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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시 칼리딘디 레바데이터 CEO 

‘인지적 소싱’으로 SCM의 효율성, 민첩성 폭발시킨다 

효율적인 공급망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는 모든 글로벌 제조업이 고민하는 핵심 과제다. 기존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가 공급망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최근 이에 디지털과 인공지능이라는 날개를 단 ‘인지적 소싱’ 시대가 열렸다. 레바데이터(LevaData)의 창업자인 라제시 칼리딘디(Rajesh Kalidindi) CEO는 전략적 소싱을 혁신하기 위해 AI기반 ‘인지적 소싱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 분야를 이끌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9월 15일 화상통화로 진행했다.

▎ 사진:LEVADATA
2020년 초 코로나19가 창궐했을때 전 세계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새로운 변동성 시대에 대비해 공급망 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급속히 확대됐다. 특히 지난 수년간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지배적 공급 허브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리스크 관리는 공급망 전략의 핵심이 됐고 구매 조직은 탄력적이고 민첩한 운영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 그래서 공급망의 가시성을 넓히고 리스크 이벤트를 예측하며 권장 사항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를 인지적 소싱(Cognitive Sourcing)이라고 일컫는다.

레바데이터의 라제시 칼리딘디 CEO는 시스코(Cisco)와 팜(Parm)에서 활약한 전략적 구매 및 SCM 전문가다. 그는 데이터 기반 소싱 혁신을 통해 상당한 비용 절감 성과를 기록했고 그 노하우를 기반으로 지난 2013년 레바데이터를 설립했다. 그가 커리어를 통해 깨달은 통찰력은 이것이었다. 모든 기업이 소싱에 많은 인재와 수백만 달러 가치의 내부 툴을 갖추고 있어도 매일매일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복잡성의 수준과 범위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이용하지 않고는 시장 변동성에 걸맞은 속도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특히 “좋은 정보·데이터만 있다면 전략을 민첩하게 바꿀 수 있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져온다”가 그가 경험에서 얻은 핵심 창업 아이디어였다.

그는 현재 인지적 소싱의 글로벌 시장을 창출하고 있으며 레바데이터는 현재 벤처캐피털로부터 2500만 달러(290억원) 투자를 유치, 시리즈B 단계다. 주요 클라이언트로는 IBM, 엔비디아, 보스(BOSE), 핏빗, 지브라테크놀로지 등이 있다.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레바데이터는 최근 미국을 넘어 유럽, 일본 등에 이어 한국까지 서비스 지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인지적 소싱이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인지적 소싱은 오늘날 많은 기업이 안고 있는 공급망 문제를 다양한 인공지능을 포함한 인지 컴퓨팅* 기술을 통해 솔루션을 찾는 것이다. 인지적 소싱은 기회와 위기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가속도를 부여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소싱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프로세스 간소화, 자동화를 도입해 추진력을 높이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빠르게 비교할 수 있게 한다. 이제까지 제조업의 SCM은 전통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관계와 업계 전문지식에 크게 의존하고 수많은 엑셀파일로 정보를 관리해왔다. 오늘날 이러한 기존 방식은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에 충분치 않다. 이전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복잡도가 높아진 시장에서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요소를 빠르게 포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은 갑작스러운 변수다. 예상치 못했던 변수에 기업은 즉각적으로 원자재 및 부품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최근 수년간 여러 글로벌 지정학적 변수로 인해 공급망관리가 기존과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인지적 소싱은 이러한 기업들의 고민을 해결할 하나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인지 컴퓨팅 인간의 두뇌가 인지, 학습, 추론하며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듯이 동작하는 컴퓨팅. 인공지능(AI)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

AI 기반의 인지적 소싱 플랫폼의 구동방식은


레바데이터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에 집중한다. 첫째, 레바데이터의 기업명처럼 데이터를 지렛대로 이용하는 레버리지 효과를 목적으로 한다. 다양한 종류의 시장 데이터 중 유의성이 있는 데이터를 AI가 선별해 플랫폼에 가져오고 이를 목적에 맞게 정화한다. 둘째, 일단 적절한 데이터세트를 플랫폼에 가져오면 분석해 요소별로 무엇이 기회이고 무엇이 리스크인지를 알아내는 통찰력을 발굴한다. 그리고 잠재적 영향을 파악한다. 그 과정에서 패턴을 찾고 정확도를 확보하며 정보를 군집화한다. 셋째, 상황 분류에 따라 지금 취해야 할 행동을 의사결정하도록 돕는다. AI는 상황에 맞게 언제 어떠한 행동이 적절한지 추천한다. 예를 들어 원자재 가격의 하락이 이어진다면 AI는 즉시 인지하고 일정 기간의 변화를 예측한다. 그리고 고객사에 곧바로 공급업자와 연락해 가격을 재협상할 것과 물량을 확보할지 말지 등을 권장한다. 또 여기서 재밌는 것은 다른 여러 기업의 협상 정보를 플랫폼이 기계학습하고 어떤 공급업자와 어떤 협상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제안한다는 점이다. 대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구매부서가 수백 개 공급업자와 수천 개 부품을 알아보려고 일일이 전화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할 수는 없다. 하지만 AI는 모든 공급업체와 모든 부품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비교해 가장 적절한 것들을 골라준다. 이 과정에서 기존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어떤 데이터, 어떤 알고리즘, 어떤 모델링을 사용하는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선 고객사 자체 데이터를 이용한다. 기업이 언제, 어떻게, 무엇에 지출했는지와 더불어 비용, 원자재 가격, 공급업체 등의 정보를 담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시장 및 공공 데이터, 부품가격 DB, 개별 부품업체의 데이터 등 외부 데이터를 플랫폼으로 가져온다. 또 레바데이터가 보유한 모든 고객 데이터를 익명으로 처리해 통합하고 업종별 추세를 파악한다. 다수의 데이터세트를을 통합하고 일반화해 모델링한다. AI엔진이 딥러닝, 추천 시스템, 예측분석 등의 알고리즘을 적용해 고객사에 최적화 방식을 추천한다. 만일 고객사가 자체 누적한 데이터 양이 적더라도 외부 및 업종 데이터가 풍부하기 때문에 예측 정확도가 높다.

나쁜 데이터는 어떻게 분별해내는가.

데이터 품질을 관리하는 것은 언제나 가장 힘든 일이다. 고객사의 자체 보유 데이터를 깊이 파고들 때 외부 데이터, 타 기업의 데이터 등이 포함된 레바데이터의 DB와 비교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식별해낸다. 이처럼 여러 과정을 거쳐 고객사 보유 데이터의 품질을 의뢰 초기 6개월 동안 50%가량 개선한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해당 소싱과 관련해 공급업자가 제공하는 다이렉트 데이터 등 더 많은 데이터를 추가 수혈한다. 데이터의 고품질을 관리하는 것은 우리와 고객사가 추구하는 가치, 통찰력과 직결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인지적 소싱의 존재 이유는 비용을 경감하고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플랫폼을 이용한 고객사가 거둔 구체적 성과는 무엇인가.

우리 고객사를 살펴보면 전자, 자동차 등 하이테크 제조업체가 주류를 이룬다. 우리 고객사들은 일반적으로 강력한 투자자본수익률(ROI)을 거뒀을 뿐 아니라 소싱의 효율성과 민첩성을 개선했다. 고객사가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며 인지적 소싱 드라이브를 건 6개월 내 기본적으로 1~3% 혹은 그보다 많은 매출총이익(Gross Margin)의 상승을 경험했다. 어떤 업종이냐 얼마나 소싱이 복잡하냐에 상관없이 말이다. 특히 민첩성, 즉 정보를 입수한 시점에서 의사 결정에 따른 행동을 취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60% 이상 단축됐다. 일부는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개선은 당연히 효율성을 동반한다. 소싱 업무처리가 이 수준에 다다르면 경영에서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 크게 변화한다.

한 가지 비유를 들겠다. 포뮬러원 레이싱에 관심이 있는가. 포뮬러원의 머신은 최첨단 자동차 기술이 집약된 고성능이다. 하지만 머신만으로는 레이싱에서 우승을 확보할 수 없다. 순간순간 빠르게 상황을 정확히 포착하고 판단력을 갖춘 드라이버가 결국 우승 여부를 결정한다. 즉, 머신의 성능은 비슷하지만 드라이버는 차별성을 만든다. 또 피트 크루(pit crew, 레이싱 경기 중 정비팀)의 정보력, 민첩성, 정확성이 우승에 일조한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영진이 더 민첩하게 가치를 발굴할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경영방식의 변화를 추구하지만 추진이 미진한 조직에는 우선 소싱에서 데이터 기반의 혁신을 경험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과 프로세스 전체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실용 사례를 들려달라.

스마트워치 제조사 핏빗(Fitbit)은 원자재가 변동, 공급업자 문제, 시장지수 변화 등에 따라 자동신호 모니터링 경고를 주목했다. 그리고 플랫폼으로부터 대체 공급업자, 대체 부품 등을 곧바로 제안받았다. 또 플랫폼이 제시한 협상 플레이북*을 참고해 다수의 공급업자와 원가절감 논의를 시작했다. 그 결과 추가로 3000만 달러(353억원)에 달하는 원가를 절감할 기회를 얻었고 분석시간 75% 단축, 전체 구매 대상의 전략적 통제 범위를 기존 60%에서 90%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또 다른 실용 사례는 ‘공급망 리스크 내비게이터’다. 현재 전 세계 공급망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큰 혼돈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공급망에 피해가 없도록 워룸*을 운영하며 대처하고 있지만 팬데믹 상황이 유례없이 길어지면서 매우 고전하고 있다. 대체 원자재, 부품을 일일이 찾아 접촉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현재 생산시설과 품질을 확인하기 위한 출장도 불가능하다. 제조업체 A사의 경우 말레이시아의 한 공급업체가 현지 정부의 코로나19 셧다운 지침으로 인해 공급 차질의 가능성을 플랫폼으로부터 경고받았다. 그리고 플랫폼은 이 상황이 소싱, 유통, 매출 등에 미칠 임팩트를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A사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대체 공급처를 빠르게 소싱해야 할지, 다른 어느 지역에 비슷한 조건의 공급업자가 있는지 등 여러 시나리오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A사는 경쟁사보다 빠르게 대체 공급처를 소싱한 덕분에 공급 차질을 피해갈 수 있었다.

*플레이북(playbook) 풋볼에서 팀의 공수 작전을 도표와 함께 기록한 책.
*워룸(war room) 전쟁 시 군통수권자와 핵심 참모들이 모여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작전을 협의하는 곳으로, 기업경영의 전략회의실 또는 위기상황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제조업이 강한 한국 기업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한국 기업들에 제안할 내용이 있다면 말해달라.

한국 기업들의 혁신 속도에 감탄하고 있다. 일본, 미국, 독일 등의 경쟁사에 비해 기존 방식을 빠르게 전환하는 강점을 갖고 있다. 이제 소싱은 글로벌화됐고 한국은 이미 빠르게 질주할 수 있는 좋은 드라이버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인지적 소싱이라는 엔진 부스터를 확보한다면 분명 레이싱에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라제시 칼리딘디는··· 인도 오스마니아대학교 전자통신공학 전공, 미국 미시간주립대 MBA(정보시스템 및 SCM), 팜 반도체상품관리 시니어 매니저, 시스코 공급망운영 이사, 레바데이터 창업자 및 CEO, 포브스 테크위원회 멤버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010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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