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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제왕학적 ‘사람경영’과 ‘주인처세술’ 

 


▎『21세기 군주론-국민주권시대의 제왕학』 양선희 지음 | 독서일가 | 1 만3000원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기업문화’…. 흔히 ‘제왕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말은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는 제왕은 ‘전횡을 하는 폭군’이나 ‘싸늘한 정치공학’의 이미지로 다가와서다.

그러나 『21세기 군주론-국민주권시대의 제왕학』의 저자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제왕의 실체를 모른 채 사람들이 그 껍데기만을 가져다 쓰기 때문이다. 고대 제왕의 학습서인 ‘제왕학’에서 그 핵심인 군주의 도(道)는 놓치고, 모사론(謀士論)이나 정치 공학으로 풀어냈던 업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양선희 대기자는 현직 언론인이면서 등단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조직논리와 병법으로 해석한 『여류(余流)삼국지』, 한비자와 진시황의 우정과 머리싸움을 그린 『적우(敵友):한비자와 진시황』 등 중국 고대사와 백가사상을 소설 작품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줬다.

이번 책에선 중국 정치학의 독창적 사상인 도법가를 중심으로 한 ‘제왕학’적 관점을 풀어냈다. 저자는 지난 20여년간 대통령 둘이 구속되고, 재벌 2, 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사건’의 현장을 보고, 그 이면에 작동된 잘못된 제왕학적 논리를 목격하면서 제대로 된 제왕학, 즉 도법가적 제왕학이 무엇인지 알릴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 책을 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국민주권시대,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나랏일을 위임할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시대에 제왕학적 처세술이야말로 국민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정치 기술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저자가 말하는 제왕학은 ‘사람 경영술’과 ‘주인처세술’이다. 이를 제왕학적 용어로는 ‘용인’(用人)과 ‘무위’(無爲)라고 한다. ‘용인’이란 왕이 사람을 뽑아쓰는 기술을 말하고, ‘무위’는 신하들이 사심 없이 헌신하도록 움직이게 하는 심리기술로써의 군주처세술이다. 이야말로 국민주권시대 국민에게 필요한 정치기술이라는 것이다. 나랏일을 할 대통령과 정치인을 뽑고, 그들에게 권력을 위임하고, 그들의 일을 감시해 재신임을 하거나 신임을 거두는 일 등은 모두 용인과 무위의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제왕학의 스승이라 불리는 태공망 여상, 관중, 상앙과 제왕학의 정신적 지주인 노자와 제왕학을 집대성한 한비자 등의 통찰력을 날실과 씨실로 베틀 짜듯 엮었다. 주 골격은 ‘한비자’다.

저자는 한비자를 당대의 언론인으로 주장한다. 한비자의 글은 전형적 칼럼 형식으로 주장과 논평에 구체적 사례가 뒷받침되고, 고대 사상가들의 다양한 주장과 안목을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비자가 육성으로 전달하는 당대의 사례와 주장들을 보고 있으면, 이게 전국 시대의 이야기인지 지금 우리 시대 대한민국의 이야기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다. 좋은 형 같은 군주의 위험성, 측근을 사랑하는 리더십이 나라를 망친 사례, 왕을 둘러싼 중인과 간신의 이야기 등 정치 주변 풍경은 2000~3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지. 이미 그때부터 경고했던 많은 잘못들이 지금도 그대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는 것은 놀랍다. 이 책의 장점은 얇고 쉽다는 것이다. 193쪽에 촌철살인의 해설과 군더더기 없는 컴필레이션으로 쉽게 고대 제왕학을 펼쳐 보여준다.

- 김홍준 중앙SUNDAY 기자 rimrim@joongang.co.kr

202010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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