소믈리에 등이 평가하는 물 감각 분석 연구, 제품 평가 기술, 화학 실험을 진행한다.

전문 워터소믈리에들은 차 테스트(tea test)와 물맛 비교로 필터 성분 비율을 꼼꼼히 따진다. 지역마다 다른 원천수 성분에서 최상의 음용수 맛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차 테스트는 창업자 핸커머의 방식을 따랐다.

조 대표는 물 한 모금을 권하며 말했다. “일반 수돗물로 만든 차는 상단에 불투명한 줄무늬가 생기고 탁한 반면, 브리타 필터가 여과한 물은 깔끔하고 선명한 색을 띠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도 차 맛으로 비교하면 일반인들도 물맛의 차이를 알 수 있어요.”


▎브리타 워터소믈리에 / 사진:브리타
브리타가 국내 시장에서 갖는 장점은 점검과 필터 교체를 위한 방문판매 방식이 지배적인 국내 렌털 정수기 시스템과 달리 간편한 휴대형이라는 점이다.

‘안전, 위생, 편리’. 조 대표가 꼽는 한국식 물 관리의 핵심이다. “유럽 사람들은 정수기든 물통이든 텀블러 등을 이렇게 박박 닦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며 “안전과 위생에 대한 한국인 특유의 문화를 파고든 제품들”이라고 말한다. 조 대표는 “환경, 문화, 가족구성원 등이 변하면서 소비자 하나하나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 브리타의 글로벌 비전”이라며 “지속 가능할 뿐 아니라 현지 맞춤형 정수기로 일상을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기업으로 시작한 브리타는 1999년 아들 마커스 핸커머 대표가 가업을 물려받으며 글로벌 시장을 넓히는 데 박차를 가했다. 28개 국가에 자회사와 제조시설을 두고, 독일,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한다. 아시아 시장에는 2013년에 진출하며 중국 쑤저우(Suzhou)에 공장을 가동했다. 2018년 브리타는 오염 물질뿐 아니라 박테리아, 바이러스를 줄여주는 싱크대 필터제품 ‘mypure PRO’ 개발로 아시아 시장에 적합한 방향성을 고민했다. 지금은 정수기 시장 규모가 세계 3위에 이르는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브리타의 초석을 다진 조 대표는 브리타코리아의 1호 직원이다. 존슨 앤드 존슨, 스미스&네퓨, 쥴릭 파마, 바이어스도르프, 에너자이저, 그룹 세브 등 글로벌 기업에서 20여 년간 마케팅 경력을 쌓고 2017년 브리타코리아에 합류했다. 초고속 승진으로 1년 만인 2018년 4월 브리타코리아 대표로 취임했다.

조 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은 대체로 2개 유형으로 물을 마신다”며 “정수기 물과 생수를 혼용하거나 끓인 물과 정수기 물을 섞어 마시는 등 혼용 인구가 많아, 이 두 조건을 다 충족하는 브리타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도 그만큼 높다”고 분석했다.

물의 성분은 지형에 따라 달라진다. 석회질이 많은 유럽에선 차와 탄산수 문화가 발달해 물때와 석회질을 걸러내는 게 중요하다. 반면 아태 지역은 안전성을 더 중시하기에 기계방식의 정수기가 일반적이었다.

한국은 90% 이상 하천수를 사용해 수돗물을 만든다. 조 대표는 “한국은 본사에서 봤을 때도 흥미로운 시장”이라며 “수돗물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물로 꼽히는데 오래된 파이프와 염소 등으로 인해 수돗물을 바로 따라 마시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시장이 간편 정수기 필터에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브리타코리아는 창고형 매장, 온라인쇼핑몰, 대형마트 등 유통망을 확보한 상태다.

조 대표는 현지화 전략에서는 ‘지금 소비자 트렌드’를 읽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한국 성향에 맞지 않고 장기적으로 득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중국, 일본 등과 비교하면 한국 문화가 매우 다르지 않냐”고 반문했다.

조 대표는 한국 현지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으로 오히려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속도를 꼽았다. 사업 초기부터 시장 확장에 열을 올린 조 대표와 달리 브리타 본사는 계속 신중을 기했다. 조선혜 대표는 독일식 ‘신중함’에 당황하기도 했다고 한다. “핸커머 대표는 늘 ‘속도보다 방향성’에 더 초점을 맞추며 꼼꼼히 따져봤다”며 “나중에 우리끼리 한 얘기지만 독일 본사에서도 저의 속도전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며 웃었다.

코코넛 입자 넣은 필터


▎조선혜 브리타코리아 대표 / 사진:신인섭기자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물의 역할은 브리타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빠질 수 없는 내용이다. ‘안전한 물’은 건강한 삶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를 실현하는 데 관심이 높아지는 현대인들 가치관과 맞닿아 있다. 한국에서 유통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던 이유도 이런 철학 덕택이다.

조 대표는 브리타의 ‘지속가능한 전략’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교체형 필터에는 분해가 잘되는 코코넛 입자를 갈아 넣었습니다.” 조 대표는 직접 필터를 뜯어 입자 성분을 보여주며 말했다. 실제 브리타의 여과 장치인 ‘막스트라 필터’로 거르는 물은 플라스틱 생수병 500ml 300병과 맞먹는다. 즉, 브리타 정수기 한 통이 연간 15㎏ 쓰레기를 줄이고, 생수보다 27배 적은 탄소저감효과를 갖는다. 업계 최초로 필터 카트리지 재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브리타였다. 1992년의 일이다.

브리타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인식 캠페인으로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 ‘필터 포 굿(Filter for good)’ 캠페인으로 소비자에게 재사용 가능한 물병을 사용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온라인 서명을 진행했다. 또한, 고래와 돌고래를 보호하는 “Less Plastic is More Sea” 캠페인을 통해 학교 방문 교육과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홍보 활동을 진행했다.

조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확신하며 말했다. “3년간 브리타가 한국 시장에서 성장했던 이유는 브리타의 비전이 수익뿐 아니라 소비자 삶의 질, 환경까지 고려하는 사회적 가치와 맞닿아 있어서였습니다. 아주 간단한 원칙이 현대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물 음용 문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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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호 (20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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