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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관계인과의 거래가 문제인 이유 

 

지난 6월 대법원은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산정한 시가평가액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양도한 건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한 비정상적 거래”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탈세’ 꼼수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조세사건을 다루다 보면 의뢰인들이 증여세 절감을 위해 시도하는 다양한 거래 방안을 접하게 된다. 그중에서 사업가들이 특히 선호하는 방법은 특수관계인이나 관계사 등과의 거래이다. 대표적인 예가 본인이 운영하는 회사 명의로 자식들과 직접 거래하거나 자식들이 주주로 있는 회사와 거래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식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을 나누어주거나, 자식들이 대주주인 회사에 간접적인 방법으로 이익을 나눠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면밀한 법적 검토 없이 이러한 거래를 실행했다가는 절세는커녕 오히려 내지 않아도 될 세금까지 추징될 수 있다. 심지어는 경우에 따라서 조세범처벌법이나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형사 문제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이번에는 특수관계인 및 관계사 등과의 거래 시 유의할 점에 관해 정리해봤다.

세법은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두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로 인하여 소득에 대한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세법에 따라 소득금액을 재계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법인세법 제52조 및 소득세법 제41조). 이에 따라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산을 고가로 매입하거나, 무상 또는 저가 양도, 무상 또는 저율의 금전 대여 또는 용역 제공 등 부당한 행위·계산을 한 경우 시가에 따라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법인 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각호 및 소득세법 시행령 제98조 제2항 각호). 따라서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가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경제적 합리성’을 갖춘 거래인지 여부와 ‘시가’에 따른 거래인지 여부를 잘 따져봐야 한다. 특히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는 감사보고서 공시 대상일 뿐만 아니라 과세당국이 세무조사 시 최우선으로 검토하는 사항이다. 실무적으로는 이와 같은 절차적 번거로움과 과세위험으로 인해 증여 목적만으로는 선호하지 않는 방법이다. 그러나 만약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특수관계인과의 직접적인 거래를 생각하고 있다면 반드시 사전에 과세위험 검토와 ‘시가’ 및 ‘경제적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문서화해 구비해둬야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은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일감 떼어주기 및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을 두고 있다(상증법 제45조의3, 제45조의4 및 제45조의5). 이는 주주 자신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법인을 통해 그 지배주주의 친족 등이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법인(수혜 법인)과 거래하거나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간접적인 이익을 분여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다. 어떠한 거래가 일감 몰아주기, 일감 떼어주기 및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 분여에 해당하는지는 거래행위와 관련된 제반 사정(지배주주와 그 친족의 주식보유비율, 적용 대상 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토대로 법령상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 따라서 특수관계인 및 관계사 등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되어 있다면 해당 거래 실행 전에 상증세법에 따른 증여의제 과세가 적용되지 않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끼워넣기 거래’는 가중처벌될 수도

조세범처벌법은 세금계산서의 발급의무 위반 등에 대해 처벌한다(조세범처벌법 제10조). 특수관계자 또는 관계사 등과의 거래에서 이러한 ‘세금계산서범’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끼워넣기 거래’가 있다. 즉, 특수관계자 또는 관계사가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서 단지 ‘통행세’를 수취할 목적으로 거래 중간에 명목상으로만 관여했다면 ‘세금계산서범’이 문제 될 수 있다. 특히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없이 수수한 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이 30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이 적용돼 형이 더 무거워진다(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8조의2). 이러한 거래는 주로 특수관계자 또는 관계사와의 직간접적인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 문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제3자들 사이에 ‘끼워넣기’를 하는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역할이 없다면 세금 문제뿐 아니라 형사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단순히 세법을 위반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타 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제기될 수 있다. 2019년 12월 31일 자로 개정된 국세기본법은 세무공무원이 과세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예외 사유로 ‘국가행정기관이 과징금의 부과·징수 등을 위하여 사용할 목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를 추가했다. 이는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이나 상증법상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 관련된 과세정보를 유관기관과 공유하여 타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더욱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에 따라 향후 특수관계인 또는 관계사와의 거래가 세법상 문제 될 경우, 공정거래법 등 타 법 위반 혐의도 함께 불거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더구나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령은 세법과 시가(정상가격) 등에 대한 판단 방법이 다를 수 있으므로, 세무상으로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다 같다. 하지만 잘못된 방법 탓에 오히려 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혹여나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면 다시 한번 고민하길 바란다. 물론 세금이 겁나서 꼭 필요한 거래를 못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다. 동네 의원에서 볼 수 있는 병과 종합병원에서 진단할 수 있는 병이 다르다. 특수관계인 및 관계사 간 거래의 경우 세법 외 여러 법률을 다각도로 검토할 수 있는 곳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 안재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009호 (20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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