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Cover

Home>포브스>On the Cover

리더 39인의 신년 에세이(3) 

 

새로운 시작과 도전 | 이재하 삼보모터스그룹 회장


4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어려움과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주일무적(主一無適)의 정신은 자동차 부품 산업, 한 길을 끝까지 고수해올 수 있게 한 나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위기 속에서 성장을 이어가게 된 또 다른 힘의 원천은 신념에 도전이라는 행동의 실천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몰고 온 전 세계적 팬데믹 현상은 산업 전체의 근간을 흔들어 버릴 만큼 유례없는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을 가져왔고 성장이 아닌 생존을 걱정해야 할 극단의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생활 패턴과 근무 여건의 변화, 온택트를 기반으로 한 전방위적 문화의 변화는 기존의 틀을 새로운 혁신으로 이끌어내는 또 다른 계기를 마련하게 했다. 변화의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고 그 변화의 속도에 맞춰 위기를 넘어 기회로, 그 기회를 발판 삼아 새로운 도약과 도전에 성공적인 결과를 다시 한번 이끌어내야 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늘 새로운 시작과 도전은 많은 투자와 노력을 요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 늘 중심이 되는 것은 바로 기본에 충실한 실천 경영이다. 특히 기본에 충실하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고 간과해서는 안 될, 그러나 제일 간과하기 쉬운 부분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제조업을 수십 년째 이어오면서 늘 한결같이 강조하고 또 강조한 것이 있다. 바로 현장경영이다.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고 그 현장에서 답을 찾아내자”라는 기본 명제에 더 충실해 현장에서 찾은 답을 현장과 소통하고 그 소통을 통해 개선하고 혁신을 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주 세심한 것부터 면밀히 확인하고 작은 곳에서도 더욱 그 디테일함을 더해 불합리, 불필요 요소를 제거해가는 기본 경영 관리 마인드야말로 새로운 도전을 성공으로 이어 주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4차 산업혁명과 위드 코로나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그리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숙명에 대응하기 위한 또 다른 최선은 R&D(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집중이다. 흐름을 읽고 경쟁력을 넘어 지속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해답은 연구개발에서 찾아야 하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인 활동이야말로 기업의 미래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독자적 미래 기술과 혁신적 성과, 바로 기업의 영속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2021년(辛丑年)도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이 험난한 한 해를 예고하고 있다. 아마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순간까지 그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위기에 좌절과 상심만으로는 그 어떠한 의미 있는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낼 수는 없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기본적인 그리고 근본적인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재정비 시간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나부터 먼저 시작하고 나로 시작된 목표를 실천으로 옮겨 조직과 기업이 올바르고 슬기롭게 이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해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선즉제인(先則制人)’을 기업의 경영 방향으로 ‘선시어외(先始於?)’를 행동 지침으로 2021년 삼보모터스 그룹이 또 다른 도전과 새로운 시작을 통해 다시 한번 도약해나가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내 손이 닿는 곳에 누가 있는지 돌아보다 | 김동규 성악가(바리톤)


“연주가들은 계절에 맞는 테마를 따라 공연을 준비하고 다시 시작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나 또한 이런 제목으로 오케스트라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하면 우리는 매일 아침을 다시 시작한다. 나이가 더 들수록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을 더 자주 한다.

지금 내 공간에 피아니스트 호로비츠의 연주로 쇼팽의 콘솔레이션이 들린다. 또 뭐가 더 필요한가. 살면서 피아노 한 대가 이렇게 내 가슴을 파고든 적이 또 있었던가!

연주가들은 계절에 맞는 테마를 따라 공연을 하며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그 계절, 그 일상들이 없어졌고 그냥 산다. 점점 삶이 무거워진다는 느낌을 받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 인생이 잠시라도 조용한 적이 있었던가! 이 시기에 가장 큰 위로는 세상 모두가 같이 겪는 고통이라 서로 알아주고 격려해주는 또 다른 인간관계들이 생겨난다. 질병으로 인해 서로가 수칙을 지키지만 맘속에 있는 또 다른 배려는 어려움을 통해 상대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진짜 무대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라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다. 나에게는 좌뇌, 우뇌 외에 음악뇌가 따로 있다, 이 뇌는 나의 심장과 아주 잘 연결되어 노화가 시작된 내 몸을 끊임없이 지배해 좋은 성과를 낸다. 내 상상이 현실이 되어가는 걸 참 많이도 경험한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인류가 생겨난 이후로 인간은 전쟁, 질병, 천재지변, 요즘 같은 정치적 혼란 등 잠시도 평화로운 적이 없다.

새 바지를 사 세탁소에 수선을 맡기면 수선 전문가들은 긴 바지를 내게 맞게 과감히 가위로 잘라버린다, 구경하는 난 혹시 잘못 잘라 짧으면 어찌나 하고 걱정한다. 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세상 뉴스나, 미디어나, SNS로 연결된 줄들을 잠시라도 과감히 가위로 잘라보자. 그리고 우리 주위를 한번 보자, 누가 있는지, 누가 내 사람인지, 누구와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구와 살고 있는지, 책이나 각종 정보,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너무 넓게만 보진 않았는지. 내 손이 닿는 곳에 누가 있는지 한 번쯤 다시 돌아보고 더 많은 배려로 인간사랑을 실천해볼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겨울의 어느 멋진 날에….

그래도 감사할 게 있다 |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


많은 사람에게 그랬듯 2020년은 트레바리에게 힘든 해였다. 우리는 독서모임 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이 읽고, 쓰고, 대화하고, 친해지는 것을 돕는 회사이다. 서비스의 핵심이 오프라인에 있다 보니 몇 달 동안 아예 운영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성장이 꺾이는 것으로 모자라, 생사의 기로에서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사할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하게 됐다. 위기를 견뎌내는 과정에서, 동료들과 쌓은 견고한 팀워크와 마음의 단단함을 얻었다. 인생의 3대 불행 중 하나가 젊을 때 출세하는 이른바 ‘소년등과’라는데, 적절한 시점에 스스로를 겸허하게 다잡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흔들리지 말고 지켜내야 할 소중한 가치를 온몸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트레바리는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회사이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개인들의 업데이트와 연결을 돕기 위해 사업을 한다. 업데이트와 연결은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라고 불리는 한 계속해서 중요한 가치로 자리할 것이다. 우리는 2020년에 위기 상황에서 반지성이 얼마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애물이 되는지, 또한 연결이 제한되었을 때 우리 일상이 얼마나 빈곤해지는지를 배웠다.

회사가 성장할 때는 모든 게 다 좋아 보이지만 성장이 정체되면 그간 쌓인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충분히 좋지 않은 품질, 비효율적인 조직, 타성에 젖은 경영진, 회사를 비껴가기 시작한 트렌드... 평시에 미리 알 수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인간이 참 그러기 어려운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는 문제를 발견하고 다시금 도약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드러냈다. 주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일어난 집단감염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드러냈고, 65세를 전후로 갈린 치명률은 고령화사회의 보건 문제를 드러냈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냐 마느냐는 2020년이 드러낸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얼마나 적극적이고 슬기롭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팔리면 팔릴수록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을 팔고자 하는 회사로서, 트레바리 역시 2021년에는 건전한 성장을 통해 더 나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자동 물류 시스템으로 도약할 2021년 | 김대영 슈피겐코리아 대표


2020년은 업종을 불문하고 국내외 수많은 기업에 참으로 어려운 한 해였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곳곳의 공장들이 연쇄적으로 멈춰 섰고,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은 지갑을 굳게 닫았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함께 힘써준 직원들과 협력사의 노고, 슈피겐에 한결같은 애정을 보내주신 많은 고객들 덕분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소중한 한 해이기도 했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면 슈피겐코리아는 팬데믹으로 인한 아마존 물류 폭주에도 독자적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타사 대비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봉쇄조치 등으로 온라인 주문이 폭주, 이로 인해 아마존 풀필먼트 서비스가 원활하게 제공되지 않았고 입고 수량도 제한됐다. 슈피겐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자체 물류 창고를 보유하고 있어 배송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지만, 이 같은 팬데믹을 대비해 물류 서비스 사업 확장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에 슈피겐코리아는 2021년 물류 서비스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고도화·자동화된 물류 서비스 사업을 론칭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온라인 쇼핑 시장의 활성화로 효율적인 물류 설비와 배송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코로나19로 인해 도입이 확산된 원격(리모트)근무가 2021년에도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원격근무 서비스 고도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슈피겐은 오랜 기간 원격업무 및 협업에 적합한 툴을 사용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어려움 없이 원격 및 재택 업무가 가능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원격근무 방식과 업무 환경이 계속해서 변화함에 따라 슈피겐 또한 이에 발맞춰 새로운 원격근무 시스템 구축 및 솔루션 도입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다.

뉴노멀 시대의 도래에 따라 ‘Something you want’라는 슈피겐코리아만의 기업 가치를 바탕으로 파워 액세서리 부분에서의 매출 약진, 스마트 홈 시장 진입 등을 이루어내는 것이 새롭게 맞이하는 2021년 슈피겐의 새로운 목표이다. 또 슈피겐코리아는 2021년에도 변함없이 고객 가치를 가장 최우선으로 두고 혁신 DNA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성과를 내어 한국을 빛내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팬데믹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잠시’였을 뿐 | 김영덕 더.웨이브.톡 대표


2020년은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정지해버린 듯한 한 해였는데, 그래도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겨울의 한복판이다. 모질고 힘든 한 해였지만, 차갑고 단단히 얼어붙은 땅속 어딘가에, 여린 새싹들이 옹동그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새삼 놀랍다.

Begin again. 다시 시작. 멈춤은 새로운 시작을 향한 처음이다. 얼음이 물이 되는 상변화처럼, 패러다임의 변화란 이질적인 두 가치의 ‘잠시 공존’을 전제한다. 팬데믹이 가져온 모든 것으로부터의 격리로 기억될 한 해, 멈춤과 시작이 공존했던 2020년은 훗날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잠시’였을 것이다.

다시 시작이다. 수질센서(탁도계)가 세상에 나온 지 50년이 되었다. 더.웨이브.톡은 그 제품을 100분의 1 가격으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2021년에는 ‘모든 정수기에, 모든 수도꼭지에 센서를’ 보급하기 위한 진짜 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안 될 거 같은 때도 많았고, 안 된다는 사람은 더 많았지만, 이제 오랜 준비를 마치고, 세상을 향해 다시 도전할 준비를 마쳤다. 늘 처음 같은 마음으로, Begin again.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202101호 (2020.1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