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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성 닥터미성형외과 원장 

“웬만한 성형수술은 비절개로 합니다” 

‘재수술’은 성형외과에서 난도 높은 수술로 꼽힌다. 이전의 수술로 이미 변형되고 구축된 조직은 복원이 쉽지 않아서다. 하재성 닥터미성형외과 원장은 30년 가까이 재수술을 전문적으로 집도해온 권위자다. 해외에서도 재수술을 위해 하 원장을 찾아온다.

▎하재성 원장은 비절개·최소 절개 수술법을 직접 개발해 수술 후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티 안 나게 콧대를 높이고 싶어 필러 시술을 받았는데, 갑자기 코 주변 피부가 썩어간다면. 이런 경우 피부를 칼로 절개해 주입했던 필러를 긁어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려운 데다 제거해도 괴사된 피부가 원상 복구된다는 보장은 없다.

모든 수술이 그렇듯 성형수술에도 항상 부작용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필러, 보톡스처럼 간단한 시술도 끔찍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수술 당시엔 큰 문제가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합병증이 생기거나 예상하지 못한 모양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무조건 의사의 실력을 탓할 수도 없다. 아무리 의료 기술이 좋아도 환자의 컨디션, 체질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누구도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셈이다.

지난 10월 6일, 성형의 메카 서울 강남역에 자리한 닥터미성형외과에서 재수술 권위자 하재성 원장을 만났다. 하재성 원장은 30년 가까이 미용성형을 집도해온 성형외과 전문의다. 수많은 부작용 케이스를 목격했고 그로 인한 환자들의 정신적, 신체적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부작용을 원천 봉쇄할 수는 없어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하 원장은 수술 후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을 10년 넘게 연구했고 해결책으로 ‘비절개 수술’을 고안했다. “수술 후가 아닌 수술 당시부터 몸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원리”라고 하 원장이 설명했다.

성형수술에서 비절개 수술은 새로운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쌍꺼풀 라인을 만드는 매몰법, 안검하수를 개선하는 교정술에 국한됐다. 하 원장은 “나는 그동안 절개법으로 시행되던 코끝성형, 콧볼축소 등 미용성형을 비절개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또 수술에 필요한 특수 실이나 지지대 등 필요한 장비들은 직접 개발해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비절개 수술은 말 그대로 절개를 하지 않는 수술법이다. 바늘로 0.5㎜에 불과한 작은 구멍을 내 직접 개발한 특수 실과 지지대 역할을 하는 리트랙터 기구, 레이저 등으로 눈매, 콧볼, 코끝 등을 교정한다. 칼을 대지 않기 때문에 흉터가 남지 않고 조직 손상이 적어 회복 기간도 짧은 편이다.

“같은 수술도 환자 상태에 따라 절개술이 필요합니다. 그때 필요한 게 ‘최소 절개술’이죠. 이 또한 제가 직접 고안한 수술법입니다. 일반적으로 3㎝를 절개하던 수술을 10분의 1인 3~5㎜만 절개해요. 최소 절개로 원하는 수술을 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수술 원리는 물론 해부학적 구조까지 정확히 파악해야 하죠. 물론 기존의 절개술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눈이 너무 작거나 지방이 과다한 경우, 피부와 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운 경우엔 절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절개와 최소 절개 수술은 재수술을 할 때도 적용된다. 하 원장은 “일반적으로 재수술은 무조건 절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꼭 그렇지는 않더라”고 강조했다.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5년간 연구했고, 결과적으로는 절개로 수술했던 부위를 2차, 3차 수술에서 비절개 혹은 최소 절개로 수술할 수 있었다. 부작용 확률을 낮추고 효과는 높였다.

하 원장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개발한 비절개, 최소 절개 수술법은 20여 가지다. 지난 28년간 절개수술과 재수술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고안했다. 우선 환자의 코·눈을 두께와 길이 등 모양에 따라 유형화했다. 눈의 앞뒤, 눈꺼풀과 눈 밑 라인에 각각 4·3·2·2가지, 콧볼과 코끝 교정에는 각각 3, 5가지, 인중과 입꼬리에 각각 3가지, 턱 브이라인에 2가지 비절개 수술법을 정립했다.

하 원장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간편하고 티 안 나는 프티성형(실, 보톡스, 필러로 시행되는 시술)이 성행하며 관련 부작용도 상당히 늘었다. 멍이 들거나 모양의 변형은 물론 심각하게는 피부조직 괴사, 실명에까지 이른다. “특히 실 리프팅 부작용 환자가 많아졌다”며 “이런 환자들은 삽입된 실부터 완벽히 제거해야 한다”고 하 원장이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때도 완전히 절개하지 않고 1mm가량만 최소 절개해 레이저 장비로 실을 제거하는데, 이미 피부조직들과 얽힌 실들을 빼내려면 부위별 엑스레이를 찍어가며 세밀하게 작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유명한 재수술 전문 병원

재수술 환자들은 누구보다 병원 선택에 신중하다. 실력 있는 의사를 수소문하고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닥터미성형외과에 유독 재수술 환자가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 원장의 성공적인 재수술 사례가 하나둘 늘며 입소문이 났고, 이젠 일본, 중국 등에서도 닥터미성형외과에 찾아온다.

“우리 병원엔 재수술을 원하는 해외 환자가 많이 찾아 옵니다. 최근 2~3년 사이 확 늘었어요. 일본 외에 중국, 이스라엘 등에서도 찾아옵니다. 그 덕분에 코로나19 전까진 해외 환자가 전체 환자의 30~40%까지 됐었죠. 해외 환자를 타깃으로 진료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중입니다.”

안타깝게도 재수술을 원하는 해외 환자의 30% 정도는 국내 다른 병원에서 수술받은 케이스라고 한다. 대부분 광고에 현혹돼 의료 기술이 부족한 의료진에게 수술을 받았거나, 과잉 수술을 받은 경우다. 단순히 마음에 안 드는 정도가 아니라 눈꺼풀이 뒤집혀 기능에 문제가 생기거나 보형물의 구축으로 얼굴이 완전히 망가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많았다고 한다. 하 원장은 “재수술은 워낙 어려워 욕심부리지 않고 조직의 기능 손상을 막고, 얼굴은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초기 재수술 환자들의 결과가 좋아 해외 환자의 유입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가 터졌고, 닥터미성형외과의 병원 풍경도 다소 바뀌었다. 어느 병원이나 그렇듯 해외 환자가 사라졌다. “그 빈자리를 국내 환자가 채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환자 대부분은 재수술 케이스예요. 코로나19로 운영이 어려워진 병원들이 무리하게 수술을 강행했고, 결국 부작용과 합병증 빈도가 높아진 것이죠. 안타깝습니다.”

오랜 시간 연구 끝에 자신만의 수술 영역을 개척한 하재성 원장. 이제 그 의술을 국내외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할 생각이다. 그 일환으로 20여 개에 이르는 수술법을 학술논문으로 정리해 성형외과학회에 발표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또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그간 해온 해외 활동에도 다시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우선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지에서 펼치던 언청이 무료수술 사업을 재개할 것이고, 이 국가의 의사들에게 우리나라의 성형 술기를 가르칠 계획입니다. 2015년부터 해온 일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멈추게 돼 매우 아쉽습니다.”

끝으로 하 원장은 동료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성형은 마음의 병까지 치료하는 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와 충분히 소통하고 마음을 어루만지라는 이야기다. “성형외과엔 대부분 자신의 콤플렉스를 교정하려는 사람들이 옵니다. 간혹 자신감이 떨어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도 오죠. 저는 30년 가까이 정신 수련을 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상담할 때 환자의 마음을 편안히 해주고, 수많은 고민을 기꺼이 들어줍니다. 환자가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수술하니 자연스럽게 환자 만족도가 올라가더라고요. 시간에 쫓겨 혹은 수익을 위해 환자 상담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병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당장이 어렵다고 환자에게 무리한 수술을 권하는 것도 자제하면 좋겠습니다. 의술은 인술이니까요.”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박종근 기자

202011호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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