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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더화이트커뮤니케이션 대표 

한국의 세일즈포스 꿈꾼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은 애플도, 구글도 아닌 세일즈포스라는 B2B 기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으로 가장 수혜를 받고 있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Software as a Service) 산업에서 독보적인 세계 1위 회사다. 한국에도 SaaS 산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박민영 대표가 TWC사옥에 있는 강당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사업 성장과 동시에 오퍼레이션 아웃소싱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2013년 설립된 모바일 화장품 포털 서비스인 ‘화해’는 6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한 이후 오퍼레이션 업무의 비중이 급증했다. 자체 인력 충원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경영진은 더화이트커뮤니케이션(TWC)의 문을 두드렸다. TWC가 오퍼레이션 업무를 맡은 이후, CS 업무에 소요되던 자원을 줄이고 MD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내부 정보관리팀도 TWC와 협업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TWC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재택근무 중인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코로나19 종식 시점까지 AI 통합상담 솔루션인 ‘클라우드게이트’를 무상으로 배포하기로 했다. 박민영 TWC 대표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별도 구축이나 설치가 필요 없어 기업들이 쉽게 도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계정에 로그인만 하면 기기나 장소 제약 없이 업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 빠른 행보에 정부도 주목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 극복에 동참하는 착한 스타트업 간담회를 열어 TWC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TWC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SaaS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SaaS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회사 내부에 구축하는 게 아니라 월정액을 내고 뉴스를 구독하듯, 비즈니스 솔루션을 구독하는 방식이다. 이 시장에서 1위인 세일즈포스의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51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지원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TWC에 따르면 국내 컨택센터 시장은 약 8조9000억원 규모로 23만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금융, 보험, 은행 등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이 전화 및 채팅 상담으로 CS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반면, TWC는 사람과 인공지능(AI)이 협업하는 하나의 통합 관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고객사들은 TWC의 클라우드게이트에서 음성 데이터를 텍스트로 변환하고, 변환한 텍스트를 머신러닝으로 돌려 자동응답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다양한 상담 솔루션을 운영할 수 있고,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 후 활용할 수도 있다. CS 응대를 포함한 오퍼레이션 업무를 대행함으로써 고객사의 업무 효율 및 매출 증대를 돕는 것이다.

박 대표는 “콜센터 영업이익률이 2~3% 정도라면 우리는 SaaS 방식의 솔루션을 계정당 판매하기 때문에 향후 영업이익이 20%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급성장세에 제동이 걸렸지만 내년부터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는 대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TWC 경영진은 카카오 출신 핵심 멤버들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박 대표 외에도 임영기 CMO, 조영준 CTO, 김철 CPO 등이 다음과 카카오 출신이다. 박 대표는 2000년 다음에 입사한 지 10년 만에 다음커뮤니케이션 E마케팅 본부장에 올랐고, 2014년에는 다음서비스 최연소 부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박 대표는 “다음서비스 부사장으로 일하며 4년 정도 제주에 있을 당시, 권리침해, 명예훼손, 음란물 등에 해당하는 콘텐트를 걸러내는 업무를 했는데 외부에서 우리 사이트도 그런 콘텐트들을 걸러내고 관리해주면 좋겠다는 시장의 니즈가 있었다. 그렇게 오퍼레이션 시장의 가능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6년에 창업한 TWC가 빠르게 고객을 늘려나갈 수 있었던 계기는 최초 고객이 된 쏘카의 영향이 컸다. 다음에 근무하면서 오퍼레이션과 CS 운영에 대한 시장의 아웃소싱 수요를 확인한 박 대표는 쏘카가 오퍼레이션 업무를 아웃소싱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다음에 사직서를 내고 곧바로 경쟁 응찰에 참여했다.

박 대표는 “쏘카 사무실 옆 건물에 1억5000만원을 들여 우리 사무실을 구하고 인테리어를 마쳤다. 쏘카 측에 ‘당신들 일만 전담하려고 바로 옆 건물에 똑같은 돈 들여서 사무실을 마련한 곳은 우리밖에 없을 거다’라고 했다”며 웃어 보였다. TWC는 이렇게 쏘카의 오퍼레이션을 담당하게 됐다. 이후 스마트스터디, 셔틀타요, 화해, 블랭크코퍼레이션, 헬로네이처 등 2년간 30여 개사와 오퍼레이션 계약을 체결하며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현재는 이커머스, O2O, 모빌리티 등 100여 개 고객사의 오퍼레이션 서비스를 전담하고 있다.

박 대표의 꿈은 TWC를 세일즈포스 버금가는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세일즈포스가 매년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하는 드림포스(Dreamforce)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고객 17만여 명이 모인다. “콘퍼런스에 고객들만 불러도 샌프란시스코 전체가 마비돼죠. 평소 150달러 정도인 숙박비가 400달러를 줘도 못 구할 정도예요. 우리도 한국 시장을 탈환한 뒤 빨리 세계 무대로 진출할 겁니다.” 자신감 넘치는 박 대표의 어조에서 한국 SaaS 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김현동 기자

202010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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